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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수행]④ 칠정(七情)과 두통

기자명 법보신문

감정은 지수화풍 4대의 에너지 변화

 
두통은 수행자는 물론 성인의 60%가 앓고있는 가장 흔한 질병이다.

상기병은 火와 風에 의한 긴장성 두통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취해야

사람에게는 감정과 정서로 표현되는 마음의 결이 있다. 이 결을 몇 가닥으로 셀 수 있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동양에서는 일곱 가지로 분류하였다. 바로 칠정(七情)이 그것들이다. 이들 기쁨(喜), 노여움(怒), 근심(憂), 생각(思), 슬픔(悲), 두려움(恐), 놀람(驚)의 일곱 가지 가운데서 ‘생각’에 해당되는 사(思)는 감정이 아닌 ‘종합적 사유 활동’으로 규정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감정 판단 유보의 상태에서 감정의 본질을 향해가는 감정 상태로 옛사람들이 고려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그리고 감정의 에너지 변화 혹은 기(氣)의 동요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오장(五臟)에 깃든 오행(五行)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불교의학적 관점에서는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의 에너지 변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행과정은 물론 현대인의 일상생활 중에서 가장 기(氣)의 밀도가 높아지는 부위는 바로 머리이다. 그러므로 고차원적인 사유 활동이 많거나 정서적 변조가 심할수록 두통이 흔하게 된다. 또한 머리는 ‘모든 양기가 모이는 곳(제양지회諸陽之會)’으로 외부 환경에 대한 노출의 정점에 해당된다. 따라서 외부에서 생기는 기의 변화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운 여름날 사대의 화(火)나 추운 겨울의 찬바람이 머리에 작용할 때의 두통이 그러한 예가 된다.

오늘은 이처럼 칠정의 질곡이며, 사대의 화(火)와 풍(風)이 머리에 작용하여 통증의 발현 양상으로 드러나는 두통 중 가장 흔한 형태인 긴장성 두통과 그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는 수행자의 상기(上氣)에 의한 두통에 대해 적고자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두통을 같은 용어인 ‘두통’ 혹은 ‘두풍(頭風)’으로 불렀다. 뭔가 변화무쌍한 것 그것을 풍으로 간주하였는데, 머리에 바람 잘 날 없어 생긴 불편이 두통이요, 두풍인 셈이다. 실제로 두통은 요통과 함께 인간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통증이다. 성인 중 60%가 앓고 있다고 하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두통은 질병의 한 증상에 불과하나 중요한 뇌 증상의 하나이며, 중추신경계통의 기능 이상에 대한 일종의 경고 반응일 수 있다. 따라서 두통은 그냥 늘 아픈 것이겠거니 하고 지나쳐버려서도 안되고, 또 지나치게 걱정부터 할 일도 아닌 것이다.
사람들이 두통 때문에 의사를 찾을 때는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서 머리 근처에는 대단히 많은 통증 예민 구조가 분포되어 있어 심각한 통증으로 고생한다는 측면이며, 둘째는 머리가 매우 중요한 부위이므로 두통이 있는 경우 혹시 뇌종양 등의 위중한 질환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두려움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측면이다. 그러므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두통 그 자체에도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하지만, 그 두통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긴장성 두통’은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두통인데, 이것은 머리 주변의 근육이 긴장성 수축을 일으켜 두피에 있는 통각 반응 신경들을 자극하여 두통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긴장’이란 말의 뜻은 칠정(七情)의 자극이나 정신적 긴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에 가해진 긴장도 함께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편, 상기(上氣)에 의한 두통은 정확한 진단명은 아니지만 화두를 잡고 고뇌에 빠지거나 호흡을 통한 수행과정에서 흉격에 기운이 정체되어 그 울체된 기운이 머리로 치받쳐 올라 생기는 것이다. 이를 굳이 분류하자면 긴장성두통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긴장성 두통을 유발하는 근육의 긴장은 감정이나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나쁜 자세, 목뼈에 가해지는 만성적인 자극 등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는 머리를 죄는 듯한 통증이나 뒷머리와 목쪽으로 뻗치는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긴장성 두통을 유발하는 근육으로는 승모근(僧帽筋), 흉쇄유돌근(胸鎖乳突筋), 판상근(板狀筋), 후두근(後頭筋) 등 목과 머리에 분포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뒷목이 뻣뻣할 때 목덜미와 후두부를 문지르게 되는데 이때 만져지는 근육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탈이 많은 것이 승모근이다.

승모근은 등에서 어깨와 목을 거쳐 뒷머리에 걸쳐 있는 아주 넓고 큰 근육이다. 인간의 무의식적인 생리기능을 조절하고 공격적 감정이나 긴장 상태의 감정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이 많이 분포하는 근육이다. 영화 킹콩에서 화난 고릴라가 가슴을 치면서 적대감을 표현할 때 융기된 등과 어깨의 근육이 바로 승모근이다. 이 근육이 명명된 유래는 티벳 스님들이 쓰는 모자를 닮은 형태라 하여 ‘승모(僧帽)’근이라 한 것인데, 의학에서는 역설적으로 대표적인 스트레스 근육으로 인식하고 있다.

승모근의 긴장은 어깨 결림에서부터 목의 뻣뻣함과 통증은 물론 두통과 안구의 통증 등 다양한 불편과 통증을 일으킨다. 이때 환자들은 “목덜미와 뒷골이 뻐근하고 어깻죽지가 무지근하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고, 아픈 쪽 어깨가 올라가며, 그쪽으로 고개가 약간 기운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장시간 팔걸이가 없는 의자에 앉는 것, 오래 앉아서 독서를 하는 것, 무거운 바랑을 오래 지는 것, 정신적인 긴장, 요통에 의한 척추의 이상 등이 모두 승모근에 의한 두통과 어깨 결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긴장성 두통이나 수행자에게 흔한 상기에 의한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통이 생기게 되는 상황들을 스스로 인지하여 그런 유발상황을 피하도록 한다. 또 두통을 덜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여 이를 적용하도록 한다.

늘 마음을 즐겁게 가지고, 규칙적인 운동, 알맞은 식사,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한다. 목을 숙이고 일하는 것이 통증을 악화시키므로 30분 단위로 고개를 들고 목을 부드럽게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회전하여 근육의 긴장을 풀게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두통을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두통이라는 증상 그 자체는 물론 두통을 호소하는 인간을 보아야 한다. 앓고 있는 이의 마음의 결, 칠정(七情)의 이랑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조의 자세는 두통을 앓는 환자 그 자신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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