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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상대방 존중’ 깨우쳐준 스님들

함부로 상대방을 저울질 하던 내 모습
일타 스님 법문에 경솔함 깨닫고 참회

강원시절 방학은 정말 구도의 기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에서 읽거나 또는 도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어떤 스님들에 관해서 이야기 들으면 직접 찾아가 봐야 직성이 풀렸다. 때로는 소문을 듣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가지만 기대에 영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런 성격 덕분에 나름대로 많은 스님들을 친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칭찬 자자했던 스님을 직접 만나보면 그 당시 내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어찌나 호기심이 많았는지 한번은 당시 화제가 되었던 비구니 스님도 직접 찾아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스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님들의 견해가 너무 극단적이라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학인 신분이니 사미였지만 비구니를 찾아가보자고 하니 도반들은 모두 거절했다. 결국 혼자 찾아갔다. 애써 찾아갔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단지 친견하고 싶어 왔다고 하니 시자 스님이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혼자 생각하니 큰스님을 시봉 할 때 친견 온 많은 사람들을 돌려보낸 적이 많았는데 그 과보를 받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시자 스님과 차를 나누다 보니 인연의 갈래가 있어 신뢰를 회복하고 만날 수 있었다. 시자 스님은 비구가 이렇게 친견하겠다고 찾아온 일이 처음이라고 했다. 당시 생각으로는 도력이 있다면 상대의 신분은 아무런 문제될 것 없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참으로 순수 한 때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만났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몇 마디 주고받자 그 비구니 스님께서 어쩐 일인지 “요즘 비구 스님들이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지요?”라고 하면서 세간의 소문을 무척 의식하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 몇 마디 꼭 물어보고 싶었던 말들도 있긴 했지만 자신의 주변의 일로 고뇌(?)하고 있는 도인에게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묻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도반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자세히 들어보니 누구 한사람 직접 만나본 사람은 없고 모두 입으로 전해들은 이야기를 되씹고 있을 뿐인 것을 알았다. 이렇게 누군가를 직접 만나 뵙고 나름대로 판단을 한 다음부터 상당기간 어떤 스님에 대해 애기하는 것을 들으면 자신이 그 스님의 본지풍광을 알고 있는 양 우월감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 직관적으로 판단한 주관적인 견해 이면에 내가 알지 못한 깊은 무엇이 숨겨져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법문이 있었다. 지족암에서 일타 큰스님께서 부산의 한 신행 단체에게 설해 주셨던 법문이다.

당나라 때 이고는 일찍이 낭주 자사가 되었다. 부임한 그곳에서 약산유엄(藥山惟嚴) 선사에 관해 많은 소문을 들고는 찾아가 뵈었는데 스님의 왜소한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하여 혼잣말로 ‘얼굴 보는 것이 소문 듣는 것보다 못하군.’ 이렇게 말하자 귀 밝으신 유엄 선사께서는 ‘자네는 귀는 귀하게 여기면서 눈은 어찌 천하게 여기는가?’라고 혼잣말을 하자 이를 들은 이고는 즉시에 사죄하고 법을 청하여 물으니 유엄선사께서는 단지 ‘운재청천수재병’ 이라고 법문하셨다. 낭주 자사 이고는 이 말을 듣고 크게 안목이 열려 시를 지어 바치고 일평생 스님을 존경 했다고 한다.

연득신형사학형(鍊得身形似鶴形) 수행하여 얻은 몸은 그 형상이 학과 같고 / 천주송하양함경(千株松下兩函經) 천 그루 소나무 숲 아래에는 경전 두어 권 / 아래문도무여설(我來問道無餘說) 내가 와서 도를 물으니 딴말은 없으시고 / 운재청천수재병(雲在靑天水在甁)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고 하네.

어쩌면 당 현종 때 낭주 자사 이고는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 법문을 들은 이후는 무작정 큰스님을 뵙겠다고 찾아다니지 않고 스스로 내공을 더 길러야겠구나 하고 반성하고 그동안 함부로 저울질했던 스님들께 혼자서 몰래 참회 드렸다. 

제주 약천사 부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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