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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근현대불교사] 동국역경원의 설립과 불경 번역 사업의 전개

기자명 법보신문

국가 차원에서 진행…2001년 한글대장경 318권 완간

 
한글 대장경 발간 편집회의 장면. 사진제공=민족사

1964년 동국대학교 부설 동국역경원 설립
정부·조계종·동국대 함께 참여한 대 역사
1971년 이탈리아의 밀라노 전시회에 출품
통불교적 관점으로 펴낸 ‘불교성전’ 인기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불경은 인도의 고대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되어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1세기 중반인 후한 초기에 불경이 한역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시기는 4세기 경이고, 중국을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경전은 한문으로 되어 있었다. 한문으로 된 불경은 지식인이 아니면 아무나 쉽게 읽을 수는 없었다. 불교가 나의 실체를 깨닫는 종교라고 한다면 그 깨달음을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경전을 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불경은 부처의 말이고, 참선은 부처의 마음이라고 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불경이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그 시대의 살아있는 언어로 번역 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경전을 번역하는 일은 전문 학자들의 몫이지만 이 방대한 작업은 어느 일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국가 또는 불교 종단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과제이다. 불경의 한글 번역 사업은 일제시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불교계 대표로 한용운과 함께 참여하였던 백용성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독립선언서에 서명·날인하였다는 죄목으로 2년이 넘는 감옥살이를 하였다. 그는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종교를 믿는 교인들은 모두 자기 종교의 경전을 읽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그 경전들은 모두 한글로 번역이 된 것들이었다고 한다. 백용성은 한글로 번역된 불경이 없다는 사실에 승려로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출옥한 후에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삼장역회라는 번역 단체를 만들어 역경사업을 시작하여 『금강경』『화엄경』 등 많은 경전을 번역하였다. 그의 번역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 모든 경전을 번역할 수는 없었고, 용어와 주석 통일이라는 점에 볼 때 한계점 또한 적지 않았다.

해방 이후 역경 사업은 1962년부터 불교계에서 논의되기 사작하여 1964년 7월 종립 대학인 동국대학교에 부설기관으로 동국역경원을 설립하고 30년간에 걸친 장기 계획으로 기획되었다. 초대 원장으로 이운허가 취임하였는데 그의 본명은 이학수였지만 일제시대에는 박용하라는 이름으로 활약하였다. 그는 중국에서 대동청년당에 들어가서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통화현에 배달학교를 설립하여 아동 교육에 헌신하였다. 이후 뜻한 바 있어 출가를 하여 1928년 조선불교학인대회가 개최될 때는 청담 이순호와 더불어 대회를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는 한학에 뛰어나 『화엄경』『열반경』『묘법연화경』 등 수 많은 불경을 번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불교사전』을 편찬하는 등 불교계의 편찬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한 승려이다.

동국역경원은 설립된 이듬해 6월에 한글 대장경 제1집 잡아함경을 간행하고, 파리(pali)어로 된 경전과 고승들의 언행록을 발간하였다. 파리어는 스리랑카와 미안마 등 남방 불교 경전에 쓰인 언어로 불교가 남방으로 전해지면서 경전이 파리어로 쓰여진 까닭에 불경의 원전은 파리어로 된 것이 많다. 그런 까닭에 원전을 공부하려면 파리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원전을 읽을 수는 없으므로 경전은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역경사업을 하는 데는 용어의 통일과 각주 원칙 등 번역 지침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국역경원은 역경용어심의회를 상설기관으로 두고, 심의위원들이 역경 문제에 관한 제반 사항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역경사업을 진행하는데는 무엇보다도 재원의 확보가 큰 문제였다. 동국역경원은 역경사업을 하는데 있어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을 필요성을 느껴 국회에 예산 지원을 요청하였고, 1965년 정기 국회에서 역경사업 보조비로 1351만3000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역경사업은 불교계의 현안 사안이었지만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차원에서 국고 지원받는다는 것은 이 사업이 국가적인 필요성에서 진행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으로 이듬해 제7집까지 간행된 『한글 대장경』은 한국출판문화대상을 받을 수 있었다. 1967년에도 1285만3000원의 정부 지원 예산을 확보하였다. 대장경을 간행하는데 투여된 예산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국고지원 7589만1000원원, 총무원 보조금 1040만1000원, 동국대학교 보조금 1040만1000원이었으며, 책의 발간으로 얻어진 수익금은 2억1443만7406원이었다고 한다. 역경사업은 국가와 조계종단의 재정지원을 받고, 동국대학교에서 재정 보조와 함께 전문학자들을 참여시켜 이루어낸 대역사였다.

