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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교 2040] 요람해군 3함대 사령부 호국 해광사

기자명 법보신문

바다 위 사천왕 길러내는 포교의

수병들 위해 병사-간부 법회 이원화 진행
묻고 답하며 스스로 깨달아가는 법회 특징

해군 3함대 호국 해광사는 법회에 꼭 필요한 의식 절차를 제외한 모든 허례허식을 버리고 수병들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묻고 대답하는 방식의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바다사나이는 멋지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바다사나이의 모습은 누구나 동경할 만큼 멋진 모습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는 해군은 어떠랴. 깨끗하게 차려입은 짙은 군청색 혹은 하얀색의 세일러 정복과 챙 없는 모자인 수병정모는 해군만의 마스코트다. 거대한 구축함 위에 일렬 혹은 이열로 나열한 해군들이 깔끔한 정복 차림으로 멋지게 태극기를 향해 경례하는 광경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멋진 해군’의 이미지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해군 3함대 사령부 호국 해광사(주지법사 이승환)에서 만난 해군 수병들도 그랬다. 해군 병사들은 ‘사병’ 대신 ‘수병’이라는 단어로 불린다. 말쑥한 정복차림으로 부처님 전에 오와 열을 맞춰 앉은 수병들은 모습은 ‘멋진 해군’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전해들은 해군 수병의 일상은 우리의 상상처럼 항상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수시로 출몰하는 중국 선박이나 미확인 선박들로 인해 24시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함정 내에서 생활하는 수병들의 경우 26개월 복무 기간 내내 배 위에서만 잠을 청해야 하는 어려움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함정이 곧 내무반이자 생활관인 탓이다.

해광사 법회에 참석한 3함대 소속 심재근 병장은 “보통 해군은 육군에 비해 편하게 군복무를 하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며 “그렇다보니 해군 수병들은 육군 사병들과 다른 어려움과 고충이 있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호국 해광사는 3함대 수병들이 해군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여러 곤고로움을 덜 수 있는 공간이다. 이승환 법사는 수병들이 마음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자유롭게 법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병법회와 간부법회를 분리해서 진행하고 있다. 수병법회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간부법회는 11시 30분부터 12시 이후까지 진행된다. 법회를 분리해서 진행하는 이유는 상명하복의 군복무 특성상 간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수병들에게는 다소 껄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사는 법문시간에 결코 앉아 있는 법이 없다. 하얀 칠판을 옆에 놓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적어가며 수병들과 대화한다. 일방적인 법문이 아니라 수병들이 질문에 대답하고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소통의 장이 바로 해광사의 법회시간이다. 이 법사는 “허례허식 없이 수병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주어진 시간동안 그들에게 필요한 얘기를 전해주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얘기나 최신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 법사는 매번 법회마다 처음으로 법당을 찾는 신병들 중 한 명을 불러낸다. 부처님 전에 향공양 올리는 법부터 어간을 지나다니는 법까지 기초적인 예절 교육을 가르쳐 제대로 된 불자로 만들기 위함이다.

해광사의 법회에 참석하는 수병들은 평균 30명 남짓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4월 20일 법회에는 56명의 수병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수병이 참석한 기록이다. 또 이날에는 목포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해남에 주둔하고 있는 예하 부대 소속 수병 8명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광사를 찾아왔다. 해남의 수병들이 목포까지 찾아와서 법회에 참여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해광사의 법회 참석 숫자가 지난 몇 달간 그리 많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해군 3함대 사령부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목포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부대 이전은 대한민국의 군대를 ‘작지만 강한 군’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국방개혁 2020’에 따른 사전 작업이었다. 이제는 부대 이전 후 정착기에 접어들면서 법당의 소문을 듣고 수병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군의 특성상 3함대의 병력은 각지에 넓게 퍼져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대 이전과 함께 추자도, 거문도, 욕지도, 흑산도 등 5개 도서 지역이 3함대 관할로 새롭게 포함됐다. 이 지역들의 수병들은 법회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에 군법사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위문활동과 함께 법회를 열어줘야만 한다. 육군처럼 대대법당 개념의 간이 법당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이들 섬에는 그런 법당조차 없어 평소에는 법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법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군포교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사는 “한국 불교의 미래인 군불자들에게 진정한 불교를 가르치고 싶었다”며 “군포교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지만 동생 같은 수병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회가 끝난 후 “해군 만세”를 외치는 이 법사와 수병들 사이에서 바다사나이들 특유의 끈끈함이 느껴졌다. 

목포=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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