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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춘 소장의 미국에서 차를 마시다]

기자명 법보신문

다양한 삶의 공존지역 ②
동양적 사유에 끌린 지식인들에게 각광

화이트 샌드 의 규사층, 하얀 모래 밭이 끝없이 어어지는 곳, 파란 하늘과 흰 빛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의 기품은 산하를 닮는다. 단아하고 정갈한 곳에서는 단아하고 청량한 물이 난다. 결국 명산(名山)에서는 명천(名泉)이 나고 명산에서 자란 차는 명차(名茶)가 되는 이치는 매 한가지인 것이다. 명산은 그만한 기품과 기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편 멕시코의 접경지역 핫스프링에서 구석기 시대 돌칼을 하나 주웠다. 옛 사람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돌칼을 잡은 손이 익숙하다. 어떤 이가 말하길 옛날에 필자가 만들어 사용했던 것을 지금 다시 찾은 것이라나. 불교의 인연법을 생각해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엘파소, 세 차례의 폭우를 뚫고서야 도착한 곳이다. 넓은 초원지역이라 비가 내리는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부어내리는 물기둥이 확연히 보인다. 어찌나 무섭게 비가 내리는지 어둑한 빗속을 달릴 때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엘파소 주변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단다. 이 때문인지 한글 간판이 눈에 자주 들어오고 한국 식재료를 파는 슈퍼마켓도 있다. 한글로 간판을 쓴 서울식당이라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화이트샌드는 규사층으로 이루어진 하얀 모래톱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더운 날씨에 하얀 모래에 반사된 빛 때문에 눈을 뜰 수 없다. 풀 사이로 작디작은 매미 한마리가 한껏 목청을 돋워 울어대고 있다. 생명이란 정말 신비한 존재이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1902년대에 팬게이에 지어진 여관, 마구간을 개조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인도 사람이 운영하는 여관 로비에는 예쁜 바구니에 녹차가 준비되어 있다. 중국을 상징하는 천안문과 용무늬, 중국의 명산 그리고 차를 따고 있는 농부 두 사람이 그려진 포장지 속에 두 봉지의 티백이 들어 있다. 100%로 자연재료로 만든 녹차란다. 포장지의 디자인과 차 모두 어설퍼 보였지만 현재 미국 내의 녹차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녹차가 건강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는 반증자료이다.

명차는 좋은 산과 물에서 탄생

세계 십대 건강식품 속에 녹차가 들어 있으니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녹차를 어떻게 마실 때 좋은지에 대한 이해는 무지에 가깝다. 하지만 지식인을 비롯하여 불교적인 명상이나 요가를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린다. 동양적인 사유체계가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 챈 것은 지식인들이다. 지혜로운 삶을 담아내는 도구 중에 차가 이룩한 고유한 영역은 윤활유와 같은 것이다. 사고의 유연성은 차를 통해 이룩되었다. 문인의 회화에서도, 그들이 풀어낸 시문에서도 그들에게 유익했던 차의 유연성은 곳곳에서 들어난다.

 
텍사스 산간지역을 들어서면 들꽃이 아름답다. 천박한 땅에서 피는 꽃 무리, 노란 빛이 선명하다.

茶 인류의 삶 속에 강한 영향력

그뿐인가 유희의 질적인 향상은 차를 가까이한 이후 더욱 빈빈(彬彬)한 경지를 이룩하였다.
어디서든지 첫 시작은 어수룩하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조차 초기에는 차를 다루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눌하기 그지없었다.
시끌한 뉴욕의 거리에는 분방한 자유와 개성이 있다. 다소 소란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도시, 뉴욕은 신비한 마력과 사람을 들뜨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거리에 ‘마실 꺼리’를 제공하는 장소가 어디든지 있다. 이런 ‘마실 꺼리’의 대 변신은 사회구조의 변화, 특히 산업구조의 변혁에 따른 결과이지만 어느 시대에도 경험하지 못한 의식주(衣食住))의 대변혁을 가져왔다.

앞으로도 ‘마실 꺼리’의 변신은 거듭되어 우리가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것이다. ‘마실 꺼리’는 단순하다. ‘마실 꺼리’의 대표 주자는 술과 차이다. 술과 차는 상반된 역사와 의미, 그 상징성이 다르지만 인류의 삶 속에 지속적이고도 강열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리고 차의 새로운 장르인 홍차를 가지고 삶의 풍요와 여유를 누린 것은 영국이다. 그 가능성이 미국에 있다. 홍차에서 다양한 차로 그리고 최고의 경지를 가진 녹차까지도.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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