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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어르신 80여명, 송편 빚으며 추석 만끽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8.09.16 14:19
  • 댓글 0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송편 빚기 대회 현장
송편 쪄서 거동 불편한 어르신 120가구에 전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어르신들이 송편을 빚고 있다.

온 가족이 커다란 쟁반을 가운데에 놓고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은 추석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그런 아련한 추억이 있기에 독거 어르신들의 추석은 한층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종로노인복지관(관장 정관)이 9월 4일 지역 내 독거어르신 80여 명을 대상으로 추석맞이 송편 빚기 대회를 열었다. 누가 송편을 더 예쁘게 빚는지를 겨루는 자리지만 외로이 추석을 보내실 독거 어르신들을 복지관으로 초대해 추억을 나누고,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또 이날 어르신들이 빚은 송편은 거동이 불편한 까닭에 복지관을 찾을 수 없는 독거어르신 120가구에 전달해 그 의미를 더했다.

행사 당일. 오전 10시가 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4층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비닐이 깔려있는 강당 9개 팀으로 나눠 앉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어느새 오래도록 함께 지내온 이웃 집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밀가루 반죽과 속에 넣을 고물이 준비되자 본격적으로 송편빚기가 시작됐다.
“아유, 그렇게 빚으면 어떡해. 너무 뚱뚱하잖아. 이렇게 한입에 딱 먹기 좋게 만들어야지”
“모양은 내가 빚은게 훨씬 나은데 뭘 그래.”

이곳 저곳에서 옆사람이 빚은 송편과 자신이 빚은 송편을 비교하고, 각자 송편에 얽힌 추억,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송편에 대한 그리움 등을 나누느라 강당은 순식간에 시끌벅쩍해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할아버지 수가 극히 적었던 까닭에, 점잖은 모습의 전계수(80) 할아버지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큰 손과 어울리지 않게 세심하고 매끈하게 빚어내는 할아버지의 솜씨는 할머니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너무 좋고 즐겁죠. 이번 추석도 혼자 쓸쓸하게 보내나 했는데 여기 오니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도 많고 왁자지껄하게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오랜만에 이렇게 웃어보네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는 전계수 할아버지는 “스님이 늙은 우리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해 주니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네 자 이름으로 유명한 강자근순(82) 할머니도 이날 자리가 더없이 좋다.

“나이가 많이 드니 자식들 모였을 때 다 같이 송편 빚자는 말을 꺼내기가 미안하지. 준비하는 거나 뒷정리 하는 게 얼마나 일이 많은 줄 뻔히 아는데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딸이나 며느리가 하잖아. 그리고 요새 사람들은 뭘 해먹는 것도 영 귀찮아하더라고.”
강 할머니는 “송편 빚는 풍속이 사라져가는 듯해 내심 섭섭했다”며 “그래도 오늘 원 없이 송편 빚고 그렇게 빚은 송편으로 좋은 일도 하고, 흥이 절로 난다”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소감을 전했다.

정관 스님은 “지난해에도 복지관 어르신들과 소규모로 송편을 빚었었는데 명절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지역어르신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올해에는 크게 열었다”면서 “이렇게나 좋아해 주시니 마음이 짠하면서도 보기 좋고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명절 행사를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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