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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일정하던가

기자명 법보신문

[세심청심]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전국 시대, 위영공(衛靈公)은 미동(美童) 미자하를 곁에 두고 예뻐했다. 어느 날 미자하는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전갈을 받고 급한 김에 왕의 수레를 타고 집에 다녀왔다. 허락 없이 왕의 수레를 타면 발뒤꿈치를 자르는 중형, 그런데 왕은 “미자하는 효성이 지극하여 어미를 위해 월형도 두려워하지 않는다”하며 오히려 칭찬하였다. 또 한 번은 과수원을 거닐다가 복숭아를 따서 한 입 먹어 보고는 왕에게 먹어보라며 건넸다. 이때도 왕은 “충성심이 대단하구나! 복숭아가 맛이 있으니 제가 안 먹고 과인에게 주다니”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자하는 점점 왕의 신임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처벌을 받게 되었을 때 왕이 지난 일을 떠올리며 노했다.
“저놈은 언젠가 허락도 없이 짐의 수레를 탄 적이 있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과인에게 먹인 일도 있다.”『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扁)

이 둘은 사실 동성애적 관계였다. 서한의 10대 황제였던 유흔(시호,哀帝)도 비슷했다. 시동인 동현과 낮잠을 자다가 집무에 나가기 위해 일어나려는 데 동현이 자신의 소매 위에 잠들어 있었다. 어찌나 예쁘던지 차마 깨우기 싫어 소매를 잘랐다는 얘기인데, 지금도 중국에서 “뚜안시우(斷袖)”는 동성애의 다른 표현이다.

‘경기후퇴(Recession)’란 경기순환 국면에서 수축기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GDP(실질국내총생산)이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할 때를 지칭한다.
경기후퇴가 심해져 GDP가 10%이상 하락하면, 공황(Depression)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0년 전 IMF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망하는 기업은 시장원리에 맡겨 망하도록 두라”던 그들이고 보면 격세지감이다.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넣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지도 못하고 있다.
세계의 금융계가 밀집한 뉴욕의 월가(街) 한 곳에 호황의 상징으로 질주하는 황소상이 세워져있다. 역동성의 표현이겠지만 신문에 보이는 사진으로는 좀 기울어져 있었다. 잘 나갈 땐 몰라도 요즘 같아서는 ‘상황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 나아가는’ 듯한 황소가 괜히 애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미자하’를 떠올리게 했다.

불교에서는 선과 악, 높고 낮음, 좋고 싫음, 길고 짧음, 유와 무 같은 차이를 대립이나 고정불변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서양철학처럼 무를 유의 결핍, 악을 선의 치유 대상이 아니라 모든 현상은 자체의 법(dharma)으로 구현된다는 입장이다. 선도 법이고 불선(不善)도 법이다. ‘다름의 인정’이요, 그렇기 때문에 궁극의 화해와 질서가 가능한 것이다. 그물코를 당기면 전체가 따라오듯이 말이다. 단 스스로의 집착이 화와 복을 만들고 차별된 세상이 실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할 뿐이다.

“농토도 천년이 지나는 동안 팔백 번 주인이 바뀐다”고 했다.
농토와 사람, 누가 주인이고 객인가?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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