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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의 세심청심]

기자명 법보신문

자비방생

하늘에는 위풍당당하게 바람을 가르던 소리개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바다는 뿌연 안개 속에 흔적이 없다. 강한 황사가 부는 걸 보니 봄이 결코 화사롭게 오지만은 않을 것 같다.

『숫타니파타』에서는 산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된다. 또 남을 시켜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생명의 존귀함과 일체 생명의 평등함을 갈파한 부처님 말씀이다. 정초 기도가 끝나고 절마다 자비심을 실천하는 방생법회가 열리고 있다. 옛날에 스님들이 행각할 때 석장을 짚고 다니거나 절에서 목욕하고 빨래하는 날이 정해졌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까지 배려하는 자비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모든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계는 불자들이 지켜야 하는 제일가는 덕목이다.

오래 살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살생을 하여 몸에 좋은 것만 골라 먹는 것은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다. 탐진치 삼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이라고 하니 보다 적극적인 인간방생을 실천하여 삶의 보람을 찾아야 복락을 누릴 것이다. 자비심의 실천이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웰다잉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이 많은 실험을 통해서 증명되고 있다.

그 동안 도량신중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던 진돗개 보리가 인연을 달리하였다. 마치 오랜 도반을 잃은 듯이 허전하다. 다음 생에는 수행자의 인연으로 거듭나기를 발원하며 돌탑을 쌓았다. 인간을 위해서 한해에 천만 마리의 동물이 각종 실험용으로 쓰이다가 죽는다고 한다. 그 가운데 쥐가 팔백만 마리라고 하니 무자년을 맞이하여 쥐의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사실은 끝없는 윤회의 흐름 속에서 내 가족 아닌 것들이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지탱하는 것이 이렇게 뭇 생명들의 은혜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비심을 내어 방생을 실천해야 한다.

중국의 연지대사는 최소한의 방편으로 살생해서는 안 되는 날로 자기 생일이나 자식을 낳았을 때와 결혼하고 제사지내는 날에는 살생을 하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면 그 원한을 갚으려고 하여 과보를 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내에 있는 절에서 조류 방생을 오겠다고 답사를 하고 갔다. 지혜와 자비는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지혜를 모르는 자비는 인간의 사사로운 정과 애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체 강물이 마침내 바다에 이르면 한 맛을 이루듯이 모든 생명은 존귀하고 평등해서 본래 부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지혜를 방생을 통한 자비심으로 거듭 드러내야 할 것이다. 새들은 어느 한 가지에 오래 머무르지 않듯이 끝없이 향상하려는 조도(鳥道)의 길이 모든 생명의 본질이다. 해탈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이기 때문이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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