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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 길상사 전 회주 법정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대운하 반대하는 민심을 받들라”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와서 생명의 존엄성이 크게 손상돼 사람들은 걸핏하면 폭행을 일삼고 무작위로 살해를 합니다. 이는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과거 우리는 어린 싹이 자라는 과정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흙을 멀리하고 도시·산업·정보화 사회에 살다보니 삶이 메말라 인간의 설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보다 편리하게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인성은 과거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죽이는 일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들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겉모습은 다를지라도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인드라망 같은 생명의 연결고리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생태계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방방곳곳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습니다. 산하대지는 이미 이곳저곳이 파헤쳐져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운하 건설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끔직한 재앙입니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 거론하고자 합니다.

국토는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

이 국토는 한 두 사람의 생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결코 아닙니다. 어떤 한 정치인의 번뇌로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 국토는 조상 대대로 이어 내려온 우리의 영혼입니다. 또한 살이자 뼈입니다. 후손들에게 남겨줄 땅이기도 합니다. 이런 땅에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 국토에 대한 무례이고 모독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 땅은 많은 생명체들이 서로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의 목적이 물류와 관광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표의식, 경제논리에 의해 이 신성한 땅을 유린하는 것은 대단히 무모하고 망령된 생각입니다. ‘물로 실어 나르는 일’, ‘먹고 마시는 일’을 위해 거대한 운하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잘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결코 합리적인 정책이 아닙니다. 서울과 부산 사이를 넓은 바닷길로 실제 운행한 회사가 정부의 보조를 받고도 타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았는데, 댐을 만들고 다리를 허물고 산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 운하가 어떻게 경제성이 있다는 것입니까.

또한 운하는 이미 세계적으로 사양 사업입니다. 미국이고 유럽이고 물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운하를 원하는 사람은 이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이들이 아닙니다. 땅값이 오르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입니다. 벌써부터 운하 주변으로 들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건설업자들도 관심을 가질 사안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관심 밖이고 또한 반대입니다.

강은 이리저리 구불거리고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것을 직선으로 만들고 웅덩이를 파서 물이 흐르지 못하게 채우고 강변을 콘크리트로 쌓아 둔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강이 아닙니다. 기상이변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지성 호우는 토막난 강 수로에 범람을 일으켜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것입니다. 실제 1920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강이 범람해 2000여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운하의 위험한 한계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운하는 항상 물을 채워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호우에 강이 범람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운하가 가뭄을 막아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운하에서 물을 마음대로 뽑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홍보물의 그럴싸한 그림들로 순진한 지역 주민들을 속이고, 또 엉뚱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시키는 일은 지극히 부도덕한 행위입니다. 문경이나 상주를 부산과 같은 항구 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하는 것도 비열한 속임수입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 일부 의원들이 뉴타운, 재계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해 근소한 표차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도 국민을 기만한 비열한 처사입니다.

청계천은 개천을 복원한 것이지만, 대운하는 멀쩡한 우리 국토를 흔들고 파헤치고 토막 내 만들겠다는 지극히 반자연적인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에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들지 않는 것은 운하가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비싼 물가, 언어 소통 능력 부재, 불친절 등이 원인입니다.

있는 자원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운하를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업이 이 땅에서 이뤄지면 커다란 재앙이 될 것입니다. 국토해양부는 내년에 대운하 건설 사업을 착공해 대통령 임기 내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졸속한 생각 자체가 국민 저항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입니다.

우리 대다수는 무모한 대운하를 반대합니다. 서울대 교수는 물론 국민의 3분의 2이상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모한 구상과 계획을 사전에 막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신성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살다 가신 조상들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현재의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 직면한 중대한 사안임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제 몸의 부품을 수리하면서 느낀 몇 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죽습니다. 제가 크게 앓고 나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또 나를 둘러싼 사물에도 고마웠습니다. 치료하는 동안 구토가 나서 50일간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체중이 50kg까지 줄었습니다. 당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후회 없이 마음을 열어 놓고 살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는 것은 바로 인간 관계입니다. 가족, 친지, 직장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항상 서로간의 관계입니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도 실제로 잘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세연을 접어야 할 것입니다. 아니, 당장 내일 운명을 달리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아 있는 이때 나를 비우고 매듭을 풀어야 합니다.

옹색함서 벗어나 마음을 비워라

바쁘고 좋은 날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세상을 보다 지혜롭고 너그럽게 살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마음을 어떻게 잘 쓰느냐 입니다. 이 세상을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흔히 절에서 마음을 찾는다고 합니다. 참선할 때 염불할 때 마음을 찾는다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이는 관념적인 소리일 뿐입니다. 마음을 제대로 잘 써야합니다. 쓸 줄 알 때 내 마음이 열립니다. 순간순간 하루하루 내 마음을 활짝 열고 살면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나를 반기고 받아드릴 것입니다. 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 없는 사람과 집안이 어디 있겠습니까. 피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요. 치료를 하면서 든 생각이 이 나이에 이 일을 해야 하나 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남만 앓고 나는 아프지 않는다면 얼마나 오만해 지겠습니까. 생로병사는 이 세상 누구나 경험하는 것 입니다. 이 과정을 수행으로 삼으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달마 스님은 “마음, 마음이여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받아들이다가도 그 마음 한 번 뒤틀리고 억눌리면 바늘 하나도 꽂을 자리 없다. 그게 우리 마음이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하는 것은 우리 본마음이고, 바늘 하나도 꽂을 자리 없이 옹색하게 뒤틀린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닙니다. 옹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닙니다. 서둘러 비우세요.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음속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참선, 염불, 독경하는 것은 내 마음을 온전하게 쓰기 위한 것입니다. 정진은 내가 내 마음을 바르게 활짝 열기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 다른 공덕은 따지지 마십시요. 이 순간, 정신을 차리고 활짝 열린 마음으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깊이 명심하세요. 그리고 하루하루 열린 마음으로 살면 삶은 즐거움이요, 또한 기쁨입니다.

정리=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이 법문은 길상사 전 회주 법정 스님이 4월 20일 서울 길상사 봄 정기법회에서 대중에게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법정 스님


1955년 효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 해인사 전문강원을 졸업하고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선원에서 안거했다. 송광사 수련원장,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4년 순수 시민운동인 ‘맑고 향기롭게’를 발의해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무소유』 『서 있는 사람들』 『텅빈 충만』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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