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총림에 밥이 산과 같이 쌓여 있고(天下叢林飯似山) / 발우 가져가는 곳마다 반찬이 가득 하도다(鉢盂到處任君餐) / 황금과 백옥은 귀하지 않아(黃金白璧非爲貴) / 오직 가사만이 가장 입기가 어려워라(惟有袈裟被最難)

내가 산하대지의 주인인데(朕乃大地山河主) / 나라를 근심하고 백성을 조심하는 일이 번거롭더라(憂國憂民事轉煩) / 100년 동안 삼만 육천일이(百年三萬六千日) / 승가 한나절 한가로움만 같지 못하다(不及僧家半日閑)

늘 당초에 한 생각을 잘못 먹어서(悔恨當初一念差) / 붉은 가사를 누런 황포로 바꿔 입을 것을 한한다(黃袍換却紫袈裟) / 내가 원래 서방의 한 참선 승이었더니(我本西方一衲子) / 무슨 일로 말미암아서 제왕가에 떨어졌는고(緣何流落帝王家)

나기 전에 누가 나이었으며(未生之前誰是我) / 난 뒤에는 내가 누구던가(我生之後我爲誰) / 커서 성인이 되니 이것을 나라고 하고(長大成人是我) / 눈을 감고 몽롱하니 또한 이것이 누구던가(合眼朦朧又是誰)

백년의 세상 일이 밤중의 꿈같고(百年世事三更夢) / 만리 강산이 한판 바둑판이라(萬里江山一局棋) / 우 임금은 구주를 소탕하고 탕 임금은 걸왕을 토벌했네(禹疏九州湯伐桀) / 진나라는 육국을 삼키니 한 무제가 나라를 세우도다(秦呑六國漢登其)

나의 자손은 스스로 복이 있으니(兒孫自有兒孫福) / 내 자손을 위해서 우마의 업을 짓지 않겠노라(不爲兒孫作馬牛) / 예부터 오는 많은 영웅들이(古來多少英雄漢) / 동서남북 진흙 속에 누웠구나(南北東西臥土泥)

올 적에 좋아하고 갈 적에 즐퍼하니(來時歡喜去時悲) / 헛되이 인간 세상에 있어서 나고 죽고 한다(空在人間走一回) /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은 것만 같지 못하니(不如不來亦不去) / 또한 즐거울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도다(也無歡喜也無悲)

매일 맑고 한가로운 줄을 스스로 알았으니(每日淸閑自己知) / 홍진 세상의 괴로움을 여의었다(紅塵世界苦相離) / 입으로는 청화한 맛을 마시고(口中吃的淸和味) / 몸에는 가사 장삼 입기를 원하노라(身上願被白衲衣)

5호4해의 높은 손님이 되어서(五湖四海爲上客) / 불전에서 소요하면서 살기를 맡겼다(逍遙佛殿任君棲) / 출가하기가 쉽다고 이르지 말라(莫道出家容易得) / 옛날부터 여러 대에 근기를 쌓았도다(昔年累代重根基)

18년을 내려오면서 자유스럽지 못하였음을(十八年來不自由) / 산하에서 큰 전쟁을 하기를 몇 번이나 쉬었는가(山河大戰幾時休) / 내가 지금 손을 거두어서 산으로 돌아가니(我今撤手歸山去) / 어찌 천 가지 만 가지 근심할 것이 있겠는가(那管千愁與萬愁)

그 간절함이 가슴에 와 닿습니까. 불자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이 시는 중국 청나라 순치황제가 출가를 찬탄하면서 지은 것입니다. 왕위에 있었으니 세속적으로야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을 터인데 출가의 연을 발원하면서 오직 가사 입기가 가장 어려우며 세간에서의 삼만 육천일이 수행자로서의 한나절만 못하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인연을 맺기를 이처럼 간절히 발원하는 데에서 ‘불퇴전의 원력’이 발하는 것이며 쉼 없는 정진력이 꽃비처럼 쏟아지는 것입니다.

근자 우리 불자들의 마음이 많이 불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직 사회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종교차별과 특정종교 편향사건들로 불자들의 마음이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행위야 그 사람들이 했겠지만 그 책임은 바로 우리 불자들 모두에게 있습니다. 특히 스님들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안으로는 철저한 수행이 부족했고, 밖으로는 확고부동한 부처님의 진리로서 교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아마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일은 계속 불거지겠지요.

