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불만다라]18. 평등의 실천

기자명 법보신문

올바른 덕행만이 사람 가치를 높인다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자손과 재산과 토지를 바라지 말라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 되기를 바라지 말라
덕행과 지혜로서 떳떳한 사람이 되라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김장경 원심회 회장

석가모니부처님의 승가(僧伽)는 어떠한 집단이었을까? 당시 사회의 최고 계급인 바라문과 석가의 왕족이 있었는가 하면, 오물을 수거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똥 치는 니이티도 승가의 일원이었다. 석가모니는 당시 너무나 불평등으로 고통 받는 현실 사회를 개혁하고자 절대평등사회인 승가를 결성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처님의 승가는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에 이미 빈부와 귀천 등 사회적인 신분과 소유에 관계없이 승가에 먼저 입문한 순서로서 차서를 정했던 만큼, 실제 생활에서 평등을 구현해 냈던 것이다. 경전에서는 이러한 승가에서 신분의 불평등을 극복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 중에서도 니이티의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다.

똥 치우는 니이티의 출가 허락
『장로게』, 『현우경』, 『대장엄경론』등에 의하면 ‘똥 치는 니이티, 또는 스니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니이티라는 가난한 사람이 부잣집을 찾아다니며 변소를 치고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난한 니이티는 머리는 길게 자라고 옷은 더러워서 그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하였다. 하루는 통에 가득한 오물을 등에 지고 이를 버리러 성밖으로 가는 도중에 아난다와 같이 걸식을 하고 계시던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다. 니이티는 자기 직업이 천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황급히 샛길로 들어가 부처님을 피하려 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당황하여 길을 피하려고 하다가 길가 남의 집 벽에 부딪쳐 똥통을 전부 엎지르고 말았다. 니이티의 옷과 그 일대에 악취가 가득 찼다. 니이티는 더욱 부처님 뵙기가 황송하고 부끄러워서 머리를 푹 숙이고 길가에 서 있었다.

부처님은 이러한 니이티에게 다가가서 ‘니이티야 길을 피하지 마라. 설사 너의 옷이 더러워졌다고 할망정 너의 마음이 더러워진 것은 아니다. 너는 몹시 착한마음을 갖고 있으므로 아름답기 한이 없는 향내가 네 몸에서 풍겨 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천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 부처님의 이와 같은 말씀을 들은 니이티는 그때에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출가하기를 원했고 부처님은 차별 없이 니이티의 원을 받아들이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니이티에게 법을 설하셨다. 나의 법은 깨끗한 물이 모든 더러움을 다 씻어 깨끗이 하는 것과 같아서, 빈부(貧富)나 종성(種姓), 남녀의 차별 없이 모두가 들어오도록 문이 열려 있다. 그 문은 오직 진리를 향한 구도의 길로 향하는 문이다. 비천한 가문의 출신인 우팔리, 빈궁했던 슈라타도 제도하였고, 심지어 어리석은 사람, 욕심 많은 사람들 까지 나는 이 모든 사람들을 근기에 따라서 인도할 뿐이다. 내 법에는 편당(偏黨)이 없고, 오직 평등을 실천하여 정도(正道)를 가르치고 모든 생명이 안온에 이르는 길을 열어 보일뿐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말을 듣고 니이티는 출가할 마음을 굳게 하였다. 부처님과 아난다는 니이티를 큰 강가로 데리고 가서 손수 그의 더러운 몸을 씻어 깨끗하게 해줬다. 그런데 사밧티 성의 사람들은 니이티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욕설을 퍼부었다. 부처님 승가에 공양을 올리면 똥 치는 니이티도 공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원망의 마음에서 였다.
 
물질 노예돼 겉모습으로 판단
그러나 부처님은 어떠한 나무에서도 불꽃은 피어나고 아름다운 연꽃조차도 더러운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듯이 가문이나 직업에 의해서 귀하고 천함이 결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참다운 덕행에 의해서만 사람의 가치는 정해진다고 사람들을 설복시키셨다. 부처님의 자비에 힘입어 니이티는 열심히 수행 정진한 끝에 곧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이러한 부처님의 편견 없는 행위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승가는 편견과 차별을 벗어나서 존재하였고, 참다운 가치로써 덕행과 자비의 실천이 존중되었다. 우리는 물질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동경한 나머지 물질의 노예가 되어서 삶의 참다운 가치를 상실하고 살아간다. 덕성 있는 사람의 심성을 보기보다는 겉으로 나타난 빈부와 귀천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리고 끝없는 탐욕에 젖어서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요즈음 고위직 공무원의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것이 세상의 비판을 받고 있다. 덕행과 지혜로서 떳떳한 사람이 되는 길을 열어 보이신 것이 바로 니이티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불평등과 비도덕성이 만연해 있는 것에 비한다면 부처님은 이미 3천년 전에 모두의 평등과 도덕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던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