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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논문 좀 정성껏 쓰세요”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이 5월 20일 컨벤션센터 하림각에서 개최한 학술회의. 학술상 시상식과 더불어 3명 학자의 발표와 토론이 모두 끝난 뒤 총평을 맡은 원로학자 인환 스님은 이날 발표된 논문들에 대한 평가보다 요즘 학자들의 학문태도에 대한 견해를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자료 구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인터넷은커녕 전산화도 되지 않았던 탓에 관련 논문 한 편 구하려면 이 대학 저 대학 도서관을 뛰어다녀야 했지요. 그러다보니 논문 한 편을 쓰더라도 정성과 애정이 참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료가 많다보니까 그걸 대충 엮어 논문을 쓰는 학자도 있는 것 같더군요. 자기 노력이 없는 논문은 가치가 없습니다. 논문은 발로 써야 합니다. 현장에 열심히 다니고 많이 고민하고 많이 연구하고, 또 어떤 논문이든 박사학위논문 쓰듯 정성껏 쓰시길 간곡히 당부합니다.”

인환 스님은 한국 근대불교학 2세대로 50~60년대 전통강원과 동국대에서 공부하고 이후 수십 년간 일본과 캐나다 등지에서 수십 년간 불교를 연구했던 팔순 가까운 노학자다. 이날 스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요즘 ‘날림 논문’이 많고 뚜렷한 자기 견해가 없다는 비판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논문의 질보다 논문의 편수가 학자를 평가하는 세태를 탓할 수도 있다. 또 거절할 수 없는 ‘요구’에 억지로 논문을 써야 한다고 애써 변명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닭이 황금달걀 낳는 게 성에 차지 않는다 하여 배를 가르는 행위가 어리석음일 뿐이듯 인정 때문에 법(法)을 파는 것 또한 이와 다를 수는 없다.

학자는 논문으로 말하고 명예로 산다고 했다. 논문에 혼이 실리지 않는다면 설령 당장의 비난은 면할 수 있을지언정 훗날 눈 밝은 이의 비판과 야유는 결코 피해갈 수 없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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