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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스님 특별기고] 사경(寫經)하는 마음[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8.10.21 12:52
  • 댓글 0

마음-행동, 불법과 하나 돼야

사경이란 앞서도 말씀 드린 것과 같이 불교 경전을 옮겨 쓰는 것입니다. 아니 경전의 한 자 한 자에 배어있는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마음과 가르침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가득 채우는 작업이자 기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 어른들은 한 자를 쓰고 삼배를 올리고, 또 한 자를 쓰고 삼배를 올리는 ‘일자삼배’ 또는 ‘일자일배’ 수행을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지극한 정성입니까. 경전의 글자하나 진언하나 염불하나에 정성을 다했던 것입니다.
경전의 글자하나 진언하나 염불하나도 결코 단순한 문자들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중생들의 본성이 가득 담겨 있고 부처님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글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사경을 함으로써 보다 깊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전에는 그저 막연히 읽고 염송하던 구절들의 뜻이 마음깊이 아로새겨집니다. 뿐만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사경을 할 때마다 부처님을 닮고자 하는 마음들이 한 뼘 한 뼘씩 자라납니다.

중생구제라는 크나큰 원을 세우신 부처님처럼 우리들도 자비롭고 선하고 바르고 참되게 살겠노라는 서원을 세워 불심을 다지는데 사경의 참 뜻이 있다하겠습니다. 사경하는 한 글자 한 글자의 조각들이 모아져 서원이라는 큰 공덕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덕을 쌓는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경을 시작하면 안 됩니다. 사경을 할 때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주위환경을 잘 정돈하고 불상이나 부처님의 사진을 모시고 향공양을 올린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자세를 바로하고 사경할 경전을 지극한 마음으로 먼저 일독을 합니다. 그리고는 사경하는 뜻을 부처님께 고하는 서원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신심이 깊은 불자님들은 한자를 쓸 때마다 절을 하기도 합니다만, 한 줄을 다 쓰고 날 때마다 스스로 바르게 가다듬으면 되겠습니다.

사경이 다 끝나면 날짜와 이름을 써넣고 나와 인연이 닿은 모든 중생들의 깨달음을 위해 축원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는 사경한 경전을 다시 한번 독송하고 삼배를 올림으로써 사경의식을 회향하면 될 것입니다.

사경을 한다 해서 반드시 글씨가 보기 좋아야 하고 명필이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다만 한자 한자 옮겨 쓰는 이의 정성어린 마음, 지극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경을 위해 사용하는 팬 하나 종이 한 장을 보관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나 사경을 하기 전후에 서원을 하고 축원을 하는 것은 불자로서의 참된 삶을 살고자 하는 다짐이라 할 것입니다. 내 한 몸 보다는 보다 많은 중생들의 행복을 위해 늘 기원하는 초심을 잃지 마시길 바라며 깊어가는 가을, 사경으로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불자님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학명 스님 하남 성불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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