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불만다라]33. 진정으로 가치있는 재산

기자명 법보신문

‘보시 목록’은 누구도 뺏을 수 없는 보물

젊었을 때 수행하지 않고
정신적인 재산을 모아두지 못한 사람은
부러진 활처럼 쓰러져 누워
부질없이 지난날을 탄식하리라
 - 『법구경』


『대장엄론경』 제5권에는 왕과 상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상인이 왕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벌을 받게 되었다. 왕은 부호인 상인의 재산을 몰수할 심산으로 상인에게 재산목록을 적어오게 하였다. 상인은 이튿날 자신의 재산목록을 왕에게 받쳤다. 그러나 그 재산목록에는 금은 보화의 기록은 하나도 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과 재물을 베푼 목록과 수행자에게 보시한 목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동물이나 날짐승에게 먹이 한입 베푼 것 까지 기록되어 있었지만 정작 왕이 알고자한 상인의 재물에 대한 기록은 없었던 것이다. 그 기록을 보고 몹시 화가 난 왕에게 그 상인은 천연덕스럽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재물이란 언젠가는 다 없어질 것이며, 남에게 받은 것이므로 다시 다 돌려주어야한다. 남과 공유하는 재산은 나만의 것이 아니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공덕을 쌓은 재산만이 참으로 나의 재산이므로 그것만을 재산목록으로 적어서 왕에게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이 설화는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재산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 세상에까지 갖고 가서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신의 재산목록을 한번쯤 적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베푸는 일은 천상으로 가는 길

『출요경』 신품(信品)에서는 청정한 믿음(信)과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반성의 마음()과 올바른 삶을 지켜가는 계(戒)의 정신이 세상에 으뜸가는 재산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베푸는 일(施)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천상의 행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경전에는 이렇듯 명백하게 천상의 행복을 얻는 길이 기록되어 있다. 어리석고 혼탁하게 살면서 욕심 사납게 천당에 태어나고 싶어서 우왕좌왕할 이유가 없다. 부처님 말씀대로 신(信)과 참()과 계(戒)와 시(施)의 재산을 재산목록으로 쌓아두면 된다는 확신과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숫타니파타』 제182 게송에도 ‘이 세상에서 믿음이 으뜸가는 재산이며, 덕행이 두터우면 안락을 가져오고, 진실이야말로 맛 중의 최고의 맛이며, 지혜롭게 사는 것이 최상의 삶이다.’라는 명문이 있다.

사람의 어리석음 중에 으뜸가는 것은 젊었을 때의 좋은 세월을 다 보내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람이 청년일 때에 신심으로 출가하여 최선의 노력으로 정진 했다면 장년에 이르러서는 수행의 깊은 경지를 얻고 스승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며, 사람이 젊은 나이에 부지런히 노력하여 학식을 쌓고 재물을 모았다면 중년에 이르러서는 부와 명예를 겸비하여 세상의 지도자의 대열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학식과 덕망을 쌓지 않고 게으른 습관으로 세월을 허송했다면 부질없이 지난날을 탄식하고 남에게 원망만을 돌리게 된다.’라는 경책의 말씀을 자주 하신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께서는 젊었을 때에는 모든 선(善)한 일에 노력 정진하라고 늘 타이르고 계시는 것이다. 출가 수행자에게는 재물을 오물(汚物)처럼 보라고 경책하셨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재물의 소중함도 늘 깨우치고 계셨다.

세상의 무상함을 연기의 법으로 깨달으신 부처님은 누구보다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음을 늘 절감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렇다고 허무주의에 빠진 것이 아니다. 무상을 진리로서 보기 때문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를 직시(直視)하고 집착하는 마음 없이 매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것이다. 잠시도 머물지 않는 세월의 흐름을 직시하고 ‘오직 할 뿐, 오직 최선을 다할 뿐’으로 일생을 관통하신분이 우리의 스승 부처님이시다. 『불유교경』에 80의 생애를 마감하시면서 유언으로 남기신 말씀이 ‘세월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으니 게으르지 말고 노력 정진하라’는 간절한 당부의 말씀이셨다. 우리의 젊음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으므로 오직 노력 정진 할 뿐, 그 외에 무엇이 우리를 힘 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일체 모든 것이 다 무상하고 허망한 속에서 오직 무상하지 않고 허망하지 않는 것은 이 현재의 순간에 나 자신이 선을 실천하고 공덕의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습관이 곧 우리의 업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지나간 것에 후회하거나 한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가오지 않은 일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이유도 없다. 지나간 것은 흘려보내고 다가오는 것은 맞이하면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 우리의 삶은 도리어 무상하거나 허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 확고부동한 힘으로 금생에 자신과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다음 생에도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재산목록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는 연습을 하고 좀더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몰입하는 습관을 쌓도록 하자. 하루하루의 습관이 곧 우리의 삶이 되고 습관이 모여서 업(業)이 된다. 몸으로 하는 행위와 입으로 하는 언어와 마음 씀씀이가 착하지 않으면 곧바로 착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착하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하지 못하고 한탄과 후회의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삶의 공식(公式)인 것이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