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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인과법 철저히 믿었던 혜암 스님

기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기적이 아니고는 해결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해결 방법으로 기적에 기대를 거는 것을 볼 수 있다. 종교계에서도 보면 기적을 강조하는 교리에 쉽게 젖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는 인과(因果)의 종교라고도 한다. 불교에 귀의하여 불자가되려는 사람은 절대 기적이나 우연한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불교에 발을 들이는 순간 영원히 우연이나 요행, 기적과는 담을 쌓아야 올바르게 신행활동을 할 수 있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다. 수행은 코끼리 같이 한발 한발 실천실답 해야지 토끼가 뛰듯이 깡충 넘어 뛸 수는 없다. 그래서 실천행의 상징인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타고 있는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인과를 믿은 분이 계셨다. 스님께 직접들은 얘기다. 상원사 선원 안거 때였다. 그해 안거 때 건달바 같은 수좌가 한분 있었는데 이사람 저 사람께 시비를 걸어 툭하면 싸우고 행패를 부렸지만 누구한사람 말리지 못했다. 모두가 움츠리고 있자 더욱 기세등등해 온통 수행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몇 분 스님들은 스스로 떠나기 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님은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시려고 더욱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흩트러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애쓰는 걸 보자 그 수좌는 자기 생각대로 선방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꾸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어떠한 대꾸도 없이 더욱 수행에 매진하려 하였다.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시비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대꾸를 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무시 한다고 하면서 다짜고짜 스님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누가 말릴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스님이라도 반항하거나 하였다면 조금 덜 가해를 입었을 텐데 스님은 그러지 않았다.

오직 생각하기를 ‘지금 이유 없이 나를 때리지만 절대 이유 없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생에 아무런 맞을 원인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느 지난 생에 구타당할 일을 지었으리라’ 생각하고 지난 생에 당신이 괴롭힌 만큼 당하면 멈추겠지 하고 생각하며 순순히 맞았다고 했다. 얼마 동안을 맞자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 때려도 전혀 반항이 없자 어느 순간 때리기를 딱 멈추더니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같이 돌변하여 언제 그랬나 싶게 스님을 일으켜 세우고 미안하다고 사정했다. 스님이 괜찮다고 해도 자신이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백번 사죄 하였다.

그일 이후 다시는 횡포를 부리지 않았고 헌신하며 지난 잘못을 참회하고 대중을 지극히 시봉하였다. 그 스님은 이 법문을 하시면서 “그렇게 맞으면서도 오직 마음속에 결코 때리는 스님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 때리고 맞는 인과가 사라지기만을 염원했다”고 하셨다.

한번은 달라이라마 존자께서 감옥에서 괴롭힘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고 물었다. 존자님은 괴로움을 받으면서 혹시 자신이 괴롭히는 사람에 대해 미운 마음을 일어나지 않을까 가장 두렵고 힘들었다고 하셨다. 문화도 역사적 배경도 천만리 거리가 떨어져도 올바른 부처님을 바르게 믿는 위대한 수행자는 어찌 이렇게도 똑 같은지 놀라울 뿐이다.

이토록 철저히 인과를 믿었던 스님께서는 후일 조계종 종정까지 지내시고 열반하신 혜암대종사 이시다. 처음 출가하여 스님의 이 법문을 들었을 때 정말 ‘불교는 위대한 종교다. 정말 위대한 종교다’라고 혼자 속으로 수십 번 더 외치면서 출가하기를 잘했다는 긍지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 인과를 말하고, 글을 쓰면서도 큰스님을 생각하면 하염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제주 약천사 부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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