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청심]한가위와 마음의 덕
[세심청심]한가위와 마음의 덕
  • 법보신문
  • 승인 2008.09.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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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 거금도 금천선원장

가을비 지나간 들녘엔 벼가 점점 고개를 숙이고 영글어가는 모습은 성스럽기만 하다. 논에 물을 가두고 모내기를 할 때는 백화가 만발했고 강남 제비가 찾아와 곡예비행을 하며 집짓기에 바빴다. 볼이 불그스레한 과일은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이 있었기에 더욱 탐스럽고 투명한 하늘아래 제 빛깔을 뽐내고 있으니 한가위를 맞이하여 걸림 없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머지않아 여기에 싸늘한 기운이 더하고 백설이 휘날리면 더욱 숙성되어 맛과 향기가 진동하리니 어찌 좋은 시절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사계절이 뚜렷한 이 땅의 은혜이니 참으로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잠사경잠 선사가 어느날 산놀이를 갔다가 돌아오는데 제자가 어디에 가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답하기를 “갈 때는 풀섭 우거진 곳을 따라 갔다가, 올 때는 펄펄 날리는 꽃잎을 따라서 오는 길이다”라고 했다. 이에 제자가 “봄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하니 “가을에 이슬이 연꽃에 맺히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 라고 대답했다. 선사의 뛰어난 감성어린 일구에 누구나 지난 봄의 꽃놀이와 여름날의 추억들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또 어느날 앙산 스님과 함께 달구경을 하는데 앙산이 달을 가리키며 “누구나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만 사용하지를 못합니다.”하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사경잠은 앙산을 걷어차 쓰러뜨리고 천연스럽게 달구경을 했다. 이에 앙산이 곧바로 몸을 털고 일어나 “방금 사숙께서는 호랑이 같이 무섭고 날카로운 기량을 보여 주었다”고 한바탕 껄껄 웃었다.

사람이면 누구나 계절의 변화를 즐기면서 저마다 가지고 있는 뛰어난 감성을 드러낼 수 있다. 여린 감성을 바로 돌이키면 연꽃 위 이슬처럼 영롱한 부처 성품을 깨달을 수 있다. 가을은 수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싸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면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감성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한 생각 흐름이 보다 가까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생각 틈을 놓치지 않고 회광반조하면 본래 둥글어 한 번도 이지러지지 않은 한가위 보름달을 바로 친견 할 수 있다. 삼라만상을 다 포용하면서도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보름달이야말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덕이며 본질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사상과 종교를 고집하여 전통과 문화를 부정한다면 세계로 나아가 다양한 문화와 부딪쳐 우뚝서야할 우리 청소년의 미래가 암담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세계는 다양함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코드로 나아가고 있어 사계절의 기운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은 누구보다 지구촌을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땅에 어느 하나의 계절만 있다고 상상을 하면 벌써 숨 막혀 죽을 지경이다. 문화의 다양성과 포용하는 능력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인줄 모르고 특정 종교를 편향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화합을 병들게 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 추석에는 이들에게 보다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써 다가가서 더욱 감싸 주어야 할 것이다.
가을 바다는 일체 강물을 포용하여 다툼이 사라지고 일미 평등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일선 스님 거금도 금천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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