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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칼럼]지도층의 탐욕을 슬퍼함

기자명 법보신문

일상적 소유욕 넘어서는 지도층의 탐욕
국민들의 불만과 허탈, 공격심을 키운다

한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독립된 신생국가로서 그리고 곧 공산세력의 침략으로 나라가 미증유의 경제적 파탄과 심신의 생활고를 극도로 맛본 희유의 나라다. 이런 나라가 지금 세계 10대 무역국의 반열에 올랐고,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서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바깥 외국인들의 눈으로서 실로 경이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인이 깜짝 놀란다. 그러나 정작 안에서 우리는 우리가 이룬 업적에 대하여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 거의 없다.

사람들의 눈은 박력 있고 몸동작은 활발하나 희망의 생기가 없고 눈매가 거칠며, 소리가 시끄러우나 내용이 부실하고 영양가 없는 농담조의 헛소리가 판친다. 왜 그럴까. 역대 정권들이 우리 현대사를 지나치게 매도해서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를 잃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이 나라의 지도층들이 너무 탐욕스러워 보통사람들이 살 재미를 잃은 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긴다.

보통사람들의 생활태도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내일, 소유욕의 허기를 채우기 위하여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런데 그 소유욕을 만족스럽게 채운다는 것은 본질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소유의 만족을 알려주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가 온통 소유욕의 충족을 위한 전쟁터가 되면, 나라는 언제나 영일이 없이 고달파지고 소유에 의한 한풀이로 질투심과 대등심이 부글부글 끓는다. 보통사람들은 다 소유욕의 만족을 위하여 온갖 모험을 감행한다.

그런데 나라의 지도층들이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소유욕보다 더 탐욕스럽다는 것이 알려지면, 보통사람들은 지도층들이 온갖 편의와 수단들을 다 동원해서 쉽게 소유욕을 채웠다고 단정한다. 그래서 그들은 화가 나고 증오심으로 지도층들을 무의식적으로 대하게 된다. 나는 돈 버는 일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이 부자로 산다는 것을 나무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부자 기업인들이 많이 생겨 나라를 부하게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난한 나라는 서럽고 비참하고 불쌍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부하고 국민들이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품위 있는 문화국가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국가의 지도층들은 탐욕스러워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만큼 지도층이 국방의무를 기피한 비율이 이렇게 높은 선진국이 세상에 또 있는가. 우리나라 지도층만큼 그들의 자제들에게 군복무를 미필케 한 일류국가가 또 어디 있을까.

지도층이 탐욕스러우면, 보통사람들은 그들의 소유욕을 넘어서는 다른 인생의 가치를 거의 찾지 않는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는 소유욕으로 더 큰 불만과 허탈과 타인들에 대한 예리한 공격심을 갖고 세상을 살게 된다. 지도층의 탐욕이 소유욕을 넘어서는 대승적 생활심리를 보통사람들에게 빼앗아버린 격이다. 노자는 『도덕경』 32장에서 ‘도는 항상 무명이다. 통나무는 비록 미미하지만, 천하가 감히 신하로 부리지 못한다. 후왕(권력층)이 만약 이런 도를 지킬 수 있으면, 만물은 저절로 따르게 될 것이고, 천지가 상합하여 감로수를 내릴 것이다’고 언명했다.

이것은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덕담이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의 진리를 말한 것이다. 만약에 지도층이 만인이 좋아하는 소유욕을 넘어서는 고결한 존재방식을 보여주면, 보통사람들은 그들의 소유욕이외에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인생의 존재방식을 유념하게 되리라. 그리고 인생이 소유로 다 평가되는 것이 아님을 피부로 배우게 되리라. 통나무는 이름도 없고 미미하지만, 고대사회에서 만인에게 생활필수품을 보시해주는 원료의 보고였다.

통나무는 스스로를 보시하는 마음의 상징이지, 탐욕의 대명사가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 지도층의 탐욕을 슬퍼한다. 나는 보통한국인들이 마음의 감동을 받기만 하면, 위대한 역사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도층이 탐욕적이면, 우리 모두를 깊이 공명케 하는 위대한 정치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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