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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38. 참으로 가치 있는 일

기자명 법보신문

“붓다 위해 울지 말고 삼학 닦아 수행하라”

 

남을 위한 중요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참다운 의무를 소홀히 말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그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라
 - 『법구경』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에는 “시시각각 시간이 옮겨가면 금세 날과 밤이 지나가고, 나날이 옮겨가면 금세 초하루와 그믐이 옮겨가서 한 달이 지나가고, 다달이 옮겨가면 금세 한해가 가고 내년이 다가오며, 연년이 옮겨가면 잠간사이에 죽음의 문에 이르게 된다(時時移移速經日夜 日日移移速經月晦 月月移移忽來年至 年年移移暫到死門). 고장 난 차는 움직일 수 없듯이 나이 들어서 몸이 늙어지면 수행하기 어렵고, 누워서는 게으름만 피우며 앉아서는 어지러운 생각이 끊이질 않으니, 이 허송세월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경책의 말씀이 있다. 생로병사의 궤도 위에 내동댕이쳐져서 죽음을 향하여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원효 스님은 자신의 일로서 간절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열반 앞둔 스승을 기쁘게 한 비구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짧게 잡으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잠자고 밥 먹고, 부질없는 일에 참견하고, 때로는 나쁜 일 저지르면서 허송세월하는 우리의 일상을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남에게 진정으로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이 일 저 일을 벌려놓고 세상만 어지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45년간 참다운 삶의 길을 가르치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앞으로 석 달 안에 대 열반에 들것이라는 선언을 하셨다고 한다. 이 말씀을 들은 제자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슬피 울부짖는 제자가 있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부처님 곁에서 남은 가르침을 들으려고 애쓰는 제자도 있었고, 또한 연로하신 스승의 곁을 잠시도 뜨지 않으면서 정성을 기우려 극진히 모시는 제자도 있었다.
이러한 제자들 사이에 앗따닷타 비구스님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슬퍼하는 일도, 스승에게 봉사하는 일도 아님을 깨달았다. 오직 부처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자신도 최상의 깨달음인 아라한과를 성취하는 일만이 가장 소중한 일로서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앗따닷타 비구스님은 부처님이 세상에 머물러 계실 때 아라한과를 성취하려는 굳은 결심으로 선정수행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제자의 수행 정진하는 모습을 보시고 대중 앞에서 앗따닷타 비구스님을 크게 칭찬하셨다. 참으로 스승의 마음을 아는 제자이며, 여래를 존경하는 행위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생에서의 삶을 얼마 남기지 않으신 부처님을 공경예배하기 위하여 꽃과 향으로 공양하거나 오로지 부처님의 곁을 지키는 일은 결코 옳은 행위가 아니라고 경책하셨다고 한다.

부처님이신 스승을 존경하는 참다운 일은 평소에 가르치신 계정혜(戒定慧) 3학을 실천 수행하여 세간을 벗어나는 아라한과를 성취하는 일이라고 준엄하게 경책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마지막 길을 재촉하시는 스승에게 공경 예배하는 행위까지도 부질없는 일이라고 꾸짖으셨다. 그리고 참으로 스승이 기뻐할 가치 있는 일은 자신을 맑히는 일이며, 속히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일이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안타깝게 여기셨던 것이다.

쓸데 없는 일에 시간 낭비 마라

우리는 위의 게송과 부처님 경책의 말씀을 통하여 자신을 비추어 보아야 한다. 얼마나 부질없는 일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며, 얼마나 가치 없는 일에 자신을 몰두시키고 있는가를 말이다. 오늘 날 우리는 또한 나 자신을 떠나서 세상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자. ‘개발’이니 ‘발전’이니 하는 미명하에 산을 허물고 강을 메우고 있다. 쓰지도 않는 물건을 대량생산하여 쓰레기통에 집어넣는가하면, 편리함을 추구하여 온 국토를 난장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참다움을 찾는 일에는 마음을 쓸 겨를이 없고 탐욕을 채우기 위하여 뜬 밤을 새운다.

세상사에 성공은 있다고 하더라도 아귀다툼이며 진정한 행복은 점점 멀어져 가기만 한다. 부처님 가르침의 참다움은 생명의 소중함을 제1의 계(戒)로 두었고, 탐욕을 억제할 것을 제2의 계로 두었다. 오늘날 모든 생명을 도탄에 빠뜨리고 자신의 탐욕을 다 채우고서 어디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미국을 진원지로 한 금융위기. 1세기에 한번 일어날 법한 끝없는 탐욕의 파탄을 우리는 현재 한 눈에 보고 있다. 절대 권능의 신이 나설 틈새도 보이지 않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의 참다운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가치 없는 일을 붙들고 울고 웃지 않도록 자신을 가다듬자. 24시간 중, 어느 한 때라도 참 나를 찾아서, 그리고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길 떠날 준비를 하자. 불교의 최고의 목표인 해탈열반(解脫涅槃)을 얻기 위하여 3천 년 전의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부처님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자. 그리하여 참으로 소중하고 오직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오직 할 뿐’, 그 어떠한 비난과 칭찬에도 동요됨이 없는 자신을 가꾸어 가도록 수행정진 할 일이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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