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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원로 스님들께 듣는다_혼돈과 위기 극복할 지혜 청하니

기자명 법보신문

“역지사지 마음으로 ‘나’ 아닌 이웃부터 살펴라”

미국발 금융 위기로 세계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혼돈이 언제 끝날지,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장로 대통령인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종교편향들은 우리 불자들에겐 더 큰 고통과 장애로 다가오고 있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한국 불교의 정신적인 스승인 조계종 원로의원 지종(知宗) 대종사와 지혜(智慧) 대종사께 지금의 혼돈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청했다.  편집자

질문1.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종교편향으로 교계와 정부 간 불신의 벽이 높아졌습니다.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요.

질문2. 공직자들의 수준 이하의 종교편향으로 그 어느 때 보다도 종교간 이해와 화합의 중요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종교간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을 위한 각 종교들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질문3. 종교편향으로부터 우리 불교의 권리를 옹호하는 동시에 불교 내부적으로는 스스로 깨끗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언론과, 특히 창간 20주년을 맞은 법보신문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질문4. 경제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금융 공황기에 불교계와 종교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요.

질문5. 수행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수행’이란 과연 무엇인가요.

 

지 종 스님(고불총림 방장)

종교간 상생-화합위해 대통령이 해법 제시해야
정부, 새로운 정책보다 국민과 신뢰회복이 우선

지종(知宗) 대종사는
1922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1941년 백양사에서 ‘반선반농(半禪半農)’의 가르침을 설파하신 만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와 보살계를 각각 수지했다. 1942년 정혜사에서 만공 스님 회상아래 수선안거를 성만했으며 백양사 운문암 등 선원에서 정진했다. 1986년 원로회의 의원으로, 2003년 고불총림 방장으로 추대됐다.


질문 1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에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 바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대통령까지 오르고 나니 주변 기독교 인사들이 더 활개를 치는듯해요. 장로대통령 탄생과 함께 공직 사회에서의 종교편향 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개인 신앙생활이야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공사를 현명하게 구분해 처신해야만 합니다. 내 직위를 이용, 특정종교에 이로움을 준다면 이미 본분을 망각한 것입니다. 공직자가 아닌 것이지요. 해법은 대통령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수장이 좀 더 조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 종교편향이 근절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여주어야지요. 정부가 특정 종교편향 근절은 고사하고 방치 하고 있으니 불교가 주장자를 들어 보인 것 아닙니까? 2000만 불자가 들어 보인 주장자의 뜻을 정부는 이미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정부가 어떤 대안을 제시하며 노력하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할 때입니다.

질문 2 세계의 모든 종교는 평화를 지향합니다. 불교의 자비도, 기독교의 사랑도 모두 생명존중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생명이라 하면 우주 만물이 생명 그 자체인데 하물며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러나 이 지구상에서 생명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도 인간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종교가 서로 반목만 한다면 희망이 없어집니다. 특히 다종교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는 개신교가 반성해야 합니다. 나만 우월하다고 하면 타인은 어떤 존재가 되는 겁니까? 내 종교만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타종교를 배격할 수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개신교 선교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들 지적 하는데요, 저는 그보다 종교의 근본 사상을 이해하는 시각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개신교 지도자분들의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질문 3 언론은 나무 한 그루를 보고도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이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해 과감하게 비판하면서도 모든 사람들과 함께 대안을 찾아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슴이 따뜻해야 합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맑은 사회를 빚어 가려는 의식을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법보신문이 보여 준 역량도 실로 크지만, 부처님 법에 의지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질문 4 온 나라가 ‘금융 위기’라는 회오리 속에 흔들리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인, 경제인들이 국민과 함께 노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난국일수록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합니다. 남보다 더 좋은 옷 입고, 더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는 게 행복의 척도라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나만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해 하려 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내 자신과 내 가족에만 머무르지 말고, 타인의 삶까지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싹 터야 힘이 커집니다. 그러한 힘없이는 정부가 아무리 많은 대책을 내 놓아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 밖에 안 됩니다. 그러한 힘을 결집시키는데 종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서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가 힘들 때 우리 종교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질문 5 수행은 나를 보려는 첫 걸음이지만 그 자체가 변혁의 시작입니다. 내 자신이 수행하려는 마음을 갖는 순간 세상이 한 번 바뀌었다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수행하는 장소와 때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각자의 작은 방에서도 얼마든지 부처님을 모시고 정진할 수 있습니다. 하루 5분이라도 간단없이 해 보겠다는 원력을 가지면 능히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수행법이든 일념으로 정진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채한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지 혜 스님(원로회의 수석부의장)

