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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 특별기고]MB정부규탄 불교도대회를 보고[5]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8.10.07 19:57
  • 댓글 0

천덕스런 목사말, 옹졸한 정책같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월 27일 범불교도대회에서 “조용한, 그러나 엄청난 태풍이 내 안에 소용돌이 치는 경험을 했다”고 술회했다.

무수한 푸른 별과 무수한 붉은 꽃들이 인간의 몸과 물질과 허공과 세계의 모든 존재들과 생각들, 움직임들 속에서 반짝! 살폿! 여기저기서 뜨고 필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대화엄의 우주적 영적 네트워킹의 시대로 들어간다.
이것이 곧 후천개벽이요 동학의 비젼이다.
그래서 동학 역시 ‘밝고 밝은 개벽의 운수를 각각 제 나름나름으로 밝혀라(明明基運 各各明)’라고 하거나 안으로 신령이 있고 밖으로 기화가 있으니 한세상 사람이 우주적 불가불리의 융합성을 저마다 제나름나름대로 인식하고 깨닫는다.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各知不移)고 하며 바로 이것을 ‘모심(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사상이기도 하다.
한국전통 탈춤의 기본적 미학원리인 ‘연산(連山)구조’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열두마당이 모두다 연결 없이 불연속적인 따로따로이어서 마치 풍수지리에서 봉우리 봉우리가 모두 저마다 우뚝우뚝한 것을 지칭하는 바로 ‘연산’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화성(火星)’ 즉 봉우리의 원리이나 그 밑에 보이지 않는 ‘용(龍)’즉 산맥의 기(氣)의 유통망은 서로 작용을 하는 것, 즉 의미망이나 연쇄작용은 있다는 것이다.
‘병풍(屛風)’역시 그 원리이고 기타 여러 예술이나 문화공예품, 생활들에서도 이것은 거의 일상화된다. 더욱이 지구생태계오염, 파괴 등과 연관해서 한국의 자생풍수지리학이 건진 엄청난 기능성을 어찌 봐야할 것인가? 풍수의 그 수천 수만 수십만가지의 ‘형국론(形局論)’ 즉 서양생태학의 바이오·리죤(Bio-regeon)과 연관시킨다면 더욱이 이것이 불교와 연관되어선 새로운 사상과 과학으로 발전한다면 스스로 깨어나는 대지의 영적소통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현단계 디지털 네트워크 이론이나 과학은 무수한 수(數)의 문제와 연속되어 우주적 컴퓨팅으로 발전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불교가 바로 이런 특징적 근본사상으로 일관되었다. 자주 말했듯이 ‘달이 천개의 강물에 따로따로 비친다.(月印千江)’는 원리가 그것이고 ‘한톨먼지 안에 우주가 있다(一微塵中含十方)’는 화엄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인드라망’부분은 어떠한가?

이래서 1700년을 불교가 이 나라의 거대한 중심사상을 이루어 온 것이다.
불교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민족토착사상을 구박하지 않는다는 것과 외래의 다른 사상과 늘 화해하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절에 가면 언제나 우리는 불교의 부처가 모셔져 있는 대웅전(大雄殿) 왼쪽 뒤편에 반드시 삼신각(三神閣)이나 칠성각(七星閣) 또는 북극전(北極殿)이나 환웅전(桓雄殿)같은 민족 토박이 신앙의 대상들이 작지만, 사이좋게 모셔져 있음을 보게 된다.
불교와 한국전통적 한울님신앙, 특히 동학개벽사상등과의 연결 속에서 볼 때 이미 기독교와의 참으로 평화로운 화해는 별 문제가 없다. 잊지 말라!
이러한 가능성들은 오늘에 참으로 아무의미도 없는 것일까?
나는 ‘네그로폰테’의 ‘디지털되기’에서 머지않은 날 바로 이러한 전통들이 불교와 함께 ‘불연속적연속성’이라는 세계문화전면에 거대하게 클로즈업되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1700년 불교는 이 나라 중심사상

여기에 대응하여 극소수 개신교 목사들의 그 독살스럽다기 보다는, 천덕스러운 발언들, ‘스님도 예수 믿고 불교는 무너져야 한다’는 둥, ‘불교는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둥’, ‘마귀’라는 둥, ‘사탄’이라는둥.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말인가?
막걸리인가?
현 정부의 옹색하고 옹졸한 정책과 거의 똑같아지는 기독교의 이 현상을 걱정 없이 어떻게 볼 수 있을 것인가?
콤플렉스인가? 원한인가? 대세에 주눅든 자의 옹졸한 복수심인가? 권력찬양과 아첨인가? 무식인가? 무책임인가? 아니면 그저 못나서인가? 아니면 질나쁜 불성실인가?
많은 이들이 개신교 목사들의 다른 말씀을 듣고 싶어한다. 개신교는 몽땅 다 그 모양 그 꼴인가?

2008년 8월 27일 수요일
범불교도집회의 날 한겨레신문이다.
경기도 광주요양원 ‘작은 안나의 집’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류상태목사는 말한다.
‘불자님들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류목사는 24일 웹진 〈에큐메니안〉, 〈당당뉴스〉, 〈대자보〉 등에 동시에 실린 컬럼에서 일부 개신교목사들의 발언과 관련, 진보개신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한다.