오늘 이 법석에서 소납이 이르고자 하는 것은 바로 불퇴전의 원력과 이를 실천하려는 정진력입니다. 불퇴전의 원력으로 실천하는 불자들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한다면, 이해타산을 생각하지 않고 상(相)을 내지 않는 보살행과 바른 말로서 바르게 중생을 교화하는 원력입니다. 행과 정진이 대중들 사이로 스며들려면 부처님의 팔정도와 사성제를 따르고 실천하는 불자들을 촘촘히 이어주는 조직과 그들의 역량이 결집되어야 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3·1 독립만세운동을 견인했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자,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던 용성 조사께서는 옥고 중에서도 이웃 종교인들을 교육하고 교화한 사실을 우리 불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금강경』 등 어려운 한문 경전들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 번역한 용성 스님은 ‘나다’, ‘내 것이다’라는 아집과 법집을 떨쳐버려야 하고 아집과 법집을 타파해야 만이 상(相)의 공함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다고 강설하셨습니다. 이러한 용성 스님의 노력으로 당시 이웃 종교인들까지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수승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불교야 말로 종교 중에서도 으뜸인 대해(大海)이며 당시의 민족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참 가르침으로 인정했던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천주교인들을 감화시켰고, 이웃 종교인들마저도 불교는 함께 상생하면서 받들어야 할 ‘위대한 진리의 종교’로 여기게 했습니다. 용성 스님의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불법(佛法) 홍포를 통한 진정한 교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불교의 위기는 정법 정진을 통한 교화로만 극복이 가능합니다.

불법을 전하는 교화는 바른 가르침에서 나옵니다. 용성 스님의 대각(大覺) 사상에 따라 중생을 교화해야 합니다. 대각 사상은 자기도 깨우치고 남도 깨우치게 만들어 깨달음으로 충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용성 스님의 핵심 사상입니다. 대각심을 내면 부처요, 자비심을 내면 보살입니다. 반대로 번뇌를 내면 지옥이니, 일체가 바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스승의 가르침 없이 우리는 바른 수행과 바른 정진을 말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효 사상 역시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스승을 정성을 다해 받드는 제자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나에게 닦은바 공덕이 있다면 반드시 회향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회향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중생과 보리, 열반 회향 가운데 첫 째가 바로 중생을 위한 회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수행이 따라야 합니다. 보리 회향을 위해서는 깨달을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하며, 열반 회향은 모든 중생이 다함께 생사고해를 건너서 열반의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용성 스님의 유훈을 받들어 너와 내가 함께 깨달음의 길로 가는 ‘자각각타 각행원만(自覺覺他 覺行圓滿)’에는 회향의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 있습니다.

용성 스님은 ‘심처존불 이사불공’(心處存佛 理事佛供), 그러니까 마음 가는 곳에 부처님이 계시니 그 일과 이치에 불공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또 경전불사수행에 진력하라 하셨습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해 공경, 공양, 예배, 찬탄, 참회 발원을 하면서 살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생하면서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라 이르셨습니다. 청정은 십선(十善)과 선정 수행을 통해 성취할 수 있습니다. 고집멸도, 사성제의 이치를 깨달아 번뇌를 없앨 수 있으며, 그런 연후에야 열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견과 정어 등 팔정도에 의한 연기법적인 사고 즉, 너와 나는 서로 상호 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사유하면서 이를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한다면 즉흥적이면서 분노에 찬 마음은 일지 않습니다. 무지와 무명을 타파해야 연각승, 대승보살로 나아갈 수 있으며, 참선 수행을 비롯한 염불, 간경 등을 통해 최고 경지에 나가자고 말씀하신 부처님과 조사의 가르침을 간절히 믿고 따라야 합니다. 스스로 깨닫고(自覺), 남도 깨닫게 하고(他覺), 깨달음을 실천하여(覺行), 인류가 함께 깨달아(覺滿) 고통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대각 운동에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정리=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이 법문은 8월 21일 구미 아도모례원에서 있은 석가모니 부처님 봉안법회에서 도문 스님이 ‘백용성 조사의 보살행과 대각(大覺)’을 주제로 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