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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20. 무소유의 정신

기자명 법보신문

과소비 속에는 지혜 깃들 자리없다

잡념이란 잡념은 모두 끊어 버리고
먹고 입음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사람의 깨달음의 경지는
텅 비어 아무 흔적도 없기 때문에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알아보기가 어렵다
 - 『법구경』

이 게송 역시 아라한에 대한 찬탄이다. 이 게송에 앞서 ‘재산을 모아 두지 않고 검소하게 먹는 그런 사람의 깨달음의 경지는 텅 비어 아무 흔적도 없기 때문에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가르침에 이어 이 게송이 설해지고 있다. 재산을 모아 두지 않고 검소하게 먹고 사는 사람, 그리고 모든 잡념을 다 떨쳐 버려서 먹고 입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한 사람의 삶의 모습은 새가 허공을 날아가는 것처럼 텅 비어서 어떠한 모습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요즈음 세상의 뉴스거리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구토가 느껴질 정도로 먹고 사는 것이 추악하다. 살아 있는 동물을 생명으로 보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식탁에 올려놓을 먹을거리 정도로 생각한 데에서부터 문제는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 희생 강요하는 현대인의 식탁

불교의 가르침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펼쳐진 것이 아니라, 생명을 중심에 놓고 참다운 삶에 눈뜨라는 지혜의 가르침을 펼쳐 보이는 데 있다. 생명을 살리는 지혜로운 삶은 제일 먼저 자신의 몸과 입과 마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입에 대하여 경계하는 가르침이 많은데, 입으로는 좋고 나쁜 말을 내뱉는가하면, 온갖 음식을 섭취하여 이 몸을 살려가고 있다. 불교에서 입에 대한 경책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요즈음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 중에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서 얻는 먹을거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다른 생명을 살상시키지 않고는 먹고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요즈음 식생활이다. 우리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자연히 동물과 식물을 희생시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교는 인연연기의 법칙을 가르침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서로 관계 지어져서 함께 유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생명 현상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서로의 생명유지를 위해서 최소한의 것을 소비하고 가능하면 무소유의 정신으로 탐욕을 벗어나라고 가르치신 것이다. 생명이 서로 상생(相生)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법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삶의 방법을 3천 년 전에 깨우쳐주셨고, 스스로는 일일일식(一日一食)으로 80생애를 보내신 성자이시다.

부처님처럼 살기는 어려울 지라도 오늘날과 같은 욕망에 노예가 되거나 탐욕에 찌든 삶을 살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더더욱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주는 일을 자행해서는 인간의 삶이 너무나 어질지 못하고 부정(不淨)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생명을 잘 못 다룬 인과응보로 광우병이 엄습해 오고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의 환경을 송두리째 오염시키고 있다. 『십지경론』에 의하면 음식의 힘에 의하여 육신의 형색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것 자체가 부정한 모습, 곧 더러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음식에 대해서 절제하거나 식욕을 자제하지 않으면 참으로 더러운 모습으로 변모할 소지가 너무나 많다.

식탐 버려 육체 청정 지켜야

음식을 잘 다스려서 육체적인 청정을 얻은 뒤에는 마음의 청정 또한 가다듬어야 한다. 이어지는 『법구경』 게송에서는 사리뿟따 아라한을 칭찬한다. ‘아라한의 참고 견디는 마음은 대지와 같이 너그럽고, 수없이 여닫는 문을 지탱하고 있는 문지방처럼 의무를 다하며, 흙탕물이 모두 가라앉아서 맑은 호수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성자에게는 생사의 윤회는 다시없다’는 내용의 시구(詩句)이다.

너무나 거룩한 아라한인 사리뿟따를 시기한 한 비구가 부처님께 사리뿟따 아라한을 모함하고 험담을 했다. 부처님이 그 사실을 확인하시자 사리뿟따 아라한은 자신의 소회(所懷)를 말씀드렸다. ‘저의 마음은 마치 대지(大地)와 같아서 누가 꽃을 던져도 즐거워하지 않고 혹 대소변이나 쓰레기를 쌓아 두어도 불쾌함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출입하는 문 앞에 놓인 흙털이개와 같아서 누가 밟고 지나가도 개의치 않습니다. 더러움으로 가득 찬 이 몸에 대해서 어떠한 애착이나 혐오감도 지니지 않습니다’라고 부처님께 말씀드릴 뿐이었다. 참으로 사리뿟따 아라한은 ‘뜻이 문기둥처럼 견고하여 칭찬이나 험담에도 동요됨이 없었다’고 한다. 어떠한 변명이나 원망도 없이 대지처럼 묵묵히 자신의 수행을 되돌아 볼 뿐이었다.

오늘날 부처님의 수행을 본받으려는 우리 모두는 음식을 극소화하여 육체의 청정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우선 실천해 보자. 그리고 마음속에 모든 잡념과 집착을 떨쳐버려서 대지처럼 초연하고 문기둥처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허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의 발자취를 따라서 걸림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하고, 음식을 위시한 모든 물질로부터 참으로 벗어나는 삶을 살아가는, 수행하는 불자가 되도록 다짐해 본다. 올해도 바쁘게 부처님오신 날을 보내고 나서 부처님의 고요한 삶을 새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슴 가득히 엄습해 온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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