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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인디언 기우제

기자명 법보신문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호피인디언에게 기우제는 신성한 기도
빗속에서 촛불 든 이들도 ‘호피인디언’

미국 북동부 애리조나 사막 지대에는 호피(Hopi)인디언들이 산다. 사회학자인 머튼(Robert K. Merton, 1910)은 그들의 기우제 풍습을 연구했는데, 하나의 문화가 그 사회를 위해 어떤 잠재적인 기능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1년 강수량이 2,500mm이상이면 열대다우림, 600mm이하면 숲이 자라기 어려운 초원지대, 250mm이하면 사막이 생겨난다. 비 한 방울 내릴 것 같지 않는 오지의 사막에 씨앗을 뿌리고 거두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경작의 전통은 선사시대까지 올라간다. 모래언덕의 경사면 아래는 바람을 피하기 좋고, 비가 오면 가장 많은 습기를 머금는다.

그곳에 옥수수, 콩, 호박을 심는다. 호피 인디언 사회의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이 척박한 환경을 이탈하지 않고 대물려가며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그 희망의 별에 오르는 사다리가 바로 ‘기우제’다. 동물의 움직임을 ‘동작’이라하고, 사람의 경우에는 ‘행위’로 구별한다. 인간의 행위는 ‘사유’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 사유가 ‘사회성’을 낳는다. 극심한 가뭄에도 굴하지 않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 그들은 매일 기우제를 지낸다. 다행히 사막에는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곡식의 갈증을 풀어줄 정도의 비가 한 달에 한번 꼴로 반드시 내린다는 것. 이 눈에 보이는 비가 현현하는 ‘기도영험’과 같아서 그들은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믿음을 안고 살아간다. 또한 호피 인디언들의 기우제가 ‘확률 100%’로 유명한 것은 이들에게서 삶에 대한 집념과 꾸준함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신성(神性)을 갖는 것은 기도의 체계 때문이다.
기도의 성취는 ‘공력(功力)’을 얼마나 잘 들이느냐에 달려있다. ‘공 공(功)’은 ‘연장을 들고 힘을 모아 두드린다’는 뜻으로, ‘工(공)’은 도끼나 곱자의 모양이다. 호피 인디언들의 일상이 기우제이듯, 기도의 비결은 ‘횟수’에 있으니 결국 둘이 다르지 않다. 빗속에도 촛불을 들고 나서는 저들의 근기가 ‘호피 인디언’을 떠올리게 한다.

새 정부의 국정난맥상으로 인한 민심이반이 간단치가 않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가 도로교통정보서비스 ‘알고가’를 새롭게 만들면서 주요사찰에 대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 유치하기도 하고, 이 정권 내내 종교편향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인간의 육체라는 유기체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이 메커니즘 속에서 함께 기능해야 한다. 어떤 기관이 타 기관들과의 협력관계를 마다하고 독자적인 행동을 고집할 때 병리현상이 초래된다. 예를 들면 위궤양의 경우 위산과다증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투입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소화하려고 고집하는 데서 병이 생기는 식이다.
‘한 번 문지를 때마다 그렇게/ 투덜거리면/ 어떻게 네 거울을 닦으란 말이냐?’
이것은 13세기 페르시아의 수피 시인인 루미의 시다. 모호하다.

누가 누구의 거울이 되는 것일까?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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