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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 스님의 계율칼럼]

기자명 법보신문

목에 거는 오조가사는 왜색 관습

비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가사는 세 가지 종류이다.
첫째는 치마처럼 둘러 입는 속옷에 해당되는 안타회라는 옷이며, 둘째는 절에서 늘 착용하며 포살, 참회, 갈마 등 거의 모든 일에 입을 수 있는 울타라승이며, 셋째는 외출할 때나 설법할 때 입는 승가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방과 기후조건이 다르므로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 입지 않으며, 울타라승과 승가리를 특별하게 구분하지 않고 입는다.
울타라승과 승가리를 구분할 때 조수를 헤아리게 되는데 울타라승은 7조이며 승가리는 9조에서 25조까지 홀수 숫자는 모두 해당된다.
그러면 속옷인 안타회는 몇 조인가? 안타회는 5조로 정하고 있으며 사정에 따라서는 조가 없는 경우도 있다.

더운 지방의 스님들이 안타회 없이 지낼 수 없지만, 기후적 조건 때문에 우리나라 스님들은 안타회 대신 속옷과 바지를 갖추어 입는다. 그러면 한국의 스님들은 오조가사인 안타회를 입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안타회를 간단한 법회나 모임, 혹은 공양할 때에 입는다. 단 장삼위에 입기 때문에 조금(?) 이상할 뿐이다. 이것을 비유해서 표현한다면 정장한 사람이 넥타이 대신 속옷을 목에 걸고 있는 꼴이다.

왜냐하면 율장에 오조가사는 안타회뿐이며 안타회는 팬티나 바지를 대신하는 아래옷이기 때문이다. 목에 거는 안타회는 본래 한국의 풍속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일본불교가 들어오면서 남긴 왜색관습이다.

일제강점기에 다른 민족대표들과는 달리 마지막까지 변절하지 않았던 만해 스님처럼 민족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고 일제의 폐습을 청산해야할 우리 불교가 오히려 율장을 어겨가면서까지 왜색의 잔재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비슷한 사례가 바로 반가사라는 것인데 이것은 명망이 높은 스님들조차 즐겨 입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역시 일본에서 들어온 가사의 모습으로 율장 어디에도 이와 같은 가사를 만들라는 말씀은 없다.

일본 것이라고 해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어서는 안 되는 가사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100% 율장대로 가사를 입을 수는 없지만 웃음거리는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조금만 율장에 관심을 가져도 이와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해결되었을 것이다.
조계종에서는 금년 봄부터 수계산림 의식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다시 목에 거는 오조가사를 부활시킨다고 하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송광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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