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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랑 박사의 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지 마라

승단이 비난 받는 걸 막기 위한 방편
남녀의 만남 주선, 신중 기해야 할 일

“어떤 비구이든 중매를 선다면, 즉 남자의 뜻을 여인에게 전달하고, 혹은 여인의 뜻을 남자에게 전달하여, 결혼이나 사통(私通)을 성립시킨다면, 설사 그것이 일시적인 것일지라도 승잔죄이다.”

율 조문 가운데 승잔죄 제5조로 등장하는 매가계(媒嫁戒)로, 스님들이 재가자들의 연분을 맺어주는 중매인의 역할을 하는 것을 금하는 조문이다.

빨리율에 의하면, 부처님 당시 사위성에 살던 우다이라는 스님에게는 많은 신자가 있었다. 그는 신자들의 가족과도 친분이 깊어, 딸을 가진 부모 앞에서는 다른 집 아들을 칭찬하고, 아들을 가진 부모 앞에서는 다른 집 딸을 칭찬했다. 이를 들은 부모들은 우다이 스님에게 중매를 서 줄 것을 부탁했고, 이런 식으로 그는 많은 중매를 서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마을에 살던 과부에게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는데, 마을 밖에 살던 사명외도(邪命外道)의 신자가 그녀를 며느리로 맞이하기를 원했다. 그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 뜻을 전달했으나 거절당하자, 사위성에서 신망이 높았던 우다이 스님을 찾아와 부탁했고, 스님의 중매로 결국 그녀를 며느리로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명외도의 신자는 며느리로 맞이한 여인을 처음 한 달 동안은 식사 준비 등의 가사만을 하게 하는 등 며느리로서 대우했지만, 점차 험한 일도 가리지 않고 마구 시키며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더 이상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며느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호소했고, 이로 인해 양가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여 결국 이혼으로 발전했다. 게다가 양가가 싸울 때 우다이 스님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도 있어, 그때까지 이 스님의 중매로 결혼해서 행복해진 사람들은 이 싸움에서 그를 옹호했지만, 불행해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행을 그의 잘못된 중매 탓으로 돌리며 비난했다. 이리하여 우다이 스님에 대한 세간의 비난은 점차 커져 부처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스님이 중매 서는 것을 금하는 매가계가 제정되었다고 한다.

이 인연담으로 부터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출가자에게 중매를 금하는 이유는 결혼생활이 행복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여러 가지 트러블이 발생하게 될 경우, 그 비난이 중매자인 출가자 본인에게로 쏟아지고 이는 곧 승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율 조문은 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유희를 위한 일회성의 만남도 그 대상으로 한다. 현대인의 사고로는 종교인이 일회성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당시 인도사회에서는 일시적으로 창녀를 사서 즐기는 문화가 하나의 관습으로 인정되고 있었으므로, 매가계에서는 이를 사통이라 하여 그 만남을 주선하는 것 역시 금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사찰에서 스님이 주례를 서고 불교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것은 매가계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스님이 직접 중매를 하고 주례까지 맡은 경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단지 의식만을 주관하는 경우에는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른 결혼생활을 해 나갈 것을 약속하는 자리에 보증인과 같은 입장으로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남녀 사이는 한층 더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시적인 만남도 그렇지만, 한 평생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경우라면 생각지도 못한 온갖 우여곡절에 조우하기 마련이다. 최종 선택도, 또 살아가며 기울여야 할 노력도 본인들의 몫이지만, 인연의 첫 연결고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중매인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자리에 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매가계는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이 얼마나 신중을 요하는 일인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도쿄대 박사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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