“너무 놀랍고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습니다. 도대체 이 깊은 죄업을 어찌 감당하려고 저러는지 심히 안타깝고 죄송스러워 얼굴을 들기 어렵습니다.”
“깨어있다는 진보개신교인들과 목사들은 겉으로는 환경문제나 사회정의, 평화, 통일운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교회 내부의 환부는 드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눈을 감고마는 비통한 현실을 보았다. 만일 그대들의 침묵이 돈 많은 보수교단의 지원 때문이라면 그대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삯꾼이요 도적놈이다.”
류목사는 26일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개신교인들의 망동에 대한 경고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안티기독교인들의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라도 종교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무모한 돌출 망언과 망동을 막지 못해 사회갈등이 더욱 깊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구보다 먼저 진보개신교인들이 져야할 것이다.”
류목사가 글을 발표한 뒤 ‘회개하라’는 댓글들이 붙고는 있지만 그는 그런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반발보다는 “이대로 종교 갈등이 깊어졌을 때 일어날 사태가 훨씬 무섭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너무 염치가 없어 불교도대회에 참가할 수도 없다.”

범불교도대회가 끝난 뒤인 2008년 8월 29일 금요일자 경향신문이다
한국진보개신교의 대명사인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KNCC) 선교훈련원장인 이근복목사의 발언이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와 교회의 성공주의가 타종교와 갈등을 빚는 가장 큰 원인이며 정권과 교회의 이미지가 커질수록 이명박정부와 교회가 동반 추락해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것’
최근 KNCC는 10여년전 중단됐던 에큐메니칼(교회일치·평화통일운동)정체성회복과 참된 교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이근복 목사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목사는 1980년대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공장노동자선교에 앞장선 인물이다. 이른바 민중신학으로 무장된 목회자다.

일부 목사 “너무 염치가 없다”

그는 말한다.
“바람직한 선교는 기독교의 세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교회는 사회와 더불어 나누고 소통해야 합니다.”
투쟁력이나 단호한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게 얼굴 가득 선한 웃음이 배어있는 이목사는 “교회가 사회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고 동반자로 설 때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에큐메니칼선교에서 새 방향을 찾고 있다.
KNCC의 ‘에큐메니칼 아카데미’는 ‘한국경제와 기독교,’ ‘한국문화와 기독교,’ ‘한반도 평화와 기독교,’ ‘에큐메니칼운동과 한국교회’ 등의 주제로 심포지움을 계속한다.
7월24일 열린 심포지움에서 강인철(한신대)교수는 “앞으로 개신교 내부의 분열, 불교와의 균열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개신교 보수그룹은 시민사회 내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에는 ‘선교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불교와 천주교의 선교에 대해 경청하는 자리를 만든다.

11일 기독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1차 심포지움 ‘선교의 본질, 타종단에서 듣는다’ 에서는 중앙승가대 김응철교수가 ‘불교포교의 본질과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서울대 배철환교수와 토론한다. 양주 백석성당 배경민신부가 ‘천주교의 선교의 본질과 과제’에 대해 발제한다. 25일에는 한신대의 채수일교수가 ‘기독교선교의 본질과 과제’를 발표한다.
이목사는 말한다.
“타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교회의 책임 있는 선교정책을 마련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자리입니다. 다른 종교의 포교와 선교방식을 알게 되면 종교간 갈등을 극복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8월 27일 아침.
나는 경향신문, 한겨레, 조선일보를 통해 범불교도대회 뉴스를 체크한다.
며칠 전 조계종으로부터 27일 대회 시청앞 모임에 나와 공식 논평 발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며칠 생각한 뒤에 시청 앞에 나가 공식 발언하는 것은 내게 맞지 않다. 차라리 대회 뒤에 기자회견을 통해 내 나름의 논평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해서 그렇게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27일 2시 전후 시청 앞에 나가 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조용한, 그러나 엄청난 태풍이 내 안에 소용돌이치는 경험’을 하며 27일 대회를 전후한 리포트형식의 불교행동의 문명전환사적 계기를 잡아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긴 호흡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불교측이 종교차별에 대해서 도리어 마치 부처님처럼 너그럽게 대응하기를 바라는 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의 바로 ‘가만히 좋아하는’ 양식은 오히려 새문명양식의 예감과도 통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조계종 쪽으로부터의 연락을 받고 긴 글 이야기를 했을 때 그쪽 스님들 이야기는 짤막한 인터뷰나 논평보다 나의 장강대하(長江大河)같은 불교스타일의 글을 써서 불교계신문 같은 매체에 연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이미 나는 그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그리하기로 했다.

엄청난 태풍 소용돌이 치는 경험

우선 불교 쪽의 대회전(前) 소식이다.
한겨레 27일자 3면 왼쪽 하단의 조그만 타이틀이다.
“종교편향, 경찰청장 해임, 촛불수배해제도 완강, 불교계 사회단체와 연대 언급… 국정운영 악재로”

기사 벽두다.
“2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사례를 사과하고 관련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불교계는 대통령 공식 사과등 요구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반발의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불교계의 4가지 요구가운데 이날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재발방지대책’하나다.
그 외 대통령 사과·어청수경찰청장 등 책임자 문책·촛불집회 수배자 수배해제 등은 사실상 거부했다.
불교계가 대통령 사과를 첫머리에 올린 이유는 새 정부 들어 부쩍 늘어난 공직자들의 종교편향 사례가 결국 기독교장로인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비롯했다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매듭을 풀어야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게 불교계 판단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이처럼 불교계 요구를 대부분 거절한데에는 일종의 ‘자신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수성향이 강한 일반 불교신자들은 이명박정부 지지성향이 강하다는 판단에다, 불교계 반발 주도세력 가운데 일부는 본질적으로 ‘반이명박세력’이라는 나름의 분석 등이 뒷받침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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