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살계, 앉아 받고 서서 깰지라도 받아라”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3.10 15:35
  • 댓글 0

무비 스님, ‘보살계 받는 길’ 번역·해설

경전-어록 넘나들며 대승계율 종지 일깨워
현재 한국불교에서 가장 친근한 계로 오계(五戒)와 보살계(菩薩戒)를 꼽을 수 있다. 오계가 불자의 첫 출발로 이를 받아야 법명도 생기고 불자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면, 보살계는 이제 신참을 벗어나 구참불자로 들어선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살계를 비롯한 수계의식이 지나친 형식주의로 흐른다는 비판이 종종 나오는 가운데 보살계의 근본취지를 아는 불자들은 얼마나 될까?

무비〈사진〉 스님의 『보살계를 받는 길』(염화실 간)은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서다. 승속을 막론하고 이 땅의 불자들이 받고 있는 보살계의 바른 의미를 알려주고, 나아가 대승의 종지를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미타불의 후신이라고 불렸던 송나라 영명연수(904~975) 선사의 ‘수보살계법서(受菩薩戒法序)’를 이 시대 최고의 강백 중 한 분으로 일컬어지는 여천 무비 스님이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그런 까닭에 ‘수보살계법서’가 보살계의 근본취지를 가장 잘 드러낸 명문이라면, 『보살계를 받는 길』은 현대어로 생명을 불어넣고 이해의 지평을 넓힌 보살계의 필수교재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 따르면 보살계를 받는 것은 일만 가지 수행의 근본이자 성인의 종자다. 보살계를 받는 마음이 곧 진정한 발심으로 한 생각의 발심을 통해 온갖 수행이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혹 ‘오계도 지키기 어려운데 어떻게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과 같은 분들에게나 해당되는 보살계를 감히 받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영명연수 스님은 기막힌 답변을 한다. “만약 자신을 범부라고 집착하여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곧 일불승(一佛乘)의 종자를 말살하는 일이다. 만약 중생을 집착하여 부처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곧 시방의 부처님을 비방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영명연수선사는 ‘계를 범할 것이 있는 사람을 보살이라 하고 범할 것이 없는 사람을 외도라고 한다’면서 탐진치 자체가 불법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는 데 이르러서는 말을 잊게 한다. 즉 『제법무행경』의 게송을 인용해 ‘탐욕이 곧 도(道)다. 진심 내고 어리석음 또한 도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법 안에 일체의 불법을 모두 갖췄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탐진치 삼독을 없애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무비 스님은 “만약 이 말이 진리의 가르침이 아니고 불교가 아니라고 여겨지거든 경전 속의 비구처럼 비방을 하라. 비방을 하더라도 그 공덕이 한량이 없을 것이며 비방을 한 인연으로 반드시 성불하리라.”라고 강조한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의 절정’이라는 역설의 미학이다.

또 흔히 들어왔던 ‘앉아서 계를 받고 서서 파하더라도 한량없는 복을 얻으니 다만 계를 받들 마음만 가지지 계를 받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말라’는 얘기의 참뜻은, 무비 스님의 해석처럼 ‘받기도 전에 부담을 가져 보살계를 멀리하는 사람은 마치 배가 넘어지기도 전에 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임’을 일깨운다. 곧 보살계란 심지법문을 위주로 하는 열린 계율로서, 한 가지 계율을 정하면 그 조항만 애써 지키려는 닫힌 계율과 명백히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비 스님은 “보살계는 불계(佛戒)며 심계(心契)며 대승계(大乘戒)이므로 궁극적으로 ‘사람이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주는 가르침”이라며 “가능한 한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함께 보고 함께 들어 보살계를 받고 보살의 마음을 내어 보리의 원을 발하여 보리의 성과를 원만하게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천년 전 대승계율의 핵심을 꿰뚫었던 대선지식 영명연수 선사, 또 『법화경』, 『화엄경』을 비롯한 수많은 조사어록을 회통시키며 대승불교의 종지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여천무비 스님. 『보살계를 받는 길』은 과거와 현재의 두 선지식이 펼치는 대파노라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