공직자들의 종교편향 교계 점검 위한 양약
불안해하는 국민 마음 안정 돕는 건 불자의 몫

지혜(智慧) 대종사는
1927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 1940년과 1945년 각각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했다. 1945년 범어사 금어선원에서 수선안거 이후 전국의 선원에서 46안거를 성만했다. 2003년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2005년 원로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추대됐다.


질문 1 지난해 연말이었지요, 대통령 선거 때 여러 불자들이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탄스러운 현실을 보면서 과연 개신교인들이 이웃 종교인들과의 공존과 상생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로 대통령의 집권을 자신들의 절대자에 의한 지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자신들의 선교에 의한 승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것(頭頭物物)이 존귀하다고 이르셨습니다. 8월 27일 1만의 스님들과 20만의 불자들이 서울시청에 운집한 법석은 바로 두두물물이 존귀함을 여실히 드러낸 화엄세상이라 칭송할만 합니다. 수없이 많은 불자들이 진리가 이와 같음을 보였으나 여전히 진리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각자 본분사(本分事)에 충실해야 할 때입니다.

질문 2 우리 불자들이 잘 알고 있는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 보면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하셨으며 공부하고 수행하는데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이르셨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지금의 이 어려움과 장애를 본분사를 여의지 않는 양약으로 삼아야 합니다. 종단을 이끄시는 지도자들은 지도자답게, 선방의 수좌 스님들은 수좌답게, 또 포교 일선에서 포교에 진력하는 포교사들은 포교사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쉼 없이 정진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러지 못했기에 장애가 오는 것이라 여기고 그 동안 우리가 소홀히 했거나 등한시 했던 수행과 인재 불사, 포교, 복지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질문 3 언론을 흔히들 ‘공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세상살이에 없어서는 안 될 ‘절실한 존재’라는 뜻이겠지요. 한 언론사가 20년을 끊임없이 이어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언론이야말로 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불교계에도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모순과 부당함이 존재합니다. 예를 든다면, 세간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자들은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부당한 행동들을 하게 마련이고 이로 인해 기득권에서 소외된 계층들은 고통을 받기 마련입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법보신문은 부당함을 변화시키고 개혁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 4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경기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이 의지할 곳을 찾게 마련입니다. 이런 때 삿된 법이 판치게 되면 더욱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우리 불교계는 마음이 아프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귀의처를 보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찰과 우리 신행 단체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이웃과 나누고 이웃에게 도량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10년 전 IMF 구제 금융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수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그로 인해 많은 실직자들이 배출됐습니다. 가정이 무너졌고 가족이 해체됐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열린 마음을 내는 것이 바로 우리 불자들의 소임이지 않나 싶습니다. 국민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정부가 그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믿음이 없기 때문이지요.

질문 5 의식적으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직관하세요. 눈을 감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자문해 보세요. 그런 연습을 통해 우리는 항상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깨어 있음’은 나를 잊지 않는 것이며 그렇게 하면 탐진치 삼독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잘못을 하더라도 그 잘못을 깨달아 즉시 참회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습(習)이 중요한 것은 자꾸 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출가 수행자들 역시 행자 시절 습의를 중요시 여기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계행이건 수행이건 습이 들게 하기 위해서지요. 잠깐 잠깐 짬을 내 ‘나’를 보세요, 그런 연습을 하다보면 발심이 될 것이며 그런 인연이 반복되면 이젠 잠깐이 아니라 1박 2일, 2박 3일 시간을 내어 스님들의 지도를 받아 수행의 연을 맺을 수 있습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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