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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맑은 영혼을 가진 원성 스님

세상을 정화하듯 그림 그리는 스님
고귀하고 맑은 영호 닮지 못해 부끄러워

호감형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정형화된 말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우리들은 이러한 느낌에 익숙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누구나 처음 만나는 타인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우리들은 호감과 비호감에 대한 판단을 불과 0.3초 사이에 해버린다고 하니 정말 숙세의 인연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좋게 비치게 할 수 있겠는가?

한동안 우리 교단이 폭력적인 이미지로 인해 힘겨울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얼룩진 불교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다시 맑고 티 없는 천진한 이미지로 바꾸어 심어 준 데는 원성 스님의 그림과 글이 큰 역할을 했다. 스님을 가까이서 대하다보면 스님의 그림들은 풍경화나 세밀화가 아니라 스님의 자화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듯이 다양한 풍경 속에서 원성 스님은 어쩌면 그토록 아름답고 천진한 이미지를 포착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절집 툇마루에서 여름 하오 웃통을 벗어던지고 수박을 먹으며 잡담할 때 대부분의 스님들은 위의를 지켜야 한다며 질타하기 일쑤였지만 원성 스님의 눈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천진불의 모습으로 담겨졌으니 정말 사람을 그릇으로 표현한다면 원성 스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정화하여 아름답고 천진하게 정화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요술램프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스님은 요즘 미술공부를 위해 영국에서 공부하는 중인데 지난 겨울 귀국 했을 때 잠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스님 환속해서 결혼했다는 소문 들리던데 어찌된 일이고?”라고 다짜고짜 물었더니 “큰스님들을 대상으로 험담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나도 이제 큰스님이 되려는가 보죠, 뭐” 하면서 빙그레 웃고 말았다. 그 소문을 뿌리고 다니는 상대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는데도 조금도 그를 향한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승려로서 치명적인 루머를 퍼트리는 당사자를 알면서도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수행자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님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항상 유쾌하고 더없이 맑은 그림 속의 이미지 그 이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미 온 국민을 감동시켰으면서 아직도 뭔가 더 학습하려는 것을 보면 언제가 또 한 번 뛰어난 작품세계로 우리들을 몰입시켜 행복으로 물들게 해주리라 믿는다.

언젠가 잘 알고 지내는 불자가 원성 스님이랑 함께 할 시간을 가질 것 같다면서 어떤 스님인지 물어왔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답을 해주었다. 내가 가까이서 느끼기에 원성 스님은 혼탁한 이 사바세계에 인간으로 윤회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혼인 것 같다고.

우리들이 괴롭고 힘든 것은 우리들 스스로 인식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님은 스스로의 대중적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그러한 것으로 우쭐해 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을 향한 대중적 시선을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로 되돌리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정말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도반 원성 스님의 고귀한 영혼에 동조되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쉽게 닮아지지 못하는 자신이 자꾸 부끄러울 뿐이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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