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보문의 뜻 되새겨준 성운 대사

타인의 푸대접을 친절 서원 경책 삼은
성운 대사에게서 보살행 참 뜻 배워

외부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을 직접 만나거나 아니면 글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면서 일반 대중들이 받는 감동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때로는 대중의 찬탄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감동을 받아보려고 접근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아직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훗날을 기약하기도 한다. 분명 내 마음의 탓일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군중심리에 휩쓸려 한사람을 직간접으로 만나고 자신도 모르게 한없이 끌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만 불광산사를 이끄시는 성운 대사의 경우가 그랬다. 대부분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분이 이룩한 외형적 규모에 대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불광산사의 규모가 얼마나 된다든가, 국제 불광회 조직이 정말 방대하고 탄탄하던가 하는 등의 이야기였다. 정말 한 분의 스님이 일생에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정말 믿기지 않는 규모임에는 부정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직접 받은 감동은 그런 외형적 규모에서가 아니었다. 우연히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었다. 스님께서는 중국에 사찰을 지으시고 보문사(普門寺)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에 관한 짧은 법문이었다.

젊은 시절 책을 출간한 적이 있었는데 북경 어느 사찰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책을 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스님께서는 불법을 알리려는 순수한 생각으로 직접 책을 짊어 매고 긴 시간 머나먼 길을 기차도 타고 차량도 이용하고 또 걸으면서 오직 책이 비에 젖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북경 사찰에 도착했다. 점심도 저녁도 굶은 상태였는데 먼 길, 책을 전해주겠다고 온 자신을 환영할 그 누구도 없었다. 스님께서는 조그만 객실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담당자를 만나 사연을 이야기 하고는 책을 전했는데, 그 담당자의 태도는 고마움은 커녕 전해준 책을 정말 볼까하는 의심이 들도록 사무적으로 받아서는 한쪽에 두고 마는 것이었다.

스님께서는 자신이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기쁨과 먼 길 책을 전하겠다고 찾아왔던 일, 도착한 날 받은 박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조용히 서원을 세우셨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정성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것과 자신의 사찰을 찾아온 객들에게 이렇게 불친절하게 대한다면 누가 불교를 믿고, 그 누가 사찰을 찾아오겠는가’하는 생각을 하시고 훗날 스스로 절을 짓고 운영한다면 세상의 누구나가 즐거운 마음으로 참배오고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서원을 세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절을 짓고는 꼭 부처님의 가르침같이 누구나가 차별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사원이라는 뜻으로 ‘보문사(普門寺)’라 이름 붙였다고 했다.

우리들은 크고 작은 일에서 남을 탓하기도 하고, 대접받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항변하기 일쑤지만 자신이 겪는 어렵고 실망스러운 현실에서 누구도 다시는 그러한 일을 되풀이해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서원을 발하기는 쉽지 않다. 젊은 시절 그러한 인식이 스님으로 하여금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위대한 불국정토를 구현하게 했던 것이다. 나 자신도 억울한 일을 무수히 많이 당하기도 했고, 본의 아니게 푸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높은 서원을 세워 이 세상에 누구도 다시는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서원하지 않았던 터라 스님의 잔잔한 법문은 참으로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