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가죽사용 금지 계율’ 왜 생겼을까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4.07 15:06
  • 댓글 0

불살생-호화사치 막기 위한 방편

가죽 허리띠 사용은 스님 위의에 어긋나

한 동물보호단체의 조사보고에 따르면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인간의 고급 외투를 위한 재료로 이용되기 위해 희생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에게 각광 받는 모피코트의 경우 1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밍크 100~200마리를 필요로 해 매년 수십만 마리의 밍크들이 밀렵된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사치스런 욕망은 생태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동물 가죽을 얻기 위한 인간들의 마구잡이식 포획으로 먹이사슬 구조가 깨졌을 뿐 아니라 해마다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해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 가죽을 이용한 피혁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제정까지도 청원하고 있는 상태다.

세간의 비난이 계율 제정 배경

뭇 생명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불살생을 불자들이 지켜야 할 으뜸 계율로 제정한 불교에서도 동물의 가죽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
율장에 의하면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소가죽을 지녀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는 자는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어떤 가죽도 지녀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는 자는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라며 동물들의 가죽 사용을 금지해 왔다. 이는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는 것도 곧 살생과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인도사회에서 동물 가죽은 값비싼 고급 제품이었기 때문에 출가수행자가 동물 가죽을 사용한다는 것은 세간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처음부터 동물가죽 사용을 금지했던 것은 아니다. 『사분율』‘피혁건도부’에 의하면 부처님은 수행자들이 두 겹의 가죽신을 신는 것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가죽 침구도 사용할 수 있다고 허락했다. 이는 당시 가시와 자갈이 많은 지역에 살던 한 비구가 맨발로 다니다 발을 다치자, 이를 본 부처님이 두 겹의 가죽신을 신는 것과 가죽 침구사용을 허용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가죽신과 가죽 침구사용을 허락한 이후 출가자들이 호랑이, 사자, 표범, 수달 등 대형 동물들의 가죽을 살아있는 그 모습대로 침상과 의자에 까는 것을 즐기자, 이를 본 일반 사람들이 ‘마치 애욕을 즐기는 재가자들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를 들은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큰 동물의 가죽들을 지녀서는 안된다. 곧 사자, 호랑이, 표범, 코끼리, 수달 등은 평상에 깔고 침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다시 가죽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와 관련 계율을 전공한 동국대 김미숙 박사는 “붓다 스스로 극단적 고행주의를 배격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죽 사용을 허용했지만 청빈함을 지향하는 출가수행자가 필요 이상의 가죽을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박사는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죽이는 일이 빈번해지고 또 출가수행자가 당시 값비싼 가죽을 사용함으로써 세간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자 이를 경계하기 위해 계율로 제정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악어지갑’등 고가 자제해야

그럼에도 최근 출가수행자들이 지나치게 호화스런 동물가죽용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스님들이 악어가죽으로 만든 지갑을 들고 다닌다거나, 복식 규정에도 없는 가죽 허리띠를 비롯해 심지어 유명 상표가 달린 고급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승단이 지나치게 세속화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이런 행위가 스님으로서의 위의에 어긋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현대사회에서 가죽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출가수행자로서의 기본적인 위의는 갖추어야 한다”며 “특히 스님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용하는 고급 지갑, 가죽 허리띠 등은 율장 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전통 복식 규정에도 맞지 않은 희귀한 풍속”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승단이 세속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출가수행자 스스로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지키고 따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며 “이것이 승단이 세속화되는 것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