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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세일 교수〈상〉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 당면문제 해결책 주는 게 선진불교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선진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듯이 불교의 선진화는 선진불교(先進佛敎)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선진불교란 무엇인가? 선진불교란 21세기라는 시간과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 빛과 광명이 되는 불교를 의미한다. 이 21세기라는 시간대와 대한민국이라는 공간대에 사는 오늘의 우리 중생들의 문제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당면 문제들과 어려움을 풀어주는 불교를 의미한다. 이 시대 우리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줄 수 있는 불교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선진불교는 다음의 4가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첫째, 시대불교여야 한다. 부처님은 수많은 진리의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이 시대에 맞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르침을 선별해야한다. 그리하여 이 시대 중생이 당면한 구체적 문제, 이 시대의 시대적 과제에 대한 답을 제공해야 한다. 이 시대의 문제에 답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것은 시대적 불교가 아니다.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 혹은 19세기적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면 더 이상 선진불교가 될 수 없다.

둘째, 중생불교여야 한다. 시대적 과제를 푸는 부처님의 지혜가 가장 쉽고 용이하게 효과적으로 중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중생을 위한 불교, 소위 ‘소비자를 위한 불교’가 돼야 한다. 공급자를 위한 불교가 되어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메시지의 내용도 그 전달하는 방식도 당연히 21세기에 맞고 이 시대를 사는 중생에 맞는 내용이고 방식이어야 한다. 이 시대를 사는 중생의 고를 해결하는 내용의 메시지여야 하고 그 방식도 중생이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방식이어야 하다.

셋째, 실천불교여야 한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종교는 허구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사회는 두 가지 큰 병을 앓고 있다. 하나는 공리공담(空理空談)이고 다른 하나는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이다. 학계도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거기서 우리 사회의 모든 병리현상이 나온다.

넷째, 세계불교여야 한다. 21세기 세계화시대를 사는 중생들의 문제를 풀어가려면 당연히 불교도 세계화되어야 한다. 그러면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무엇인가? 먼저 한국불교의 장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이웃에 알려주는 일이다. 적극적으로 한국불교의 장점을 이웃에 알려주는 것은 세계화 시대의 중요한 법보시(法布施)의 하나이다. 또 이웃 나라의 불교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야 한다. 이웃 나라의 불교와 그들 나라의 국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장점과 이웃의 장점을 결합하고 융합해 새로운 21세기 세계불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21세기 이 지구촌의 중생들은 핵, 테러, 인권, 인종갈등, 빈부격차, 환경파괴, 에너지부족 등등 수많은 새로운 문제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여러 가지 지구촌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불교와 이웃의 불교 속에 있는 장점들을 모두 모아 내어 21세기 새로운 세계불교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웃 나라 불교 장점 결합, 세계화 추구

이상의 4가지 방향으로 불교를 선진화하여 나가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두 가지 제도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첫째, 교육제도의 개혁이다. 승가의 교육제도와 일반불자의 불교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크게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승가의 교육제도를 크게 개혁하지 아니하면 21세기 새로운 불교, 선진불교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불교 리더십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몇가지 개혁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불교대학과 승가대학의 교육제도에서 특히 세속의 학문에 대한 체계적 종합적 이해의 기회를 크게 높여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불교학 이외에 일반 사회과학, 인문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의 교육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우린 말로는 세법(世法)과 불법(佛法)이 둘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동안 세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아니했다. 세법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이 시대 중생의 고통과 고민을 알 수 없다. 중생의 삶의 조건을 이해하지 않고 어떻게 중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 시대를 구할 수 있겠는가?

다음은 불교대학과 승가대학교육에 외국어, 외국역사 등 세계화교육과 IT, BT는 물론이고 첨단 과학기술교육을 포함하는 정보화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불교의 장점을 세계를 향하여 그들이 이해하는 세계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과 소통하지 못하고 IT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면 이 시대의 종교지도자가 되기 어렵다.

