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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과 약은 서로를 다스린다

기자명 법보신문

[세심청심]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조과 도림(鳥 道林741~824) 선사는 항주 사람으로, 조과는 ‘새둥지’라는 뜻이다. 절 안에 있는 소나무의 가지가 휘어진 높은 곳에 좌선대를 만들어 놓고 참선을 즐겨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는 고을 태수로 있던 당대의 대시인인 백낙천(白樂天, 772~846)이 찾아왔다. 그때도 스님은 그곳에서 참선을 하고 있었다. 그가 올려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스님, 위험합니다. 내려오시지요.”
스님이 백낙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네가 더욱 위험 하네.” 자신은 땅에 서 있고, 스님은 높은 곳에 있는데 오히려 자신이 위험하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스님의 뜻은 ‘티끌 같은 세상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가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렵다네.”

난 구산 큰스님께서 입적하시던 해에 출가했기 때문에 마지막 1년이라도 모실 수 있었다.
그해 여름에 접어들면서 행자들이 20여명을 넘어서고 도량은 활기를 띄었지만, 겨울을 넘기지 못하실거라는 얘기가 행자실까지 떠돌기도 했었다. 스님께서 그렇게 예언하셨다는 말과 함께. 어느 날 큰스님께서 행자실에 ‘정혜결사문’ 강의를 하시겠다는 공지가 있었다. 강의는 열 번을 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첫 시간의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시간이 좀 있어서 나왔다!”

큰절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여러 스님들을 만났더니 현 시국에 대한 걱정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들 현 대통령을 ‘역행보살’이라 칭했다.
당장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불교발전의 좋은 계기로 삼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병과 약은 서로를 다스린다’(病藥相治, 『벽암록』 87칙)는 말처럼 누구나 병이 있으면 약을 먹어야 하고, 병에 맞게 약을 먹어야 한다. 일에는 ‘공(公)’과 ‘사(私)’가 있다.

자신의 집에 필요하다해서 직장의 물건을 들고 갈 수 있는가, 공무에 적합하지 않는 사설을 늘어놓아서 될 일인가? 현 정권의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국민의 소리를 아프게 들어야 하는데, 버티고 버티다가 불리하면 구렁이 담 넘듯이 읍소하며 모면하고 말려는 술수도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국민의 3/2가 종교편향에 동의하고 있다. 불교의 ‘평범한 진리’를 저들은 배워야 한다. 현 정권동안 약을 먹다보면 불교는 분명 발전할 것이다.
우리 성찰의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범을 봤을 때 잡지 못하면 천리를 가도록 범 생각뿐이다’(見之不取 思之千里)라고 하지 않던가! 종단 집행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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