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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무욕의 삶 살고 있는 법연 스님

일타 스님이 후배지만 존경한다는 비구니 老스님
출가 선후-비구·비구니 떠난 승가 화합 아름다움 느껴


통칭 북전으로 통하는 북방으로 전례 된 율장에는 비구계목이 250개인데 비해 비구니 계목은 348개이다. 이렇게 계의 항목이 많다는 것만으로 단순 비교하여 불교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일으키고는 자꾸 따져 묻던 여자신도분이 있었다.
스님들이 지켜야하는 구족계는 실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만 제정하였지 미리 대비하여 정하지 않았다. 결국 부처님 당시 여성 출가자들이 보다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세세한 내용들을 보면 당시 사회의 관습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조건으로 인해 보다 많은 계목이 생겨나게 되었을 뿐 결코 차별적 견해에서 제정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는 세상 어떠한 종교집단보다 차별 없는 평등사상을 지켜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실천하고 있는 종교다. 아직도 대다수의 종교에서는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2,500년 전 여성 출가자들을 받아들였고, 많은 여성들이 출가 수행하여 성인의 경지인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고 되어있다.
한국 비구니스님들의 위상은 다른 불교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 일부 종단의 제도적인 문제에 있어서 제한적인 규제가 있기도 하지만 타 종교나 사회적 관념에 비교하면 매우 진보적이다.

올해 나이 78세의 노비구니 스님이 계신다. 세속적 나이와 많은 손상좌가 있어 노스님이지 스님은 건강한 체력과 명료한 기억력을 소유하고 있어 노스님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다.
출가하여 얼마 되지 않아 온양 세심사 법연 스님을 만났다. 당시 거침없는 언사와 시원시원한 판단력, 무엇보다 직설적인 언어구사력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도 불쾌한 기분을 들지 않게 하는 것은 스님이 말씀하시면서 조금도 사심을 두지 않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내 맘속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남아있을 때였는데 법연 스님과의 만남은 그런 생각이 싹 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님은 언제나 유쾌하셨다. 말을 하실 때는 더욱 즐거워보였다. 지난 일을 유난히 잘 기억하여 예전 큰 스님들을 직접 만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말 얼마나 기억력이 좋은지 얘기를 듣다보면 마치 내가 직접 친견이라도 한 것 처럼 느껴지곤 했다.
스님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하실 때 유난히 좋은 기억으로 남겨진 스님들은 대부분 진솔한 모습을 지녔던 분들인 걸로 기억난다. 반면 사회적으로 꽤나 잘 알려진 스님들 중에도 직접 만났을 때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을 하셨는지 말문을 줄일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기분 좋게 한 것은 일타 스님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었다. 스님께서는 일타 스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한참 후에야 일타 스님 보다 법연 스님이 먼저 출가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같이 좋아하는데 기분 나쁠 수 있겠는가? 소욕이 아니라 무욕(無慾)의 삶을 사시는 세심사 법연 스님께서 늘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아름다운 승가의 얘기로 우리들이 더욱 큰 발심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랄 뿐이다.

요즘 사회를 바라보면 교만심 가득한 지도자가 아만에 빠져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출가의 선후와 비구, 비구니를 초월하여 서로 존경하고 존경받는 아름다운 승가가 우리들 앞에 찬찬히 펼쳐져 있으니 서로 화합하고 존경하는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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