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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자성계

기자명 법보신문

허물 있더라도 후에 깨달으면 곧 부처
번뇌 걱정보단 깨침이 늦음을 살펴야

숲은 온통 초록으로 물결치는데 고절한 오동나무 보리 빛 향기를 들으니 봉황이 날아든다.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들녘에는 새로운 도량을 결계하는 듯 바둑판처럼 논을 고르고 물을 잡아 가두어 놓은 모습이 한 해의 농사를 가늠해 보는 것 같아서 더욱 엄숙하게 보인다.

결계와 포살로 더불어 여름 안거가 시작 되었다. 일체 흐름을 절단하여 해탈을 구하려는 수행자들은 바르게 계를 가짐으로써 선정의 물이 고이고 지혜의 달이 여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육조단경』에서는 앞 생각을 미혹하여 비록 허물이 있을지라도 뒷 생각에서 바로 깨달으면 곧 여여한 부처라고 했다. 발심한 사람은 마음이 바로 부처인줄 믿고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지 않으니 한 생각 허물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차리고 뒷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곧 깨달아 무심인 화두에 계합함으로써 일체 계상이 끊어지고 자성계를 성취하게 된다. 그래서 고인이 말씀 하시기를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깨침이 더딤을 살피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업력이 두터워 확실한 믿음을 성취하지 못한 사람은 끝없는 참회와 하심으로 진실한 마음을 드러내다보면 문득 앞뒤가 끊어지고 홀연히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니 죄의 성품이 공함을 깨달아 본래 청정한 자성에는 허물이 없음을 보게 된다. 시작도 끝도 없이 홀연히 일어난 장야의 무명이 몰록 걷히고 나니 남의 허물이 곧 나의 허물인 줄 깨달아 한량없는 자비심을 성취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허물만을 볼 뿐 타인의 시비선악을 보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이 마음이 본래 부처라는 믿음과 자비심이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성취되면 밖으로 구하는 허망한 분별심이 사라지고 오로지 눈앞에는 활구 의단만이 현전하게 된다. 그러면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난 인연이 오직 일대사를 밝히는 데 있음을 자각하여 대분심과 대용맹심을 자연히 갖추게 된다.

한 생각이 일어나 곧 살피게 되면 그치고 바로 그 자리에는 신령스런 지혜광명이 돈발하는데 이것이 알 수 없는 불무더기와 같은 화두이다. 화두는 바로 무심이기에 아는 생각이나 소득심으로 들어가면 죽은 생선처럼 빛을 잃어 버리고 공부 길이 막혀 버린다. 그러므로 오직 손댈 수 없는 살아있는 의단 하나를 성취하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귀한 보배인줄 알게 되니 일체 업력이 차례로 녹아지고 자비심이 우러나오게 된다.

자연의 재해 앞에 인간이 참으로 나약하고 어리석음을 보게 된다. 자비심에는 적이 없어 이념과 국경이 없으니 재해를 당한 사람들이 모두가 이고득락 하기를 발원해 본다. 세상은 참으로 무상하고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만한 호시절이 가기 전에 촌음을 아끼어 서둘러 묵은 업을 청산해야겠다.
어둠이 내리니 청개구리 울음소리 더욱 청아 하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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