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건달바 보살 같은 하유 스님

넘치는 끼로 주변에 즐거움 전하는 스님

올 가을 음악회에서 신나는 춤사위 기대

정말 무덥다. 때로는 수식어가 그 의미를 더 강하게 해주지만 극단의 상황에서는 아무런 수식어가 없는 것이 더 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다. 찜통더위니 불볕더위니 하는 말도 너무 더워 숨이 턱 막힐 듯한 지금의 순간에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느낌으로 들린다.
제주는 전국 최고 온도에는 못 미치지만 습도가 더 문제다. 평균 70%이상의 습도는 정말이지 뜨거운 증기로 삶는 듯하다. 더위에 지쳐 있다가 이 더위에 법고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다. 갓 계를 받은 스님이 열심히 법고를 연습하고 있었다.

법고소리를 듣다보니 하유 스님이 생각난다. 법고를 잘 치기로는 하유 스님을 따를 스님이 없을 것이다. 너무 기교적으로 친다고도 하지만 하유 스님은 워낙 음악적인 소질을 타고나서 그 끼를 어쩌지 못하고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부르고, 쉬지 않고 춤을 춘다. 처음 보면 너무 위의 없이 왜 저럴까 하면서 걱정스레 보다가도 이내 모두 무아지경에 빠져 신들린 듯 춤추고 북치는 모습에 빠져들고 만다.

하유 스님의 끼는 출가 전부터 있었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몇 차례 인기상을 받았기도 했다니 짐작이 가고 남는다. 규율이 엄한 해인강원에 다닐 때는 스님의 기질로 인해 윗반 스님들로부터 질책을 받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스님은 강원 졸업 후 전국으로 다니면서 산사음악회와 큰 법회의 후미에 등장하여 흥을 돋우고 행사를 더욱 빛내주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유 스님의 이러한 연예인 같은 활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하유 스님의 활동을 참 좋게 생각한다. 그건 결단코 스님과 친하기 때문이 아니다. 승려의 위의는 바른 자세로 조용히 걷고, 반듯하게 앉아 경을 읽거나 좌선하는 모습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참다운 위의는 내면의 자비와 신심에서 발로한다고 생각한다.
스님이 춤을 출 때는 우리들보다 훨씬 빠른 몸동작을 하고 북을 울릴 때는 청아한 경 읽는 소리보다도 빨라 경망스러울 정도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이 뜻 깊은 경전 구절 읽는 것 만이겠는가? 숭고한 마음만 있다면 춤 추고 노래하는 것도 찬불이요, 중생들을 즐겁고 유쾌하게 하는 것 또한 큰 자비심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때로는 스님이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해 분위기가 난처해 질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하유스님이 있는 곳에서는 늘 웃음꽃이 만발하고 만다. 더위에 지쳐 있다가도 북소리에 떠오른 하유 스님 생각에 벌써 생기가 가득해지는 걸 보면 기쁨의 포교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속가의 연로하신 모친을 모시는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출가 승려로서 출가 전 인연을 받아들이고 그 선연을 따라 역할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야반도주를 출가의 큰 덕목처럼 생각하는 승단의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은사 스님께서 하시는 부모은중경 법문을 들으면서도 아직 조금의 효행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현실은 하유 스님의 실천효행 앞에서 참으로 숙연해질 뿐이다.

이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숲속 풀벌레소리가 청아한 가을밤이 오면 각 산사에서 음악회가 열릴 것이다. 올해도 여러 음악회에서 하유 스님의 유쾌한 입담과 신나는 춤사위를 불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북 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하유 스님은 분명 건달바를 비롯한 팔부신중들의 정기를 함께 품고 이 힘겨운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위해 화생한 보살이라고 늘 생각하곤 한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