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자랑 박사의 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중도적 삶

기자명 법보신문

적절한 거문고 줄이 아름다운 소리 내듯
바른 견해로 자신 돌아보는 여유 가져야

한 때는 열심히 사는 것을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또 다그치며 살기도 했지만,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제대로 사는 것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제대로 산다는 것은 의외로 적당히 산다는 것과 통한다는 사실에도 눈을 떠가고 있다. 양 극단으로의 치우침을 경계하는 중도(中道)의 가르침처럼, 인생 역시 지나치게 긴장하며 자신을 옭아매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관대하게 자신을 방치하고 늘어지지도 않도록 할 때, 가장 무리 없는 충실한 삶이 실현되는 것 같다.

율장 「피혁건도」에는 지나친 수행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처님 당시, 소나라는 스님이 있었다. 출가하기 전 그는 참빠라는 나라의 유명한 장자의 아들이었는데, 어느 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고는 모든 재산을 방기한 채 출가를 결심했다. 재가불자로서 살아가는 길도 있었지만, 철저한 불도 수행의 기반이 되는 청정한 범행의 실천을 위해서는 재가생활보다 출가자로서의 삶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수행에 대해 남다른 정열을 가지고 있었던 소나 스님은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타림(尸陀林)에 머무르며 수행을 했다. 시타림이란 시체를 버리는 장소로 한림(寒林)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의 몸이 썩어가는 것을 보며 부정관이나 무상관 등의 관법을 수행하는 장소로 이용되곤 했다. 묘지에서는 곡성이 끊이지 않았고, 문드러져 썩어가는 시신의 냄새로 주변은 숨쉬기도 괴로울 정도이다. 게다가 그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새나 짐승들에 의해 죽은 자의 몸은 어느 새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타림은 대표적인 수행 장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사실 이제 막 출가한 새내기 스님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장소였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소나 스님은 시타림에서의 힘겨운 수행을 계속했다. 게다가 쉬는 시간도 없이 밤낮으로 정진하며 경행(經行)하다 보니 발에 상처가 나, 경행처는 피로 얼룩져 마치 도살장처럼 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나 스님은 홀로 명상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항상 열심히 정진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집착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여러 가지 번뇌로 마음 역시 자유롭지 못하구나. 나의 속가에는 많은 재산과 보물이 넘쳐나니, 나는 그것들을 마음껏 쓸 수도 있으며, 또 그것들로 복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속가로 돌아가 내 재보를 즐기며 복을 짓는 편이 나은 것은 아닐까?”지나친 정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된 것이었다.

부처님은 이런 소나 스님의 마음을 아시고는, 그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는 물으셨다. “소나야! 네가 속세에 있을 때 거문고를 잘 다루었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어떠하더냐? 거문고 줄을 지나치게 팽팽하게 한 채 튕기면 그때 제대로 된 소리가 나더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거문고 줄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한 채 튕기면 그 때는 제대로 된 소리가 나더냐?” “아닙니다.” “그럼 거문고 줄을 적당하게 맞추고 다룰 때는 어떠하더냐? 제대로 된 소리가 나더냐?” “그렇습니다.” “소나야, 바로 이와 같은 이치니라. 정진 역시 너무 지나치면 마음에 동요나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며,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며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게으름이니라.”

올바른 견해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롭고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정진은 때로는 집착이 되어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삶. 가장 적당한 상태로 조절된 거문고 줄이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처럼, 적절한 긴장감과 편안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최적의 상태로 인생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jaranglee@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