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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칼럼]자력과 타력은 불이(3)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 부처님 사고방식 닮으려는 것
결코 절대자에 매달리는 신앙 아니다

기독교는 세상사를 인격중심으로 생각하니, 자연재해마저 신의 인격적 분노로 여긴다. 왜 신이 자기에게 절대복종하는 자기 신도와 교회를 지진으로 일시에 떼죽음과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가? 오늘날 서구에 기독교 교회가 텅텅 비고 신자가 사라진 까닭은 저런 유치한 사고방식으로 세상사를 주재한다는 소위 하나님이 현대인에게 너무 우습고 황당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염불 기도하는 것은 절대 인격체에 비는 것이 아니다. 중생이 처음으로 부처님을 찾는 까닭은 부처님을 의지해서 괴로움의 위안을 얻고자 함이다. 이 점에서 기독교와 불교의 신앙동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점차로 불교는 부처님과 하나님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부처님은 절대적인 인격자가 아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영생하는 실체로서 최고통치자인 아버지와 같은 정신적 존재자(spritual entity)를 숭앙하나, 부처님은 전지전능한 아버지와 같은 인격자가 아니다. 부처님은 우주허공처럼 무한히 광대원만하고, 무한히 자유스럽고, 모든 중생들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수용하는 무한 자비와 무한지혜의 사고방식(mentality)을 말한다. 불교는 다만 염불기도하면서 부처님의 사고방식을 닮으라고 말한다.

부처님이 우주심과 같은 사고방식이라면, 그런 사고방식에 왜 인격적인 존칭인 님을 붙이는가? 한국어에서 우리가 마음을 바치고 싶은 일체에 대하여 다 ‘님’을 덧붙인다. 불심(佛心)이 우주심이라면, 일체의 생명과 흙·물·불·바람 등 무생명도 마음일까? 모든 생명은 다 마음이다. 생명은 다 살려고 하는 의지의 욕망을 띠고 있는 한에서 다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일체의 생명은 다 불심의 한 조각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 위의 사대(四大=地水火風)도 마음인가? 동식물의 마음이 사대의 영향을 안 받는 것이 없다. 부처님은 이 우주일체가 다 마음의 자연스런 상호의존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바로 보고, 바로 사유한 마음이다.

우주심은 우주만물처럼 음양법의 생리현상이고, 생멸법의 왕복현상이고,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인과법의 진실무망한(誠) 현상이고, 고갈됨이 없지만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기(宇宙氣)의 텅 빈 존재양식에 다름 아니다. 중생심으로서의 내 마음이 우주심을 닮아갈수록 이인칭 ‘그대’로서의 부처님의 님은 실로 시작이 없는 시초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그와 같이 오고 가고 한 우주법의 삼인칭 ‘그것’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 우주심이 우주법이다. 내 마음이 우주심과 합일되기를 발원하기에 나는 존재론적으로 중생의 고통을 멀리 떠나 부처님의 복락에 동참한다.

그러면 우주심의 주체(인격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쉽게 생각하리라. 그러나 불교는 이 우주에 독립적 주체가 없고 오직 행위만 있을 뿐이라고 가르친다. 기독교는 먼저 주체가 있고, 그 존재자에서 행위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불교는 번개의 주체는 없고 그 행위만 있고, 이슬의 주체는 없고 그 행위만 있다고 말한다. 우주적 존재는 다만 사건으로서 존재하지, 존재자가 선결적으로 있고 거기서 행위가 흘러나온다고 보지 않는다. 예컨대 내가 짐승의 사고방식을 닮으면, 나는 짐승이 되고, 부처의 사고방식을 띠면 나는 부처가 된다. 나는 주체가 아니고, 마음이다. 마음이 사건이고 행위다. 우리는 재래의 잘못된 철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교는 황당하게 울고불고 하면서 이상한 아버지 인격체에 매달리는 신앙이 아니라, 부처님인 우주심의 사고방식을 희구하면, 거기에 합당한 복락과 지혜가 내게 일어난다고 신뢰하는 종교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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