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수련회서 첫 시행…110명 참석
종단 방침 따라 안거기간 정례화 예정
군종특별교구는 현역 군법사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5월 20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첫 포살법회를 봉행했다. |
“만약 대중들 가운데 계율을 어긴 허물이 있는 불자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부처님께 삼배를 올림으로써 스스로의 허물을 드러내십시오. 세 번 질문 받고도 허물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것은 고의적으로 망어죄를 짓는 것입니다.”
법상에 오른 군종특별교구장 일면 스님의 선포가 끝나기 무섭게 장궤합장을 한 110여 명의 군법사들이 108대참회문 봉독을 시작했다. 군법사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좀처럼 보기 드문 여법한 광경이 연출됐다. 경주교육문화회관 내 세미나홀을 울리는 낭랑하고도 웅장한 그 광경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문을 열고 들어와 한참을 서서 지켜보기도 했다. 현역 군법사 대부분이 참석한 군불교 사상 첫 포살법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군종교구의 첫 포살법회는 5월 20~22일 경주 보문단지 내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하계수련회에서 봉행됐다. 이번 포살법회는 지난 4월 24일 조계종이 공포한 ‘포살 및 결계에 관한 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이는 군불교 사상 처음으로 군법사 대부분이 참석한 포살법회였을 뿐 아니라 시행령이 공포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교구본사의 포살법회이기도 했다.
군종교구 종책의장 조길조 법사는 “지난 40년 동안 일부 군법사들이 개별적으로 포살법회를 연 적은 있지만, 모든 군법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포살법회를 봉행한 것은 처음”이라며 “군법사들이 그동안 군인의 신분으로써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겪어왔지만 이번 포살법회로 승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한 걸음 다가섰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살법회에 참석한 수도군단 이정우 법사는 “이번 포살법회가 많은 법사들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군종교구 소속 모두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며 군포교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살법회는 교육문화회관 세미나홀 내의 모든 시설물을 치우고 바닥에서 장궤합장을 한 채 진행됐다. 그러나 장소의 특성상 참가자들이 삼배나 오체투지를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군종교구는 “교구의 첫 포살법회였던 만큼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면서도 “앞으로는 종단의 시행령에 따라 사찰에서 진행되는 안거기간에 포살법회를 열어 더욱 여법하게 법회를 봉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면 스님은 “포살법회를 통해 법사들이 심기일전해서 부족하고 나태했던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며 “형식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참회를 이끌어 내는 포살법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청정한 교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