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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28. 소욕지족의 삶

기자명 법보신문

깨달음 이룬 부처의 삶은 욕심 없기에 평화로웠다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는데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평화를 구할지라도
뒷세상의 평화는 얻지 못한다
 - 『법구경』


부처님께서 걸식을 하시기 위하여 사왓티 성내를 이리저리 다니실 때에 한 무리의 청년과 만났다. 그 청년들은 각자 손에 쥔 막대기로 뱀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금생에 생명의 평화를 실천하고, 그 공덕으로 내생의 평화도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타이르셨다. 위의 게송을 설하신 인연은 부처님께서 인간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살상되는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신 예로서 기록되어 있다. 폭력 앞에 고통을 느끼는 생명의 뿌리를 동일하게 보는 부처님의 지혜의 눈이 아니면 간파하기 어려운 말씀인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다른 이의 행복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엄연한 이치를 알면서도 역사상에 수많은 폭력이 난무한 것은 모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욕심으로부터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방법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이미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 행복위해 남 행복 파괴

『장아함경』의 열 여덟 번째 경전은 『자환희경(自歡喜經)』이다. 빠리-장부경전에는 제28경인 『쌈파싸-다니-야 경(Sampa sadaniya-suttanta)』에 해당된다. 『자환희경』의 다른 번역본은 『신불공덕경(信佛功德經)』, 즉 ‘부처님의 공덕을 믿고 찬탄하는 경전’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란타성의 파와리캄바바나동산에 계시면서 설하신 경전이다.

지혜제일 사리불존자는 깊은 선정(禪定) 속에서 부처님의 지혜(智慧)와 신족(神足)과 공덕력(功德力)이 과거의 어떠한 성인보다도 최상이심을 알아내고 부처님께 찬탄의 말씀을 올리는 것으로부터 경전은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사리불이 부처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의 표현으로 ‘가장 진실하시고 최고의 깨달음을 성취하신 부처님, 곧 여래를 믿으며, 그러한 여래가 잘 분별해서 설하신 법을 믿으며, 여래는 모든 괴로움을 다 떨쳐버리셨음을 믿는다.’고 하는 사리불존자의 신심(信心)을 나타낸 경문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경전 말미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고의 공덕을 쌓으신 여래가 욕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참으로 만족을 성취하신 분이라는 의미로 소욕지족자(少欲知足者)라고 찬탄한 부분이다. 여래는 긴긴 세월동안 자신을 향하던 탐욕의 마음을 떨쳐버리고 다른 이를 향한 서원(誓願)의 마음을 가짐으로서 일체의 신통과 공덕을 성취하셨다. 그러한 신통과 공덕의 성취는 진정한 의미의 만족을 성취한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여래의 모습에 사리불존자는 욕심이 없어지고 그 빈자리에 만족만이 자리한다고 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으로 여래를 찬탄한 것이다.

이 소욕지족의 가르침은 『불유교경』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불유교경』은 부처님께서 45년간의 중생교화를 마치시고 열반에 드시면서 유언처럼 남기신 가르침이다. 어리석은 중생을 남겨두시고 열반에 드시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세 중생에게 타이르신 가르침이기 때문에 경전을 읽고 있으면 부처님의 심정이 느껴지는 경전이다.

욕심의 불 지르는 중생

첫 번째 제자인 교진여로부터 마지막 제자인 수발타라를 제도하고 나서 이 사바세계에서 제도할 인연 있는 중생을 다 제도했다는 말씀을 시작으로 한밤의 어두움과 고요 속에 여래는 열반에 드실 준비를 하신다. ‘내가 열반한 다음에는 계율로서 스승을 삼으면 어두운데서 밝음을 만난 듯 가난할 때 재물을 얻은 것과 같을 것’ 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세상에 참여해서 주술(呪術)이나 이익을 따져서 재물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몸을 절제하고 때에 적당한 음식을 받음으로서 청정한 모습으로 수행자답게 살아가라(節身時食 淸淨自活)고 당부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절신시식 청정자활’이야말로 바로 소욕지족한 삶에 이어진다. 욕심이 많은(多欲) 사람은 이익을 구하는 것이 많아서 고뇌(苦惱)도 또한 많다.

 따라서 이 소욕은 불교가 최고의 목표로 삼는 열반과 같은 것이라고까지 말씀하신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모습은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으로 최고의 가치를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조차도 없는 것이다. 지금 뿐만이 아니라 중생의 어리석음은 과거에도 마친 가지였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한 것이 병이다. 요즈음 교양과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모든 생명의 공생(共生)을 부르짖고 있지만, 나의 욕심을 줄이지 못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적은 이익에 마음 깊이 만족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생명과의 공생이 이루어지겠는가? 그래서 모두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불타고 있다. 삼계화택(三界火宅)은 바로 우리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있는 비유인 것이다.

『자환희경』에 나타난 사리불존자가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처님과 같이 진실하고 청정한 스승을 항상 가까이 모시고 살면서, 때로는 찬탄하고 때로는 가르침을 직접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이 『자환희경』과 『불유교경』을 통해서 가르침의 진실어(眞實語)를 받아 가짐으로서 우리도 사리불존자와 같이 부처님의 행복한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자.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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