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수행]① 불교와 한의학의 건강관
[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수행]① 불교와 한의학의 건강관
  • 법보신문
  • 승인 2008.07.15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한의학 모두 자연적 순환구조 지향
 
불교와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위중한 질병은 우리 몸의 늦가을이며, 죽음은 우리 몸의 긴 겨울일 따름이다.

불교에서는 지수화풍의 균형이 곧 건강
생명에 대한 경건함으로 질병 관조해야

대략 2000년 전쯤 고조선과 고구려의 강역(江域)에 해당되는 지역과 중국의 북경 인근을 아우르는 영역에서 생리와 건강증진 이론을 다루면서 구체적인 치료 체계로는 침과 뜸을 중심으로 한 자연적 의학 체계가 문헌으로 정립된다. 이 문헌이 바로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책이다. 물론 이 시기에 동아시아의 남쪽에서도 농경을 기본으로 한 자연적 조건에 의해 약초에 대한 연구가 초보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내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체계화된다.

침구(鍼灸)와 한약을 중심으로 한 한의학의 현재 모습이 갖추어진 것은 대략 이 두 문헌이 완비되면서 부터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즈음에 인도와 그 인근지역에서도 풍부하고 다양한 약초와 요가나 마사지와 같은 자가 건강증진법을 포함한 인도전통의학이 성립되면서 불교의학의 체계를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두 의학체계는 대략 불교가 중국과 한국으로 본격적인 전파와 융성이 이루어지는 중국의 수ㆍ당대와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에 불교의학이론이 담긴 불경의 전파와 함께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에서 유래한 불교의학은 약물학과 이학요법 및 안과학 분야에서 특히 한의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승불교가 융성하던 시기에 출현한 용수(龍樹)의 고명도 불교의학사에 남게 되었던 것이다.

종교에서 추구하는 절대적 안녕과 달리 의학체계에서 모색하는 심신의 건강은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한의학에서 꿈꾸는 최적의 건강상태는 ‘조기치신(調氣治神)’이다. 이것은 신체적 생리기능을 주관하는 기(氣)의 작용이 정상적으로 고르게 하고 정신적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활력을 가진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인 건강개념으로 풀어보면, 진정한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신체 기능에 이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문제없이 편하며,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에 조화되면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 발전적으로 향상시키는 노력을 전개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건강은 바로 몸과 마음과 환경을 통합하여 인식하며, 역동적인 자기보전 현상으로 파악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주체적인 역동성으로 인해 불교의 수행은 의학의 영역에서 그 가치를 가지는 건강 증진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최적의 건강상태는 무엇일까? 불교는 이미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초월하는 해탈을, 연기의 사슬을 끊어 얻는 절대적 안식을 수행의 목적과 결과로 설정하였으므로 육신(肉身)의 안녕을 기본으로 한 건강에 대한 인식은 지엽적이고 하위적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세의 삶에서 건강한 신체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건강에 관한 고민과 해결책에 대한 노력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정신적인 안녕과 절대적인 가치에 매진하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신체는 하나의 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의 가치에 대한 보편적 동의에 따라 모든 불자들은 열반의 순간까지 신체가 불성과 덕을 담는 하나의 소중한 공간이며, 구도와 제도를 위해 소중히 지켜야 하는 내 불성의 터전이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구성 요소와 이들의 작용을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오행 중에서 수(水)와 화(火)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는데, 수(水)는 음(陰)의 대표로 오장 중에서는 신장(腎臟)의 기능을 발현하고 있고, 화(火)는 양(陽)의 대표로 심장의 기능을 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력의 근원인 물의 기운과 생명력 발현의 주체인 화의 기운이 상하로 잘 교류하는 것을 수화교제(水火交濟)라 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심신은 건강하고 평안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관점에서는 지ㆍ수ㆍ화ㆍ풍(地水火風) 사대(四大)의 균형을 건강의 기본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고, 수행의 궁극적 목표인 해탈의 과정에서 이들의 균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대의 불균형은 곧 질병의 기본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선을 포함한 불교 수행 과정에서 수화의 교제를 부수적인 목표로 설정하든, 사대의 균형을 도모하든 수행이란 근본적으로 깨달음을 체득하기 위한 실천이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인간과 우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향해 몸과 마음을 닦아 나가는 수행의 길은 힘겹지만 참된 기쁨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수행은 계(戒)·정(定)·혜(慧)의 세 가지 실천방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가끔 여러 가지 질병으로 방문하신 수행자를 만날 수 있다. 그분들 중에는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분도 계시고, 사연을 알 수 없이 병원 복도에서 합장 반배를 올리고 지나칠 뿐인 경우도 있다.

질병을 앓는 이에 대해서는 직업이나 신분 혹은 연령과 무관하게 최선을 다한 인격적 대우와 진료를 할 뿐이지만, 그렇더라도 수행하시는 스님들에 대해서는 안쓰럽고 송구한 마음을 더 하여 대할 수밖에 없다. 수행과정에서 몸을 보살피지 않은 탓에 때로는 속인들보다 신체적 건강에 더 취약하게 된 그 이력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가진 신체적 현재는 혼신을 다해 수행하며, 육신의 기혈(氣血)을 소진한 상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미래는 수행이 주는 고결한 지점을 비추고 있다.
결국에 수행은 영혼을 거룩하게 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지만 인간의 몸은 계절의 변화처럼 순환의 구조를 따른다. 불교의 생로병사관(生老病死觀)과 한의학의 그것이 닿아 있는 것은 자연주의적 순환구조론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볍고 일시적인 질병은 우리 몸의 흐린 날이요, 위중한 질병은 우리 몸의 늦가을이며, 죽음은 우리 몸의 긴 겨울일 따름이다. 생명에 대한 경건한 겸손함으로 질병을 관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 질병을 극복하여 건강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불교와 한의학이 만나는 곳에서 바라보면, 수행은 오늘날 번잡한 세속의 삶 속에서 질병의 치료와 건강증진을 위한 소중한 방편으로 중생들의 삶을 밝히는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이 될 것이다.


 

 

김동일 교수는
김동일 교수는 △동국대 한의과대학 교수 △동국대 부속 일산한방병원 여성의학과 진료부장 △『수행과 건강』 『한의부인과학』(상·하) 『증상을 알면 당신도 절반은 의사』 등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