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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스님 특별기고] 사경(寫經)하는 마음 [상]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8.10.21 10:45
  • 댓글 0

백독(百讀)보다 일사(一寫)가 낫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가 봅니다. 며칠 전만해도 한잎 두잎 지던 낙엽이 오늘은 땅위에 수북이 쌓이고 있습니다. 정겹게만 느껴지던 높고 파란 하늘도 요즘은 짙은 회색얼굴로 자주 우리를 내려 다 봅니다. 사람들은 옷깃을 세우며 종종걸음을 치고 산자락 끝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절을 변화시켜 가는 자연의 섭리가 가슴속 깊이 까지 파고드는 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통해 삶의 무상(無常)을 배우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가 봅니다.

사색하기에 더 없이 좋은 이 계절에 산승이 여러 불자님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경(寫經)’을 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흔히들 가을을 일러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봄날에는 아지랑이와 함께 들뜨고 여름날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휘돌아 쳐지던 마음들을 이 가을에는 한권의 책 속으로 침잠시켜 보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일 것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도 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까맣게 인쇄된 글자들 위를 헤엄치며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마음을 살찌우는 일일 테니까 말입니다.

오늘 산승이 불자님들께 권하는 ‘사경’은 단순한 독서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는데 그 뜻이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사경’이란 부처님의 말씀들 즉, 불경(佛經)을 옮겨 쓰거나 베껴 쓰는 신행을 말합니다. 기실 우리 주위에는 아주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해서 정보. 오락.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 등등에 관한 책들이 부지기수로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책들 중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현들의 가르침 담긴 삶의 진리가 알알이 박힌 책 들입니다. 서양의 과학문명과 함께 전 세계에 전파된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이 이제껏 출판된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읽혔다는 이야기는 이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한 예입니다.

이처럼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들의 독서 실태가 이와 같을진대 하물며 불자 된 우리들이 불경을 항상 수지 독송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옮겨 쓰는 사경을 하는 것은 더더욱 신심어린 수행의 하나라 할 것입니다. 물론 사경을 하는 것이 호젓한 가을날의 책읽기 정도에 비유될 성질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 년 사계절 중 그 어느 때 보다 우리네 인생의 진솔한 모습이 드러나는 이 가을날에 오롯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기도이자 수행인 사경을 해 보시길 권하는 것입니다.

학명 스님 하남 성불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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