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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니르바나

기자명 법보신문

남도의 무르익은 봄기운을 따라서 가다가 한때 구산선문의 하나로 남종선의 종가였던 보림사에 도착했다. 하루해는 어느덧 앞산에 걸려 무여열반을 나투고 비로자나 부처님은 침묵으로 증명하고 있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불꽃이 소멸하여 적멸에 든 도량은 점점 평온한 어둠으로 깊어가고 있다.

부처님 출가제일과 열반제일 사이 불교도 경건주간을 맞이하여 보림결사라는 새로운 원력으로 도량을 결계하는 불사에 동참했다. 가지산문을 연 보조 체징선사는 오늘날 조계종 종조로 추앙받고 있는 도의국사로부터 법을 받은 염거선사의 제자로 이 절에서 20여 년간 주석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 내었다. 우리나라 선종의 발원지인 참으로 유서 깊은 도량이 그 간의 쓸쓸함을 떨치고 새 인연을 맞이하여 법신 광명으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이 인도에서 달마대사로부터 중국에 전해지고 다시 우리나라에 전해진 뚜렷한 족적이 찍힌 도량에서 선방에 앉아 밤새워 정진을 하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부처님의 일대사 인연이란 열반묘심을 증득하여 열어 보이고 열반에 이르는 길을 몸소 시현하여 보여 주었으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깨달아 열반에 들어가게 하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영화로운 길을 버린 출가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열반이야말로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발견이며 불교의 가르침이 위대함을 증명하는 근간이 된다. 그러나 오늘의 부처님 제자들은 승속을 떠나서 열반을 제일가는 목표로 삼아 정진하고 있는지 참으로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출가한 사람이 공부에 큰 힘을 얻지 못하면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 다시 세상에 기대려고 하게 되니 젊었을 때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은사스님 말씀이 큰 경책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처음 출가 할 때는 세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난 인연은 오직 열반을 성취에 두고 부모형제와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이러한 출가야말로 최상의 복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이루어 놓은 공부는 적고 아직 업력의 불길이 다하지 못했음에 다시 한번 출가정신을 되돌아본다. 부처님께서는 위대한 통치자의 길마저 떨쳐버리고 출가를 단행하여 성도를 통한 열반을 증득하였는데 무슨 하찮은 이유를 나열하여 다시 넌더리나고 지겨운 세상에 기대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수행이라는 본분에 충실한 것이 진정한 프로 출가자의 길이니 그 길이 아니면 지금 여기에서 또 다시 버리고 떠나야 할 것이다.
밤사이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뜰 앞에는 백목련이 하얀 천진을 토하고 있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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