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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종교싸움 일어난다”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8.08.29 13:55
  • 댓글 0

한승원 소설가가 본 종교차별
천주교 정신도 백성 위한 학문으로 승화
다종교 사회서 ‘균형-조화’ 종교정책 펴야
이대로 가면 종교간 갈등·싸움으로 확산


신학자이신 정양모 신부님이 얼마 전에 나의 바닷가 토굴을 찾아오신 적이 있다. 내가 쓴 소설 ‘흑산도 하늘 길’을 읽고 오신 것이다.

그 소설 주인공은, 조선조 후기, 천주학을 신앙했다는 이유로 정적들의 모함을 받아 흑산도로 유배되어 거기에서 돌아가신 정약전 선생이다. 나는 정약전 선생이 살아낸 흑산도에서의 절대고독을 형상화시키기 위하여 주자학과 천주교 교리들을 깊이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의 최고 지성인들인 이벽 정약용 정약전 이승훈 등의 우리 선인들을 천주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던 책들 가운데 ‘천주실의’의 번역본을 읽으면서, 나는 그 책을 번역하는데 화룡정점의 역할을 한 분이 정 신부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불교만 아시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천주교 교리까지를 그렇게 깊이 알고 계십니까?”

정 신부님의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높은 곳에 계시는 그분을,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이 찾아가면 여호와 하느님으로 보이는데, 스님이나 저 같은 사람들이 가면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나는 부처님을 믿지만, 다원주의자(多元主義者)로 자처하며 살고 있다.
지구상에는 차와 커피의 전쟁이 일어나 있듯이, 신들의 전쟁이 일어나 있다.
얼마 전에 한 개신교회의 청년이 아랍의 한 나라에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가 납치되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 또 다른 교회의 신도들 몇 십 명이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가 납치되자 정부가 나서서 많은 돈 거래를 하고 빼내온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기독교의 여호와 신으로서 아랍의 알라신을 제압하려는 기도를 했다가 실패한 사건이다.

이 땅의 일부 개신교도들은 자기들과 다른 신을 믿는 종교에 대하여 공격적이다. 그들은 오직 여호와 신만을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 중 과격한 자들은 산간에 있는 불상의 얼굴에 빨간 십자가를 그려놓기도 하고 목을 자르기도 한다. 절을 불 지르는 광신도들도 있다. 

그들은 불교의 성직자인 스님들에게, 나를 낳고 길러준 나의 아버지를 버리고 자기들의 아버지를 아버지로 섬기라고 말하는 무뢰를 저지르듯이, 부처님을 버리고 자기들의 여호와 신을 믿으라고 강요한다.

오래 전부터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흘러 다녔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을 할 때 미국의 경우처럼 성경에 한 손을 얹고 선서를 하도록 하고, 청와대에서 찬송가 소리가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는 것. 
소망교회는 자기 교회의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들은 여호와 신이 청와대를 접수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교회 신도들을 많이 정부 요직에 심고 있다.

그들은 대단히 오만해졌다. 여호와의 권능으로 대한민국을 접수해버린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 어느 교회 모임에 나아가 ‘서울시를 하느님에게 바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그는 어느 자리에서인가 대한민국을 하느님에게 바친다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청와대의 한 사람이 촛불집회를 ‘사탄’의 집단이하는 짓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 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에 대하여 즐거워하고 자부한다. 대한민국 천지는 사계절 따라 특이하게 아름다운 옷들을 갈아입고, 나무들은 사계절에 따라 나이테를 만들고 새들은 사계절에 따라 이동하고 사람들은 그 사계절에 따라 삶의 모양새를 달리 한다. 이 땅 사람들은 사계절로 말미암아 삶이 다양하고 체질이 단단해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다종교 정책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은 사계절의 다양한 삶에 길들여진 까닭이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이승만과 김영삼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행정부의 모든 요직에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앉아 있다. 이명박 정부에는 그것이 극에 달했다.
국토해양부에서 만든 지도에는 교회들만 표시되어 있고 절은 하나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꿈”이라고 말한 바 있고, 경찰청장이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에 앞장섰다.

이번에 케이비에스 사장이 새로 임명되었는데, 그 사장은 방송을 이용하여 복음화 선교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래전 케이비에스의 어떤 피디는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기독교 신도인 배우들만을 출연시키고, 그 드라마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는 말이 소문으로 나돌았었다.
그 무렵 부처님을 믿는 배우들은 철저하게 따돌림을 받았고, 그리하여 그들은 자기 신앙을 숨기지 않을 수 없었다.

불교신도들이 자기 신앙을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부처님오신 날>이 국경휴일로 지정 되고,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아옴으로써 붐을 일으키고, 불교 텔레비전 방송이 태어나면서부터였다.
사람은 자기가 볼 수 있는 것만 보지 볼 수 없는 것은 보지 못하고, 길들여진 말만 하고 길들여지지 않는 말은 사용할 줄 모른다.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이다.

기독교의 성경만이 오직 이 세상 최고의 경전이라고 믿는 사람은 하얀 눈 세상만 그리다가 눈이 멀어버린 사람처럼 다른 종교 경전 속의 진리에는 멀어 있다.
이명박은 다종교 나라의 대통령이 된 만큼 다른 종교의 신을 통해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을 뽑아 쓰는 데에도 소망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인사만 뽑아 쓰지 않아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특정의 종교 색을 띠면 안 된다. 다종교의 나라 대통령인 이명박은 종교정책을 펴는 데 있어 균형과 조화를 잃어버림으로써 종교 간의 마찰과 대립 갈등 싸움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렴하고 정직한 다산 정약용 선생에게서 실용을 배워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것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를 표방한 다산 선생은 천주교를 받아들였지만 신앙에 치우치지 않았다. 천주교 정신을 학문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도 오직 백성의 삶에 이익이 가도록 했다.


한승원 소설가는
1938년 전남 장흥에서 8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66년 ‘대한일보’에 ‘목선’이 당선돼 등단, 주요저서로는 『스님의 맨발』『아제아제 바라아제』『소설 원효』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소설 원효』로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소설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서라벌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고향 장흥에 ‘해산토굴’이라 명명한 집필실을 마련한 후 토굴 안에선 글을 쓰고 토굴 밖에선 차밭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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