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수행]⑥육식과 암-끝
[김동일 교수의 한의학과 수행]⑥육식과 암-끝
  • 법보신문
  • 승인 2008.10.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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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하면 스트레스 ‘업’ 질병저항력 ‘다운’

인간 생명력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은 육식
채식·108배·기도 등 불교적 삶이 건강비결

결집(結集)은 범어 ‘상기티’의 한자 의역으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그 가르침을 올바르게 모아 경전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결집은 부처님 제자 중 우팔리가 율(律)을, 아난다가 경(經)을 그들이 듣고 기억하는대로 외고, 다른 사람들의 승인을 받아 확정했다고 한다. 바로 진리를 모으고 뜻을 뭉치는 일이 결집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지혜를 모으고 좋은 뜻을 모을 때 ‘총의의 결집’이나 ‘민의의 결집’과 같은 긍정적인 방식의 말로 이 결집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좋은 의미의 뭉침 반대편에는 나쁜 의미의 모음과 뭉침이 있다. 바로 우리 몸에 생기는 적취(積聚)이다. 적취는 몸에 나쁜 기운이 쌓이고 뭉친 것이다. 노기(怒氣), 담탁(痰濁), 어혈(瘀血) 등이 모여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다. 이러한 적취 가운데 가장 고약한 것이 바로 암이다. 암(癌)은 절망과 분노의 덩어리며, 우리가 함부로 섭취한 과잉된 영양과 독소의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물질적 부가 충족되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가난함이 더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급속한 고령화는 사회 각계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이루어져서 서구의 고령화 대책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종교계와 의학계는 영혼과 육체의 안녕에 대한 고민과 대처방안을 슬기롭게 우리 사회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암은 가장 심각한 사망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암에 의한 사망률은 37.8%나 증가하였다. 이것은 암의 진단율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고령화와 스트레스 등 각종 암 유발 요인이 증가한 탓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나이가 늘수록 암이 많이 생기는데, 연령별로 암 발생 빈도를 보면 45세부터 49세 사이가 암 발병의 9%를 차지하여 차츰 늘기 시작해서 60세에서 64세 사이에 14.8%로 정점에 이른 후 차츰 감소하여 70세에서 74세 사이는 10.7%를 차지하게 된다.
암은 세월의 누적에 따라 켜켜이 쌓인 문제들의 결과로서 암암리에 생기고, 가계(家系)의 유전적 혈통을 따라 생활과 더불어 생기는 ‘모든 독소의 바위 같은 응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방에 힘쓰고, 조기발견에 유의하며, 발병했을 때에는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 병으로 볼 수 있다.

오늘은 회피하고 싶지만 잘 알아야 하는 암에 대해서 짧게나마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또한 불교는 한국사회의 암 환자들에 대해서, 그리고 암의 예방에 대해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한해에 사망하는 한국인은 대략 25만 내외로 이 가운데 암으로 사망 원인이 밝혀진 사망자 수는 6만 5천명을 상회하여 사망 원인 제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1년에 얼마만큼의 암이 새롭게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암 등록 건수를 보면 한해 10만 명을 약간 상회하는 신규 등록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는 대략 실제 발병된 암 환자수치의 9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연간 11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생기고, 6만 5천 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 세 가지는 첫째. 폐와 기관지의 암, 둘째. 위암, 셋째. 간암과 간내 담관의 암이다.
암의 발생 양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암, 폐와 기관지암, 간과 간내 담관암, 대장 및 직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등의 순서로 암이 발생하였다. 남녀의 성차를 고려하여 이들의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남자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방광암, 전립선암의 순서로 많이 생겼다. 반면 여자는 유방암,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의 순서였다.

전통적으로 많았던 위암은 여전한 발병양상을 보이나 유방암과 대장암과 같은 서구형 식사와 관련된 암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한 섭취가 바로 서구형 식사의 핵심이다.
오늘날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육류는 대부분 집단 사육에 의한 것이다. 집단 사육은 동물에게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접촉에 따른 상처나 감염의 기회를 높인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이들 동물이 섭취하는 사료에는 많은 양의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다.

사육동물의 고통이 배어 있고, 항생제가 들어 있는 육식의 지나친 섭취는 분명 인간의 생명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육식에 대해 한계를 긋고 있는 불교의 생명존중 정신을 이 사회에서 크게 받들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암을 예방하는 것만이 아니다. 지나친 육식은 인간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든다. 육식에 대한 절제는 육식동물의 공격적 본능이 인간의 이성을 가리지 않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분노와 절망의 완화는 사랑과 믿음 같은 생명력의 본질적 정서를 신장하게 된다. 이는 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암의 시작은 정서적 독소의 응집에 있고, 음식물의 독소가 부추기며, 세월을 두고 쌓인 절망스러운 누적에 의해 형태를 갖추고 발병하게 된다. 언젠가 스님들의 건강 상태를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법랍이 높아질수록 속인들보다 높은 건강 수준을 나타냄을 알 수 있었다. 어떠한 점이 그렇게 되도록 작용했을까?

육식을 멀리하는 점은 이미 앞서 충분히 설명하였다. 자아로 돌아가는 겸허와 허심의 참선 기도, 자연의 순리대로 동세를 펼치는 108배, 부족한 듯 여백을 주는 소식과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물질이 가득한 채소를 먹는 채식, 차향에서 찾는 멋과 여유, 음주와 흡연의 해악에서 자유로운 것, 맑은 자연의 산사에서 주로 생활하는 점, 인연의 짊어진 짐이 작은 것 등이 모두 스님들의 건강과 연관된 요인들로 보였다. 이 모든 것을 속세의 삶을 사는 보통사람에게 권고할 수는 없겠지만 그 대의와 주요한 실천방안만은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불교는 건강에 대한 희망의 바람을 갖게 하는 인류를 넘은 모든 생명 구원의 가르침이다. 생명 순환의 작은 고리의 한 틈에서 육신의 질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는 의료인들은 수행자의 넓은 마음, 큰 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소박하게 나날의 진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생명존중과 건강증진의 길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교수 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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