그리고 불교대학과 승가대학에서 평생교육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세상의 변화, 과학기술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한 번의 학교교육으로 세상을 따라 갈 수 없다. 한마디로 21세기는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의 시대이다. 승가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불교대학이나 승가대학을 졸업한 불자도 5년 혹은 10년 마다 새로운 향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지 아니하면 중생들과의 소통능력은 크게 떨어 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제도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불교교육제도와 승가의 자격제도를 연계해야 한다. 적어도 앞으로는 세계화되고 정보화된 내용의 고등교육을 받은 불자, 불교뿐 아니라 세간의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학문을 일정수준 필한 불자들에게만 승가의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이미 승가의 자격을 가진 불자들에게도 앞에서 이야기한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새로운 향상교육의 기회가 풍부하게 주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승가의 자격제도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개인수행에 역점을 두는 수행승(修行僧)과 중생교화에 역점을 두는 법사승(法師僧) 등으로 나누며 각각에 걸 맞는 교육제도와 자격제도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혁이다. 불교종단과 사찰의 조직과 운영원리, 즉 불교의 거버넌스를 크게 혁파해야 한다. 몇 가지 개혁방향을 제시하자면 우선 종단과 사찰의 조직과 운영을 점차 승과 속 간의 ‘일방적 수직적 통치(統治)’구조에서 ‘쌍방적 수평적 협치(協治)’구조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불교의 거버넌스를 ‘승속간의 통치구조’에서 ‘승속간의 협치구조’로 바꾸어 새로운 21세기 형 신불교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전통불교의 모든 제도는 산중생활을 하는 승려본위로 조직되어 왔고 그래서 불교발전을 위한 일반신도의 참여는 대단히 제한적이었다. 불교의 거버넌스를 이대로 두면 불교발전은 어려워질 것이다. 한마디로 좀 더 민주화하고 참여적 협력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종교단체에서 수행승에 대한 존중과 존경은 기본이고 원칙이다. 대학에서 교수와 학자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기본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누구나 잘하는 분야가 있고 못하는 분야가 있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특화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성과들이 모이면 사회 전체의 몫(pie)이 커진다. 이것이 모든 조직의 발전원리이다. 즉 특화(분업)와 협력의 원리가 그것이다. 이를 ‘협치의 원리’라고 부른다.

수행-교육-사찰경영 철저히 분리

수행승은 수행에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수행에는 타의추종을 불허하지만 종단과 사찰의 살림살이에는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단과 사찰의 경제적 살림은 전문경영인이나 회계사 등 신도중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자기수양, 사찰 운영, 교육기관 관리 등등 지금은 승가에게 너무 많은 것이 과부하 되어 있고, 일반신도 속에 있는 우수한 전문 인재들이 불교발전을 위하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을 생산적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러한 조직은 반드시 발전이 늦어지는 법이다.

또 새로운 승속간의 협치구조는 먼저 ‘투명성(transparency)’과 ‘설명력(accountability)’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해야 공동체 전체가 발전한다. 수행승은 수행에, 법사승은 교화에, 그리고 종단과 사찰의 관리와 경영은 전문신도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서 각자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그 결과가 투명하게 모든 공동체구성원들에게 보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승속간의 협치가 가능하고 공동체 전체의 발전이 가능하다. 어느 조직이던 투명하지 못하면 부패하기 시작하고 설명력이 없으면 야합이 등장한다.

또 새로운 승속간의 협치구조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승속이 공유하는 불교발전의 ‘목표와 과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불교를 선진화하기 위해, 즉 대한민국의 불교를 시대불교, 중생불교, 실천불교, 세계불교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중간 목표와 과제들을 설정하고, 그를 이루어 낼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이 강의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인 박세일 교수가 한국불교학회(회장 김선근) 주최로 6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불교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으로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박 세 일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노동경제 석사 및 법경제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및 컬럼비아대학교 법경제학연구소 연구교수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문민정부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및 사회복지수석과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한국경제학회 청남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불교와의 인연도 깊은 그는 광덕 스님과 법정 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고 불교를 공부했으며, 특히 1년에 한 번씩 성철 스님을 찾아 부처님께 3천배를 올리며 한 달 동안 수행하기도 한 독실한 불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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