역경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한학에 능한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였다. 당시 한학에 밝은 승려들은 많았지만 그들의 불경 번역이 대중들에게 쉽게 읽히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들의 번역에는 난해한 용어들이 있었고, 문장 자체가 어려운 곳이 있었다.

 
동국역경원에서 발행한 한글 대장경 일부와 불교성전.

그런 까닭에 번역을 할 수 있는 젊은 전문 인력의 양성은 시급한 과제였다. 역경 인재의 양성은 1967년 수원 용주사에 역경연수원을 만들고 2년 연한으로 10명의 우수한 인재들 선발하여 교육을 시작하였다. 역경연수원은 후에 용주사에서 불암사로 옮겼으며, 1971년에는 봉은사에 두어졌다.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번역 사업에 정성을 쏟은 결과 그 해 한국출판문화협회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국제서적전시회에 한글 대장경을 출품하여 세계에 선보였다. 동국역경원은 대장경의 한글 번역사업과 함께 현학적인 교리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불교를 접할 수 있는 지혜와 교훈을 줄 수 있는 『불교성전』 발간을 계획하였다.

이 계획은 조계종 총무원과 동국역경원이 교화사업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현실화되었다. 회장은 당시 동국대학교 총장 김동익, 부회장은 총무원 교무부장이던 송월주, 편찬위원장은 역경원장이었던 이운허, 편찬 책임은 박법정이 맡았다. 『불교성전』은 교파와 종파를 초월한 통불교적인 견지에서 평이하게 서술되어 여러 번 재판을 거듭하면서 불교를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불교성전』은 일반인들이 어디에서나 접하기 힘든 대장경을 한권으로 압축하여 재미있고, 알기 쉽게 쓰여 졌기 때문에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불경 간행 사업은 1975년 동국대학교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고려대장경영인본완간추진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박차를 가하였다. 영인본간행위원회는 총 8만여 장에 이르는 고려대장경의 조판에 대한 역사와 수록된 경전의 경명(經名)·이본(異本)·약명(略名)범명(梵名)을 밝힌 총설 해제와 한역자의 이름을 수록하고, 색인 작업을 하여 도합 48권으로 간행하였다. 동국역경원은 이 영인본의 번역 작업에 착수하여 2001년 총318권에 달하는 한글 대장경 번역본을 완간하였다.

현재는 9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마다 4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한글 대장경의 누락되고, 오역된 부분을 바로잡는 개역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전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번역은 한번 하였다고 해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번역되고,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가장 잘된 번역서는 성경이라고 한다. 그 까닭은 성경 번역은 여러 차례 진행되었고, 천주교와 개신교 측에서 공동 번역을 추진하여 많은 토론 과정을 거쳐 간행되었기 때문이다. 학문은 혼자서 하는 것 보다는 토론을 통하여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합하는 것이 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거친 성과물은 개인의 연구보다 오류가 적고 완성도가 높은 법이다. 불경은 성경에 비해서 그 분량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기 때문에 많은 전문학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토론을 통해 공동 번역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학문적인 성과는 얼마나 클 것이며, 그로 인하여 대중들이 얻게 되는 기쁨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김순석(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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