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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언제나 격의 없는 동주 스님

가식과 꾸밈없는
도반의 은사 스님
무례함도 덮어주는
너그러움 닮고싶어

언젠가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일상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들과 전혀 다른 시각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맛일 것이다. 그때 여행은 우리들에게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음을 절감하는 여행이 되었다.

파리에서 어느 대학생을 만났는데 한국스님이라고 하자 한국과 불교에 관한 주제로 얘기가 이어졌다. 그는 내가 놀랄까봐 먼저 농담이라고 말을 꺼내며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느냐?” 뭔가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었지만 답을 하지 않자 한국 사람들이라고 했다. 약간 기분이 좋기도 했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자 질문 한 학생이 스스로 답했는데 그 이유가 당시 나의 상상을 완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세상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일본의 눈치를 보는데 한국만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영국과 프랑스도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의 비위를 건드릴 만큼의 외교적인 감정표출은 절대 하지 않는데 한국은 일본을 향해 할 말을 다한다고 하면서 그런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얘기를 풀어갔다.

곰곰이 생각하니 일리가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 스님에 대한 이미지를 물었더니 콕 아프게 답해주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느끼기에 너무 권위적인 것 같다고 했다. 기분은 상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수긍이 갔다. 우리들은 풀 먹인 빳빳한 무명옷에 깔끔한 운동화를 신고 먼지를 털면서 다니는데 여행 중에 만난 티베트스님들은 권위적인 모습이 전혀 없이 샌들을 질질 끌면서 사람들과 허물없이 얘기하고 부대끼면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 출가자로서 지켜야 할 권위와 대중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 사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로는 대화중에서 때로는 글을 쓰면서 권위적이진 않은가 항상 경계하곤 한다.

언제나 남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위치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권위적인 모습을 띠게 되기가 십상인데 지금까지 만난 스님들 중에 권위의식 없이 언제나 친한 아버님같이, 때로는 승납을 떠나 다정한 형님같이 대해주시는 스님이 계시다. 서울 홍원사에 계시는 동주 원명 스님이시다.

사실 친한 도반인 성안 스님의 은사스님이시기도 하여 쉽게 친견 할 수 있었는데 언제나 우리들을 친구 대하듯 친하게 대해 주신다. 스님의 소탈함은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조금도 가식적이거나 꾸밈없이 말씀 해주셔서 당시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상상 할 수 있게 해 주시곤 하셨다. 스님께서는 범패를 전수하시어 현재 조계종의 어장이신데 일상의 모습은 항상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분이시다. 일전에는 통화중에 ‘스님! 우리 도반 성안 스님 주지 언제 시켜주세요?’라고 경솔하고 실례되는 질문을 했었다. 다른 스님이라면 화를 낼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실수했구나 멈칫하는데 스님께서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사형이 있으니까 사형이 먼저 주지해야지’하시면서 나의 무례함을 그냥 덮어 주셨다.

항상 너무나 친한 느낌에 쉽게 말을 하고 후회하지만 스님은 조금도 우리들을 탓하시지 않으신다. 스님께서 언제나 너그럽고 친근하게 우리들을 보살펴주시기에 맘속으로 항상 닮아가고 싶은 어른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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