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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부드럽고 유쾌한 현진 스님

처음 만났는데도 자연스레 친해진 스님

밝고 재밌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누구든 어색한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약간의 서먹서먹한 시간이 제법 길게 유지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오랜 친구같이 거리감을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현진 스님을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오래 만남을 지속한 듯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직위가 높거나 낮거나 조금의 차별도 없고, 승이나 속이나 그 어떤 차별도 두지 않는 스님의 인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친근감을 가지는 것 같다.

불자들이 제주에 와서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좋은 절을 소개시켜달라고 할 때가 많다. 외형적 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히 맞아주고, 상담이라도 할 만한 스님을 소개시켜달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많은 스님과 사찰을 알지만 소개시켜주기가 망설여질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청주에 산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충북일원에 산다고만 하면 정말이지 꼭 관음사에 가서 현진 스님을 찾아뵙고 관음사에 다니라고 말한다.

사실 누군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진 스님에게는 지금까지 망설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소개에 소개를 거듭했다. 지금까지 내가 보낸 사람들에게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스님의 경쾌한 삶의 모습은 때때로 출가의 삶에 지칠 때면 내게 큰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수행자들은 괜한 일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깊이 사고하다가 사변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스님을 만나거나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지나치게 심각해진 기분을 전환하기도 할 정도니까 내게 남은 스님의 밝은 이미지가 얼마나 강렬한지 알만도 하다.

도반 중에 한사람은 아예 현진 스님이랑 호형호제하면서 출가 이후 지금까지 더없이 가까이 지내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관음사에 들어가서 방사를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스님의 친분이 늘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 스님들 사이에 구태여 끼고 싶지는 않지만 낄 수도 없다. 무엇보다 그 두 스님처럼 단아한 사유의식을 가지고 못했고, 두 스님처럼 심플한 일상의 생활방식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현진 스님을 보노라면 몇 천 년은 출가하여 승려로써 수행하며 의식이 단련되신 분일 거란 생각이 들곤 할 정도다.
스님께서는 무엇보다 글을 또한 너무나 잘 쓰신다.

많은 불자님들이 스님의 글을 보고 감동을 받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것도 스님께서 던진 밝고 경쾌한 불법의 숲으로 말이다.
현재 부산에서 열심히 불교출판업을 경영하고 있는 처사님은 현진 스님의 ‘삭발하는 날’이라는 책을 읽고 자신이 불교 출판물을 다루어야 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처럼 스님의 글은 일반적으로 무거운 느낌으로 닿아오는 부처님의 말씀과 불교생활을 아주 밝고 재미있게 써져 있는데 이것은 평소 스님의 삶의 모습을 너무나 잘 투영한 결과일 것이다.
언제 만났는지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항상 현재의 삶에서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으면서 우리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는 늘 스스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문이라고 한다. 스스로 잘나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나의 삶을 아름답고 행복으로 물들여주는 현진 스님 같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행복한 것임을 잘 안다. 늘 나의 삶 주변에 머물러 계시면서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시는 분들께 언젠가 나도 넘쳐나는 행복을 전해 드리고 싶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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