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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서울대 사학과 최병헌 교수[상]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9.10 18:30
  • 수정 2011.06.15 05:24
  • 댓글 0

불교사연구 외길 40년 이제 비로소 기초 닦아

자신의 안목 바꿔나가는 게 ‘학문’
지금부터는 불교사 저술에 주력

 

지난 8월 29일 정년퇴임한 최병헌 서울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불교사 연구를 이끄는 대표적인 중진학자다. 최 교수는 그동안 많은 불교사학자를 양성했을 뿐 아니라 탁월한 안목으로 불교사 연구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2회에 걸쳐 그의 학문관과 함께 현재의 한국불교를 바라보는 그의 날카로운 견해를 소개한다. 편집자

 

한국사 연구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삼국시대 이 땅에 들어온 불교는 지난 1700여 년 동안 사상, 문화, 정치, 경제를 비롯한 생활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그런 까닭에 불교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사를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0~70년대까지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불교사는 동국대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이루어졌을 뿐 일반 사학계에서는 모두가 기피하는 변방의 학문이었다.

 

지난 8월 말  정년퇴임을 한 최병헌〈사진·66〉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60년대 중반 기꺼이 변방의 학문을 선택해 지난 40여 년간 불교사 연구의 외길을 걸어오며 불교사의 폭을 넓어온 중진 사학자다.

 

김 교수는 여느 학자들에 비해 논문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발표된 논문들은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소화가 덜 된 채로 뱉어내는 것은 만용이다”라는 그의 소신처럼 폭넓은 사료 검토와 함께 오래도록 그 주제를 되씹고 고민한 뒤 쓴 논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사상을 불교 내부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사회 변화와 접목해 연구한 점은 한국불교사 연구에 있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영역이 대단히 폭넓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972년 학위논문인 「신라하대 선종구산파의 성립」(1972)을 비롯해 ‘신라말 김해지방의 호족세력과 선종’ ‘재당(在唐) 신라방의 불교사적 위치’ ‘조선시대 불교법통설의 문제’ ‘당에 있어서 신라승의 활동’ ‘일제의 침략과 불교’ ‘대각국사 의천의 천태종 창립과 송의 천태종’ ‘대각국사 의천의 불교사적 위치’ ‘혜덕왕사 소현과 귀족불교’ 등 고대불교사에서 근현대까지 종횡무진 넘나든다. 그리고 그 어떤 논문이든지 불교는 물론 그 시대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르는 것을 찾는다’는 그의 독특한 공부관에서 비롯된다.

 

“교수생활 오래 했다거나 나이가 많다고 다 학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해결해 나가려고 할 때 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앎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창조성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 학자가 아니지요.”

 

80년대 이후 최 교수는 앎의 영역을 넓혀가려 부단히 노력했다. 중국불교는 물론 인도불교까지 깊은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공부하고 답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학문이라는 것은 사물을 보는 자신의 안목을 바꿔 나가는 것입니다. 불교의 깨달음도 사물을 보는 눈을 바꾸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안목은 성실함과 정직함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최 교수에게는 유독 제자들이 많다. 현재 강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가 20여 명에 이른다. 최 교수의 남다른 인간미도 한 몫 톡톡히 하지만 학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료 해석의 엄격함’과 ‘논리적인 체계성’을 철저하게 지도하기 때문이다. 공부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사료를 자신의 논리 전개를 위해 끼워 맞추거나 구미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제야 비로소 기초를 닦았다”는 최 교수는 앞으로 고대불교사, 나말여초불교사, 고려불교사, 조선불교사, 근현대불교사를 비롯해 의상, 원효, 의천, 지눌 스님 등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서를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해 온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 불교사를 공부하는 후학들은 물론 한국불교에 회향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제 학계의 원로로 머물러도 좋을 명예교수의 위치. 그러나 최 교수의 정년퇴임은 학문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앎을 위한 출발선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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