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불교]③ 환자가 지켜야할 10가지 덕목
[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불교]③ 환자가 지켜야할 10가지 덕목
  • 법보신문
  • 승인 2008.08.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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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감정의 기복이 만병의 원인

의사와 환자의 조화로운 협조가 관건
건강 위해선 노여움과 망상 다스려야

필자의 재적 사찰 뒷산인 화성 구봉산에는 소나무가 건강하다. 그 옛날 당항포를 거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던 스님들의 들뜬 발걸음을 배웅할 때부터 매립으로 육지가 되어버린 포구를 말없이 지키는 지금까지 늘 푸르렀을 그 소나무에는 칡넝쿨이 타오르고 있다.

원래 갈등(葛藤)이란 말은 ‘칡(葛)’과 ‘등나무(藤)’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이는 덩굴이 엉켜 자라는 두 식물의 모양을 서로 꼬이고 있는 상황에 빗대 만들었던 것이다. 칡이 등나무에 손을 내밀거나 휘청거리는 힘없는 잡목에 몸을 의탁하면 필경 구불구불 얽힌 모습으로 감겨있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데 그 뒷산의 소나무에 의지한 칡넝쿨은 보편적인 칡의 속성을 탈피하고 소나무의 기세를 닮아 곧아진 것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법을 의지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도 소나무에 의지하는 칡과 같은 수행의 뜻을 전하고자 하신 것일 것이다. 수행자는 부처님의 법에 의지하고, 일반불자는 먼저 스님들께 의지하여 불문에 들어 종내에는 법에 의지하여야 하듯 병에 걸려 건강을 회복하고자 하는 환자는 좋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그 의사가 지향하는 바는 부처님 법에 상응하는 의도(醫道)에 근거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바른 환자, 곧은 불자의 길이다.

동양에서 오랜 세월 인간관계의 기본적 덕목으로 제시되어 온 ‘인(仁)’은 글자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사람(人) 둘(二)’이다. 따라서 인(仁)이란 두 사람이 이루는 상호간의 덕목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이런 글귀가 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바로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에 바탕을 둔 의료가 바로 인술(仁術)이다. 그렇다면 인술은 환자 중심의 진료이며, 의사가 환자의 처지가 되어도 시행할 수 있는 그런 진료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요즘 말로 서로 이득이 되는 ‘쿨(cool)한 진료’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본연의 자세에 최선을 다하면 될 뿐이다. 진료는 인술로 표현되든, 다른 무엇으로 표현되든 의사와 환자의 조화로운 협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시술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는 부처님 법과 그에 의지하는 불자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한의학에서 투병과정의 환자가 지켜야 할 자세와 덕목을 열 가지로 밝힌 것이 있는데, 바로 ‘병가십요(病家十要)’이다. 이것은 『만병회춘(萬病回春)』이라는 의서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바른 환자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신행에도 대입해볼 수 있다.

①명의(明醫)의 진료를 받는다(擇明醫): 이는 믿을 수 있고 덕망 있는 의사를 찾아 신뢰 속에 진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불자의 신행과 대비한다면 부처님의 법을 올곧고 지혜롭게 전하는 스님의 가르침을 잘 받자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②약을 정성껏 잘 복용한다(肯服藥): 긍정적 믿음은 약물의 치료 효과를 배가시킨다. 예로부터 한약은 짓는 정성과 달이는 정성과 먹는 정성이 함께 해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 정성이 곧 환자의 몫으로 이 약을 먹고 꼭 낫겠다는 집념과 이 약을 먹으면 반드시 치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다양한 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약에 대한 믿음이나 소중히 여기는 의식이 적고, 조금 효과가 없는 듯하면 바로 폐약하고 새로운 약을 복용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쉬우므로 더 새겨둘 말이다.
이 구절을 불자의 신행에 대비하면 기도, 참선, 경전 학습, 사경 등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진지하고 한결같이 실천해나가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③ 병은 조기 치료한다(宜早治): 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병이 난 경우에는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의학의 질병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자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건강문제의 조기 검토와 질병이 생기기 전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며, 만약 질병이 생기면 초기 단계의 합리적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불자들은 심신의 고통이 닥쳐왔을 때야 비로소 스님을 찾고 불법을 찾고자 한다. 어려움이 닥쳐 흉을 피하고 복을 추구하는 본성이 반드시 틀렸다 할 수도 없으나 이것이 옳고 바르다 할 일도 아닌 것이다.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도록 힘쓰는 것과 다름없이 수행 또한 나날의 실천 덕목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④부부생활을 절제한다(節空房): 과도한 부부생활은 심신의 피로를 유발하고 질병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부부생활에 있어서 절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행에 있어서도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이 넘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기본자세일 뿐이다.

⑤노(怒)를 경계한다(戒腦怒): 분노의 감정 등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피하라는 뜻이다. 모든 감정의 변화가 만병의 시작이며 또한 질병을 중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노여움이 없는 절대적인 평상심에서의 신행은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행하는 수행의 지향점이 될 수도 있다.

⑥망상을 버린다(息妄想): 마음을 고요히 안정시키고 필요 이상의 염려를 없애면 정신이 맑아지고 질병의 경과를 단축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수행에서 빠져들기 쉬운 삿됨을 경계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

⑦음식을 절제한다(節飮食): 과식을 피하고,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절제된 식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주에 대한 경계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는 신행에서 과식과 과음에 대한 경계에 비견할 수 있다.

⑧일상생활을 규칙적이고 올바르게 한다(愼起居). 규칙적인 수면리듬을 유지하고 적절한 기거환경을 조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상을 번잡하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바른 신행의 첫걸음임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⑨미신이나 비정상적인 의료를 믿지 않는다(草信邪): 미신이나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에 현혹되지 말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사견을 버리고 정견을 취하는 수행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⑩건강을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勿惜費): 지나친 경제성의 고려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음을 지적하여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신행에서도 분에 맞는 지출은 피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김동일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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