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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서 대종사의 방하착]한 알의 씨앗

기자명 법보신문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는 것
모든 것은 상호 공존 속 존재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이것이 생겨날 때 저것이 생겨난다. 다시 말하면 무명(無明)이라는 어리석음 때문에 결합이 있으며 이것 때문에 식(識)이 있다. 식에 의해 이름(名)과 색(色)이 있고 이것에 의해 육처(六處)가 있으며 이것에 의해 촉(觸), 수(受), 애(愛), 취(取), 존재(有)가 있다. 존재에 의해 생(生)이 있으며 이것에 의해 인간의 늙음, 죽음, 근심, 괴로움, 어지러움과 번뇌가 생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는 괴로움의 덩어리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은 연기법이다. 이것을 접어 두고 불교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한갓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緣起)라는 말은 어떤 인연에 의해서 존재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를 바꾸어 이야기하면 어떤 연에 의해서 어떤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보다 쉽게 이야기해 보겠다. 여기 ‘나’라는 존재가 있다. 그런데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존재의 비밀을 푸는 것이 바로 연기법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부모가 없다면 ‘나’는 없으며 부모가 있기 때문에 ‘나’가 여기에 있다. 부모님이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연유이다. 이것이 우리가 쉽게 풀이 할 수 있는 연기법이다.

즉, 존재하는 A에 의해서 B가 일어난다고 할 때에, A와 B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연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에 의해 분파된 것이 업감연기나 십이지연기, 아뢰야식연기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사상을 근거로 해서 인간이 가진 모든 고통과 괴로움의 원인, 기쁨과 행복의 원인도 모두 연기에 의해 파생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라는 것은 어떤 존재의 일어남에 대한 시간과의 관계를 설명한 것으로서 이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도 우연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며 홀로 또한 독자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비단 존재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인간이 고통과 번민, 어리석음에 빠지는 이유는 인간이 가진 눈, 귀, 코, 혀, 몸, 뜻의 육처(六處)때문이다. 이것에 의해 인간은 부딪침(觸)이 생기고, 느낌(受)이 생기며, 정욕(愛)를 느끼게 되고 무엇인가에 대한 욕망(取)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지만 이것 때문에 번뇌와 고통과 어지러움을 가지게 되고 마침내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의 원인인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는 괴로움의 덩어리라고 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연기 사상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죄를 받는다.’라는 이 한가지의 이치만을 깨닫고 있다고 해도 그러한 고통 속을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법은 그래서 그 어떤 성인의 말씀보다도 위대하다.
지상에 떨어지는 단 한 알의 밀알도 그저 우연만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이 한 알의 씨앗이 있기 위해서는 무량백천만의 알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은 이대로가 결과이기도 하고 원인이라는 점을 불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월서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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