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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최고의 신심 보여준 신라 불자들

병기 녹여 불상 만든 신라 불자들 이야기
신심 깊었던 그 마음을 내 삶의 귀감으로 삼아

 

인류는 언제나 최신소재와 기술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일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기술은 군사용 기술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카메라가 소형화되고 특히 휴대폰으로 고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때면 흔히들 “스파이용 같다”는 말을 쉽게 하게 되는 것도 우리들 머릿속에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도구는 군사용으로 먼저 사용된다는 사실이 무의식중에 담겨져 있다. 하지만 오래전 신심이 돈독했던 신라 사람들은 청동기보다 강하고 뛰어난 최신소재인 철기를 전쟁무기의 소재로 받아들였다. 당시 불자들은 이웃국가의 철기를 녹이고 그들의 땅에서 철을 채집하여 강인하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철조 부처님 상을 제작했다.

훗날 나옹선사께서는 행선축원에서 “조석향등헌불전(朝夕香燈獻佛前) / 귀의삼보예금선(歸依三寶禮金仙) / 국계안녕병혁소(國界安寧兵革消) /청하태평법륜전(天下太平法輪轉)”이라고 발원하였다. 이는 ‘조석으로 향과 등을 부처님께 올리옵고 삼보님께 귀의하오니, 나라는 평안하고 전쟁은 없어져 나라 더욱 평안하고, 부처님의 진리 세상에 퍼져 천하가 태평하게 되기를 발원했었다’라는 뜻이다.

여러 시대를 거친 불교문화와 신행에 관한 글들을 보면서 가장 숭고하고 온전한 형태의 신앙의 모델을 신라인들에게서 찾곤 한다. 우리가 신라인들의 위대하고 고귀한 신앙심과 신행활동을 고스란히 찾아 볼 수 있게 된 것은 일연선사께서 직접 지으신 『삼국유사』 덕분일 것이다.

언젠가 불자 한 분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자신은 독실한 신앙을 가진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는데 어린 시절 어른들이 삼국유사는 절대 보면 안 되는 책이라고 해서 보지 못했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삼국유사를 읽으며 감동받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시절 부모님들은 삼국유사가 스님이 지은 책이기 때문에 가정 내부에서 금서로 정해두었던 것이다. 단지 스님이 지었다고 해서 한국 최고의 역사서를 읽으면 안 된다고 어린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일연스님의 깊은 학식과 고매한 인격이 우러나는 삼국유사 덕분에 우리들은 신라인들이 가진 삶의 모습을 찬찬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시의 삶은 신앙을 배재하고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연스님께서는 신라인의 모습을 가장 온전하게 전하여 주셨고, 스님께서 전해주신 신라인들의 신앙과 삶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언제나 감동으로 전해온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도 출가생활에서 마음이 허전하고 힘들 때면 신라인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계림, 서라벌의 숲을 거닐며 그들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삶을 그리워하면서 신행생활의 활력을 되찾곤 한다. 병기를 녹여 불상을 만들고 예술의 혼을 일구어 탑을 조성하고, 절을 지었던 그들의 순수한 삶은 인류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가장 온전한 종교적 이상의 국가였다고 생각되어진다.

일반 신라인들뿐 아니라 내가 출가 후 최초로 배웠던 『발심수행장』을 지으신 해동 사문 원효성자 등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신라시대에 출가사문으로 살았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신라스님들은 나에게 한없는 설레임을 전해준다. 또 신라의 수많은 스님들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삶에서 귀감이 되어 생생히 가슴에 남아 잊혀지지 않고 살아 숨쉬는 듯하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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