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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언제나 미소 머금은 종범 스님

평생 화내지 않고
사신 스님의 미소
마음 속 사표로 남아
절로 고개 숙여져

아름다운 인생을 망치게 하는 3가지 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탐내는 마음-탐(貪), 화내는 마음-진(嗔), 어리석은 마음-치(痴)이다. 이 세 가지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독으로 표현하고 엄격하게 단속 할 것을 부처님께서는 가르치셨다. 좋은 영양으로 몸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을 상하게 하는 독소가 없다면 먹는 음식이 모두 좋은 영양소가 되어 건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을 해치는 독소만 없다면 그 자체로 우리들의 삶은 더없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될 것이다.

어리석은 마음은 오랜 세월을 두고 지혜를 증장시켜야 없어지겠지만 탐욕심과 화내는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한 순간에 될 것도 같지만 이것 또한 오랜 수행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가끔 잔잔하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고는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말 일생동안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와도 한평생을 같이 살아보지 않았기에 스스로 쉽게 답할 수는 없지만 잠시 만나고 헤어진 수많은 인연들 가운데 저 사람은 정말 평생토록 화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다. 중앙승가대학 총장으로 계시는 종범 스님이다. 스님을 만나기 오래전부터 미디어로 스님의 법문을 자주 듣곤 했는데 직접 뵌 자리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얘기를 나누어 보면서 정말 스님 같은 성품이면 평생 화를 내시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언제나 잔잔히 미소 지으시는 모습과 찬찬히 하시는 말씀, 항상 적정한 높이의 목소리는 언제나 듣는 이로 하여금 더없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스님의 법문을 들을 때면 법문의 내용을 생각하며 귀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스님의 편안한 얼굴과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빨려드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스님을 친견한 이후로 언제나 마음에 짜증이 날 때면 종범 스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으려고 노력하곤 한다. 막연하게나마 큰스님의 외형적 모습이라도 닮으려 하지만 오랜 수행을 통해 넓혀 오신 성품의 바다에서 넘쳐 나오는 넉넉한 여유를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싶다.
예전에 누군가가 스님께 어떻게 한 번도 화를 내시지 않느냐고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젊은 시절 어느 시외버스 안에서 한 사람이 짐을 위에 올려 두었는데 버스가 요동치는 바람에 짐이 쏟아져 동승 객들의 옷을 더럽혔다. 그때 신사라고 느껴지는 한 분이 큰소리를 지르며 심하게 화를 내었다고 했다. 스님께서 보시기에 그 모습이 참으로 좋지 않게 느껴져 결코 화를 내는 일은 옳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후로 스스로 자제하며 화를 내시지 않게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생각하시는 것 또한 얘기를 듣는 나에게는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그렇게 한 번 결심을 하고 일평생 화를 내지 않으셨다는 말씀은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정말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올곧게 수행을 하셨기에 저렇게 하실수 있을까 그저 고개 숙여질 뿐이다.

큰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시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결함 많은 나의 생활에 마음 속의 사표가 돼주고 있으시다는 것을 부정 할 수 없다. 역시 사표가 돼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큰 기쁨인 것 같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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