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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전기 읽고 감명…봉사를 수행삼다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8.09.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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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봉사인생 김정순 약사

직업 특성 살려 반평생 국내외 의료 봉사 매진
점자입력 봉사…병원 법당에 불교서적 보시도

의료 혜택이 필요한 곳이라면 외진 섬마을부터 해외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가 자비의 손길을 전하는 불자가 있다. 바로 김정순 보살(54·자비화).
“어린 시절 슈바이처의 전기를 읽고 크게 감명 받아 그와 같은 삶을 살리라고 다짐했었다”는 김 보살의 직업은 약사다. 1980년 처음 개인 약국의 문을 열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김 보살은 직업적 능력을 활용, 의료 봉사에서 약을 제조하고 공급하는 일을 도맡아 해왔다. 인생의 반평생 이상을 봉사에 전념한 만큼 거쳐 온 봉사 단체도 셀 수 없이 많고, 이곳저곳으로 사다 나른 약의 양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에게 이제 봉사는 생활의 일부다.

적십자병원, 전국병원불자연합회와 불자약사보리회, 선재마을의료회 소속으로 종교를 가리지 않고 의료봉사를 펼쳤고, 소쩍새마을을 정기적으로 찾기도 했다. 의료봉사단체 마하의료회 부회장이기도 한 김 보살은 국내 무의촌은 물론이고 몽골,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의료 서비스가 간절히 필요한 곳이라면 부처님이 계시는 곳인 것 마냥 어디든지 달려간다.
매달 자비로 충당하는 약 값만도 50만원 이상, 해외봉사가 있을 때는 300만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전국 19개 병원 법당에 불교서적을 전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3곳의 병원 법당에 직접 고른 불교서적을 보시하기도 했다.

김 보살은 소일거리마저도 봉사다. 약국에 앉아 틈틈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점자로 입력하는 작업을 한다. 99년 이를 위해 컴퓨터까지 샀다. 고심해서 책을 고르고 점자로 입력하고 나면 조계사 장애인포교회 원심회로 보내진다. 책은 주로 불교 경전과 관련 서적. 김 보살은 “봉사라고 할 것도 없다”면서 “점자 입력하면서 오히려 내가 책을 더 보고, 불교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짓는다.
언제나 쾌활한 목소리에 밝은 웃음으로 가득한 김 보살에게도 삶이 힘들고 무거울 때가 있었다. 39세 무렵 과로와 스트레스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실명의 위험까지 있었다.

“그 때 화엄사에 참 열심히도 갔어요. 부처님에 의지하며 마음을 다잡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겁니다. 힘든 시절 불법에 귀의해 삶의 의지를 다지고 마음을 추스렸죠.”
시력이 많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실명만은 가까스로 피했다. 혹자는 그동안 지은 공덕 덕분이라고도 했다. 이후 김 보살은 장애인들이 얼마나 답답할지를 가슴으로 느꼈고, 원심회와 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 것. 김 보살에게 가장 보람이 컸었던 적이 언제냐고 물었다. 의료봉사를 주로 펼쳐왔기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김 보살의 대답은 좀 다르다.

“몽골 울란바토르시에 위치한 한국 불교 사원인 고려사에 컴퓨터를 10대 보낸 적이 있어요. 그 중 한 대가 몽골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입학하지 못했던 한 몽골청년의 기부입학 물품으로 쓰였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작년에는 또 갑자기 마음이 나서 10대 더 보냈어요. 이러니까 돈을 모을 새가 없네요. 하지만 발심이 나는 것을 어쩌겠어요.”

김 보살은 “봉사 이외에는 돈을 쓸 곳이 없다”고 말한다. 옷도 직접 만들어 입고, 식사는 하루 한 끼 도시락을 먹기 때문이다. 밥 한 끼 사먹는 돈마저 아까워하는 김 보살이지만 약국에 들리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타국 땅에서 고생한다”며, 할아버지에게는 “건강하시라”고, 청소 아주머니에게는 “수고하신다”며 선뜻 건강드링크 두어 병 씩을 안긴다.

“큰 돈이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우면 좋겠지만, 분수에 맞는 보시행을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진정한 ‘자리이타’ 임을 알게 된다”는 김 보살의 말이 그의 조그만 약국이 언제나 정을 그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가 아닐까.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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